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몽타주>를 읽고
나는 봉준호보다 박찬욱이다. 사실 두 감독의 영화를 거의 고르게 본 편인데 가장 최근작인 <기생충>은 안 보고 <헤어질 결심>은 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이 너무 좋아서 세 번도 넘게 본 탓도 큰 것 같다. 봉준호의 영화는 불편하고, 박찬욱의 영화는 불쾌하다. 하지만 그 불쾌한 와중에 너무도 아름다워서 '내가 도대체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싶지만 이미 화면 구석구석의 미감을 향해 엎드려 절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너무 시네필 같은데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나온 <노란 문>도 엄청 재미있게 봤다. (아니 나 오늘 박찬욱 책 읽은 얘기 할 건데 왜 자꾸 봉준호로 풀리지) 그리고 우습게도 우리 동네 살아서 동네 까페에서 본 적도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누가 봐도 사회학과 나온 사람이 할 법한 생각과 이야기다. 그래서 뭔가 가끔씩 나의 역린을 건드려서 불편하다. 계급 버튼 누르지 말란 말이야....
제목으로 낚으려고 봉준호보다 박찬욱이라고 쓰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 난 박찬욱 감독 영화의 잔인함은 감당이 안된다. <올드보이>를 보고는 기겁을 했고,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는 보지도 않았다. 그냥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을 많이 좋아하는 걸로 해야겠다. 하지만 그의 글은 재미있다. 밥벌이를 위해 글을 썼던 과거를 그는 좀 수치스러워하는 것 같지만 뭐 어떤가 거장 차눅박이 되고 나니 그 또한 에피소드인 걸.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다보면 잔인하긴 하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뻘하게 터지는 포인트들이 있는데 그의 글이 그렇다. 류승완이랑 같이 삭발한 에피소드가 제일 웃겼다. 만드는 영화는 고어하거나 아름답거나 극으로 치닫는데 그가 쓰는 글은 해장국 끓일 때 쓰는 황태포 같다. 적당히 짭짤하고 적당히 바스러져있고 적당히 하찮다. 아, 물론 각 잡고 쓴 영화 평론 글은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
이제 거장이라 어디 매체에 글도 잘 안 쓰겠지만 어느 기자의 농간에 속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연재 좀 해주길 바란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는 내 취향 아니라서 안 볼 것 같다. 차눅박은 이병헌이랑 손예진 데리고 찍은 영화나 빨리 편집해서 개봉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