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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elephant Oct 22. 2015

새벽의 냄새


새벽의 냄새


비가 그친 새벽의 냄새,
한사람이 발목이 잘린 채로
웅덩이 앞에 섰는다
위에는 가로등이 반쯤 나간채
마지막 빛을 쏘아내고 있는데
웅덩이에 비친 사내의 얼굴도
세월이 쏟아, 내리고 있다

사내는 '나의 외계는...' 하고 중얼거린다
사방은 온통 거멓고
가로등이 쏘아내는 불빛만이
사람, 웅덩이, 거멓고 큰 외계를 비춘다

조금의 빛도 양보할 수 없어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하고 나는 중얼거린다
사람, 이불, 하얗고 작은 나의 세계를 비춘다

오늘밤 가로등 전구를 한아름 이고
어젯밤 꿈에 봤던 사내가 있을 곳으로
가야겠다





이글들은 허구이다.
이곳에 쓰여진 단어는 허구이다.
문장사이에 공백의 쉼은 허상이며 모든 단어는 가볍고 가파르게 쓰여진 것이다.
이 글들은 나의 꿈 같은 세계에 기인하고, 꿈은 기억에서 언제든 사라질 것이기에 꿈을 붙잡아 놓은 이 글들은 형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볍게 쓰기를 원한다.
내 손 마디를 떠난 글은 언제든 사라질 것이기에.

2015.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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