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번 날
- 가끔 그때가 그립다 -
금요일 퇴근 시간은 서둘러 집에 가려는 자들과 약속 장소를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로 몹시나 붐빈다
1년에 한번 탈까 말까 한 지하철을 이용해 한남동에서 일산까지 가는 길은 내겐 버거운 여정이다
회사에 차를 두고 지하철을 이용해 1시간 반 만에 백석역에 도착했다
7번 출구로 나와 걸어가는 길에 롯데리아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햄버거도 하나 샀다
오늘은 아버지와 함께 있는 내 당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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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어느새 6년이 지났다
일산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아버지와의 두 번의 동침이 못내 아쉽고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내 평생 이렇게 아버지와 단둘이 교감을 나눈 시간이 또 있었나 싶다
복수가 차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다 이내 약에 취해 선망 증상이 나타날 때면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는 알지 못할 말들을 한참 동안 내 뱉고서야 잠이 든다
1시간.. 2시간.. 10시간...
"아빠 왜 이렇게 잠만 자"
내 물음에도 답이 없다
평생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오늘 밤 잠든 아버지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 이야기한다
속상했던 일.. 감사했던 일.. 미안했던 일..
- 익숙해지지 않는 경험 -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자리에 또 와 있다
주렁주렁 달려있는 링거들.. 유쾌하지 않은 병원 냄새..
엄마 : "내가 통장에 7천2백만 원이 있었는데
병원 다니느라 다 쓰고 어제 보니까 60만 원만 남아있더라? 이제 병원비 어떡하냐?"
나 : " 엄마 정말 7천2백만 원 있었어?"
엄마 : "그럼.. 있었지"
병원비도 내가 냈었고 엄마 통장 잔액도 앱을 통해 모두 알고 있다
울 엄마 원래 돈 없는 건 내가 안다
모르핀 20ml에서도 통증이 잡히질 않아
30ml로 늘렸다
엎친 대 덮친 격으로 감염으로 인해 항생제 해열제 등.. 몇 가지 링거를 같이 맞고 있다
주무시다 가끔씩 눈을 떼면 어눌한 말투로 처음 듣는 얘기를 그렇게나 하신다
그러다 약에 취해 금세 또 잠이 든다..
두 손을 꼬옥 잡아드렸다
엄마 손은 따뜻하다
나는 또 이렇게 잠든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끝없는 대화를 혼자 나눈다
"엄마! 왜 이렇게 잠만 자"
오늘은 엄마와 함께있는 소중하고 소중한 첫 번째 당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