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으로 보낸 6일 차의 정오.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다. 메모장에 견고히 눌러 담았던 일곱 문장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나는 이내 문자를 전송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것은 '안녕하십니까, ○○팀 지원자 ○○○입니다.'로 시작하는 입사 거절 문자였다.
문자가 잘 전송되었는지 굳이 확인하기를 수차례. 4분 만에 답장이 왔고, 다행히 별 탈없이마무리가 됐다.혹시 전송 오류가 나면 어쩌나.담당자가 확인을 제때 못 하면 어쩌지. 만약 전화로 구체적인 사유를 묻는다면?메일 주소를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문자로 어렵사리 보내는 마음이 퍽 불편하다.
머릿속오만가지걱정도 잠시, 빠른 답장과 함께 얽힌 실타래 같던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들었다. 무사 종결이다.
언제나 거절은 참 어렵다. 나이를 먹으면멋들어지게 거절 의사를 밝힐 줄 아는 그런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여전히 매 순간이 어렵고두렵기도 하다. 특히나 최종 면접 합격 후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하는 경우는 마음이 곱절로 고생스럽곤 한다.
흔히 '입사 거절, 입사 거부, 때론 입사 포기'라는 표현을 쓴다. 어감 상 맘에 들진 않지만, '자기의권리나자격, 물건따위를내던져 버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입사 포기'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한 듯하다. '합격'이라는 자격을 스스로 내던진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숙고 끝에 내린 합리적 의사결정이었지만, 여전히 두렵고 조금은막연하다.제 아무리 행복한 백수인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재취업이라는 관문이 결코 쉬울 리 없는 탓이다.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려고 한다. 나의 결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고, 나의 면접은 나이스 했으며, 나의 경력은 매 순간이 최선이었음을.
막연한 두려움이 당장의 그릇된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꽉 찬 나이와 경력처럼 합리적이고 옹골찬 판단으로 나의 커리어 패스를 현명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