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海遊覽>(三) 공산당과 자본주의의 어색한 동거, 신천지
원래 신천지(新天地)에 대해 글을 쓸 때 이렇게 진지한 글을 쓸 생각은 아니었다. 이번 여행이 역사기행은 아닐 뿐더러 신천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지식 역시 '상해의 핫 플레이스'정도였기 때문이다.
이 목적이 완전히 바뀐 것은 내가 여행갔던 6월, 그리고 하필이면 그 곳에서 마주한 중국공산당의 역사유적 때문이었다.
'상해 신천지' ('신천지'라고만 검색하면 안 된다! 그럼 이상한 종교단체가 나올 가능성이 95% 정도 되므로...)라고 검색하면 가로수길? 청담동? 같은 분위기+유럽풍 건물이 어우러진 글들이 많이들 나온다. 이 글들을 보고 신천지에서 브런치를 먹을 요량으로 주가각을 다녀온 다음 날 신천지로 향했다.
분수 앞에 앉아서 가만히 살펴보니 중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절반은 된다. 서양인이 20% 정도, 한국인이 30% 정도?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오해할 만큼 한국인이 많이 보인다. (과장 조금 더하자면 그냥 떼어놓아서 서울 한 가운데 갖다 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느낌)
이렇게 신천지 이리저리를 떠돌다가 브런치를 먹고 나서 신천지의 중심 거리로 향했다.
(브런치 먹은 곳에 대해서는 상해에서 먹은 음식들에서 따로 포스팅하도록 할게요~)
신천지는 Xingye Road(興業路)를 기준으로 남북으로 크게 나뉘는데, 이 길이 조경이 잘 되어 있어 여름에는 화사하게 잘 나오는 것 같았다.
신천지(新天地) 위치 :
https://www.google.co.kr/maps/@31.2205367,121.475064,17.21z 지도 참조
아기자기한(그러나 비싼) 도자기 가게들과 곳곳에 보이는 바, 레스토랑을 지나면 왼쪽 위와 같은 넓은 길이 나온다. 피부가 밝은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화사한 녹색이나 파란 바다 앞에서 찍는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오니 이 곳을 여름에 찾는다면 잊지 말고 이 곳에서 사진 하나 건져가시길...
이 때였다.
눈앞에 빨간 게 보였던 때 나는 순간 달력을 보았다. (6월 5일이었다)
내 눈 앞에 보였던 광경은 바로...
여기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 회지가 있다는 사실은 원래 지도에서 봐서 알고는 있었다. 혹시 개방되어 있다면 가는 길에 잠깐 지나갈까 했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국공내전 이전에 왜 중국 인민들에게 공산당이 지지를 받을 수 있었고 국민당이 패퇴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소비에트기를 봤다고 하더라도 그 날, 그러니까 6.4 천안문 사건 기념일 다음이 아니라면 이걸 보고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1921년 열린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는 (비록 이후에 장소를 옮겨서 진행되긴 했지만) 중국공산당의 강령이 채택되고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정식으로 수립된 것으로 보기도 하는 중요한 대회였다. 분명히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의미깊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공산당, 지금 3대독재를 하고 있는 북쪽의 로동당과는 다른 시기, 다른 상황의 중국공산당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 날은 6월이었고, 공산당기를 들고 있는 이들은 나와 비슷하거나 어린 연배의 대학생들로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나와 이들은 같은 시기에, 다른 나라이지만 중국어로 된 매체를 접했고, 경제성장의 시기도 체험했으리라. 중국의 어느 단체보다 인민을 대변했던 정당의 역사적인 장소였지만 그 정당이 인민을 도륙했던 그 날 바로 다음 아침에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신천지에서 한 블럭 더 내려오면 상해에 오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거의 필수로 들르는 임시정부 청사가 위치해 있다. 신천지도, 임시정부 청사도 프랑스 조계지 안에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사람이 조금 더 많아지고 상가가 정신없이 있다는 점을 뺀다면 거리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上海市卢湾区马当马当路306弄1号
https://www.google.co.kr/maps/@31.2174034,121.4746604,18.75z
(그러고 보니, 상해의 프랑스 조계지에는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꽤나 많이 존재하는 듯하다. 지나가며 보는 건물도 거진 100년이 다 되어가는 건물이 수두룩하니 말이다)
대표대회 회지와 임시정부 청사를 연달아 보고 나니 나오는 길에 한국인이면 할인을 해준다는 문구가 보이고, 다시 신천지로 돌아와 보니 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물건이 있는 가게가 수두룩 나오더라.
가장 자본주의화된 중국의 모습의 극치를 보여주는 신천지,
가장 인민을 위한 삶을 추구했던 중국공산당의 시작점,
상해의 현재는 모순적인 이 두 곳이 함께 존재하는 신천지에서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듯하다.
훗날 상해의 사람들은 이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