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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May 19. 2022

오늘의 짧았던 입사 거절.

합격은 했지만 출근은 안 하기로 했다.


고심으로 보낸 6일 차의 정오.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다. 메모장에 견고히 눌러 담았던 일곱 문장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나는 이내 문자를 전송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것은 '안녕하십니까, ○○팀 지원자 ○○○입니다.'로 시작하는 입사 거절 문자였다. 




문자가 잘 전송되었는지 굳이 확인하기를 수차례. 4분 만에 답장이 왔고, 다행히  탈없이 마무리가 됐다. 혹시 전송 오류가 나면 어쩌나. 담당자가 확인을 제때 못 하면 어쩌지. 만약 전화로 구체적인 사유를 묻는다면? 메일 주소를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문자로 어렵사리 보내는 마음이 퍽 불편하다.


머릿속 오만가지 걱정도 잠시, 빠른 답장과 함께 얽힌 실타래 같던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들었다. 무사 종결이다.


언제나 거절은 참 어렵다. 나이를 먹으면 멋들어지게 거절 의사를 밝힐 줄 아는 그런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여전히 매 순간이 어렵고 두렵기도 하다. 특히나 최종 면접 합격 후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하는 경우는 마음이 곱절로 고생스럽곤 한다.


흔히 '입사 거절, 입사 거부, 때론 입사 포기'라는 표현을 쓴다. 어감 상 맘에 들진 않지만, '자기의 권리나 자격, 물건 따위를 내던져 버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입사 포기'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한 듯하다. '합격'이라는 자격을 스스로 내던진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숙고 끝에 내린 합리적 의사결정이었지만, 여전히 두렵고 조금은 막연하다. 제 아무리 행복한 백수인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재취업이라는 관문이 결코 쉬울 리 없는 탓이다.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려고 한다. 나의 결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고, 나의 면접은 나이스 했으며, 나의 경력은 매 순간이 최선이었음을.


막연한 두려움이 당장의 그릇된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꽉 찬 나이와 경력처럼 합리적이고 옹골찬 판단으로 나의 커리어 패스를 현명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라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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