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테오토르'를 만나다.

그녀(2013)의 캐릭터 '테오 토르'를 내담자로 만난다는 가상 상담

by 닥터K
영화로 만나는 상담 매거진 활용법: 상담수련생들과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상담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쓰게 되었다. 실제의 상담사례는 상담 윤리상 활용할 수가 없기에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사례인 영화 속 캐릭터들을 활용하였다. 상담을 배우는 분들과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영화 <그녀(2013)>의 주인공 '테오토르'와 심리상담을 한다는 가정 하에서 쓴 글이다. 1년째 별거 중이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보류했지만, 인공지능 연인 '사만다'의 도움으로 아내를 직접 만나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하고 그 날의 다툼으로 인해 급격히 힘들어한 시점으로 설정하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읽으면 내용 이해가 좀 더 쉬울 것이다. (자동통역시스템으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설정도 추가하였음)


손편지닷컴의 대필작가 '테오토르'


상1: 안녕하세요. '테오'씨. 2주 만에 뵙는군요. 이혼절차를 위해 아내를 만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내분은 잘 만나셨는지요?


내1: 네. 이혼 서류는 사인을 마쳤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 중입니다.


상2: 일 년 간 고민이 많으셨는데, 큰 결심을 하셨네요.


내2: 모두 '사만다' 덕분이지요. 새로운 사랑을 하니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제가 한참 힘들었잖요. 그때 '사만다'를 만났고, 그녀가 항상 옆에 있으니 아내와 헤어질 용기를 낸 것 같아요. 그런데 쿨한 이별을 하려고 했는데, 결국 아내와 심하게 싸웠어요. 그 날 이후 계속 슬럼프 상태입니다. 사실 지금도 많이 힘듭니다. 일하다가도 불쑥불쑥 그 생각이 나서 화가 나고 기분이 계속 우울해서 '사만다'와도 한참 연락을 안 하고 있어요.

상3: 아름답게 이별을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지금 계속 힘든 상태이신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속상했나요?


내3: 아내가 얼굴 좋아 보인다고 누구 사귀냐고 묻길래, '사만다' 얘기를 했거든요. 몇 개월째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그런데 '사만다'가 인공지능(O.S)이라고 했더니, 제가 항상 밝고 자기 말 잘 듣는 배우자를 원했는데 딱 맞는 상대를 구했다고, 진짜 관계를 할 자신이 없는 제 모습이 짠하다는 거예요. 하!.. 전 밝고 제 말 잘 듣는 배우자를 원한 적이 없거든요. 정말 억울했어요. 아내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도 놀라웠고요. 그리고 '사만다'나 우리 관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렇게 비난을 할 수 있는지(얼굴이 붉어지며 목소리가 떨리며) 정말 열 받았어요. 그동안 '사만다'에게 빠져서 잠시 잊고 있었던 (많이 흥분한 듯 귀까지 빨개지며) 아내와의 반복된 싸움과 또 그때마다 말 한마디 못하고 마음속으로 울화가 치밀었던 그 장면들이 생각나는 거예요. 요즘 계속 같은 꿈도 꿉니다.


항상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내 마음을 들어주는 존재? 인공지능


상4: 이해해주리라 생각하고 '사만다'얘기를 했는데, 충분히 듣지도 않고 관계를 펌 하하는 것 같아서 화 나고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그 일로 인해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꿈도 계속 꾸시는군요. 어떤 꿈인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내4: 꿈에서 아내가 나오는데 우리는 계속 싸워요. 별거 직전처럼요. 아내는 제게 불만이 많았어요. 제가 화가 잔뜩 나 있으면서 자기가 물으면 아무렇지 않다고 한다고요. 그렇게 몰아붙이면 전 아무 말도 못 했었는데 꿈속에서는 그때 못했던 말을 막 퍼부어요.


상5: 실제와 꿈은 다른 상황이네요. 그때 못했던 말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내5: (뭔가 생각이 떠오르는 듯 얼굴이 붉어지면서) 아내는 직설적이에요. 뭔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바로 싫다고 하지요. 전 그런 직설적인 게 싫었어요. 속으로 삭히는 과정 없이 굳이 저렇게 때때마다 표현을 다하나 싶었고요.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닫히면서 한동안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꿈에서는 그때 못했던 말을 연습해서 막 쏟아내지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았냐?", "도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그렇게 화를 내냐", 또...(말 끝이 흐려지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혼을 당해야 하는 거냐고!"


