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ne Oct 21. 2019

27. 월미도

그곳에서 6.25는 '북침'이었다

북한사람들 누구나 다 아는 남한의 섬이 있다. 물론 제주도다. 북한사람들이 통일되면 제일 가보고 싶은 남한의 지역 1위는 제주도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제일 가보고 싶어 하는 곳 1위도 제주도다. 


북한이 민족적 정서를 자극하며 통일을 외칠 때 항상 단골구호가 “백두산과 한라산”이다. 그 한라산이 있는 제주도다보니 당연히 누구나 다 안다. 그 다음으로 북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섬이 아마 독도, 울릉도, 그 다음이 월미도일 것이다. 그 다음이 아마 거제도쯤 될 것 같다. 


독도는 지리시간에 한반도 최동단에 있고 일본과 영유권문제로 화제의 섬이다보니 잘 알고 울릉도도 동해에서는 제일 큰 섬이니 기억에 남는다. 거제도는 6.25전쟁 때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수용소가 있던 섬이다 보니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기억된다. 그런데 월미도는? 


언젠가 월미도에 간 적이 있었다. 한번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월미도가 북한주민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된 계기는 1982년 북한 2.8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북한의 대표적인 전쟁영화 “월미도” 때문이었다.


 “월미도”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월미도에 주둔하던 북한군 해안포병 중대 병사들이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에 맞서 싸운 것을 그린 영화다. 북한군이 4문의 포만으로 유엔군의 5만 병력과 수백 척의 군함, 비행기 등을 상대로 3일간 버틴 것으로 묘사됐다. 


                                                     출처: 유튜브(조선예술영화 '월미도')


주인공들이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을 통해 영웅심과 애국심,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이 중대가 결사적으로 상륙하는 미군을 막아냈기 때문에 낙동강전선까지 나갔던 북한군 주력이 후퇴할 수 있었다고 선전했다. 영화 상영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김정일의 지시로 이 영화는 북한 전역에서 누구나 빠짐없이 관람하고 감상문을 써내야 했었다. 


                                                      출처: 유튜브(조선예술영화 '월미도')


그 영화의 주제는 중대장이 하는 이 한마디 말속에 응축돼 있다. “조국은 곧 장군님의 품이다”... 정말 우상화의 극치였다. 영화 주인공들을 본받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한 목숨 바쳐 충성 다해야 한다는 선전선동의 광풍이 북한을 휩쓸었다. 


당시 내 나이는 7살밖에 안됐고 인민학교 1학년이었지만 이 영화를 세 번이나 봤고 이 영화의 주제가는 아직도 암기하고 있을 정도이다. “월미도”의 인기는 몇 년 동안 계속됐다. 


당시 주연을 맡았던 배우들은 단번에 인기스타가 됐다.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기획과 연출로 만들어진 영화는 주인공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과 군인들의 수령에 대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이끌어 내고 6.25전쟁이 미국과 한국에 의해 벌어진 북침전쟁이며 철천지원수라는 인식을 더 깊이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산 북한 주민치고 “월미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됐다.




영화 “월미도”뿐 아니라 북한에서는 많은 전쟁물이 나왔다. 북한에서 인기를 끈 6.25 전쟁영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름 없는 영웅들”이다. 6.25전쟁 때 한국에서 활동한 북한 간첩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인데 실화인지는 모르겠다. 6.25전쟁 영화가운데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영화는 20부작으로 되어 있는데 북한사람들 속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를 방영할 당시 길거리에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를 개사해 부르는 열풍도 번졌다. 특히 60년대에 탈영한 것으로 알려진 3명의 주한미군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들은 이 영화에서 “루이스”라는 이름을 가진 영국 첩보원과 “칼”이라는 미8군소속 방첩장교, 그리고 “아써”라는 미국인 기업가로 출연했다. 탈영 미군을 북한이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출처: 씨네 21(주한미군 근무 중 월북한 미군 병사 젠킨스)


6.25전쟁 당시 전선사령관이었던 김책의 일대기를 그린 “전선길”이라는 영화도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들의 주제는 하나같이 김일성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조국애, 반미, 반한 감정을 담고 있다. 또한 원수에 대한 무자비, 증오와 복수심을 고취하는 내용들이었다. “의용군 여전사들”이란 영화도 방영되었는데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강요에 못 이겨 강제로 의용군에 끌려간 사람들도 있겠지만 좌익사상, 친북성향 때문에 자원해서 의용군에 입대한 사람들도 있다는 점에서는 남북 간의 이념대결이 첨예하다는 것을 되새기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출처: 미래한국


2016년 한국에서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했다. 705만명이 관람한 이 영화는 북한예술영화 '월미도'의 대척점에 서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던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은 역사를 바꿨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던 미국의 수많은 청년들과 한국의 6.25참전용사들이 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고 피를 흘렸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은 기적적으로 회생해 자유와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고 세계 11위 경제강국,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최근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 개봉해 상영 중이다. 이 영화는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인 장사상륙작전을 위해 청춘과 생명을 바친 이 나라의 학도병들, 잊혀진 영웅, 청년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균 나이 17세, 훈련기간은 단 2주에 불과했던 772명 학도병들은 장사상륙작전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대부분이 희생됐다. 국가 수호와 자유를 위해 소중한 청춘을 바친 장사상륙작전 참가자들을 비롯한 6.25참전용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 

                                                                          출처: 네이버

매거진의 이전글 26. 살며 배우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