상6: 이렇게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었는데 하나도 못하셨네요. 많이 속상하고 억울한 느낌이 전해집니다.


내6: 네 맞아요. 억울하지요. 저 나름 많이 참았거든요. 저라고 뭐 불만이 없었겠어요. 그래도 내가 참으면 가정의 평화가 올 거라고 믿고 속상하고 화나도 참았지요. 가정을 위해 그토록 애썼는데 그런 것도 몰라주고 (화를 참는 듯한 모습으로) 절 가해자처럼 여기니...


상7: '테오'씨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속상하고 화나도 참는 방법을 선택하셨군요.


내7: (손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목소리가 흔들리며) 그게 도대체 이혼당할 정도의 잘못인가요?

상8: '테오'씨 입장에서는 납득이 안되고 부당하다는 느낌이 드셨을 것 같아요.


내8: (상담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연하지요.


상9: 어릴 때부터 20년 넘게 친구로 지내다가 결혼하셨으니까 누구보다 아내를 잘 아실 것 같은데, 아내는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요?


내9: 아내는 솔직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보면 순수하지요. 속을 잘 못 숨겨요. 사랑하면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마음도 다 표현하고, 저도 개방해주길 원했지요. 제가 늘 생각만 하면서 표현은 소극적이니 거리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시잖아요. 누가 자꾸 푸시하면 더 뒤로 물러나게 되는 거요. 저는 갈등이 있으면 직접 대면하기보다는 피하는 편이에요. 평화주의자입니다. 싸우는 게 싫어요.


상10: 아내분은 갈등이 있으면 직접 부딪혀서 해결하려 하고, '테오'씨는 싸우는 게 싫어서 피하시는군요. 싸우면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갈등을 직면하게 되면?


내10: 싸우면 제가 상처 받을 것 같고, 관계가 깨질 것 같아요. 전 성격상 갈등이 싫어요. 갈등은 최대한 없는게좋은 것 아닌가요? (생각에 잠긴 듯 10초간 침묵) 글쎄, 갈등은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갈등이 있어도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부담스러우니까 피했고요. 그런데 아내는 갈등을 직면하고 즉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까 서로 힘들었지요.


상11: 제가 듣기에는 '테오'씨는 갈등은 나쁜 것이니 인정하지 않고 피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갈등으로 인해 내가 상처 받고 부부관계가 악화될 것 같아 두려우셨던 것 같네요. 맞나요?

내11: 선생님 얘기를 듣다 보니 뭔가 생각이 나는데요. 우리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제가 가장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상12: 아!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는 거군요?


내12: (한숨을 쉬며) 아마도 제 열등감과 관련된 것 같아요.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아내가 문제를 해결하자고 계속 말하는 것이 '너는 문제가 있고 잘못되었으니 고쳐야 한다'는 말처럼 들렸던 것 같아요.


상13: 아내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요청이 '테오'씨에게는 당신은 문제가 있으니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군요. 그런 생각이 든다면 정말 속상했을 것 같은데요.


내13: 내가 뭔가 부족하고 무능력하고 엄청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느낌도 들었어요. 비참했어요. 그런 기분에서 다시 평소처럼 회복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힘들어요.

상14: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릴 정도로 많이 힘드셨군요. 제가 궁금한 건 아내분이 실제로 그렇게 말을 했나요?


내14: 아니요. 아내는 그런 말을 한 적 없어요. 그러고 보니 전부 다 제 생각이네요.


상15: 그렇군요. 그럼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요약해 볼게요. 처음에 아내가 왜 화가 났는지 말하라고 요구하고,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청한 것이 아내가 이기적이고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하셨는데, '테오'씨가 갈등이 두려워서 피하는 것으로 연결되네요. 혹시 내가 상처 받고 관계가 깨지지 않을까 두려웠고요. 아내의 요청이 내가 문제가 있고 거부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참해졌고요.(5초간 침묵) 어떤 마음이 드세요?


내15: (복잡한 표정으로 10초간 침묵) 사실 그런 생각은 못 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렇네요. 제가 두려워서 피했던 것 같아요. 화가 났으면서도 계속 아니라고 부인하고... 그게 우리 사이에 틈을 만든 것 같아요. 아내가 이기적이고 절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말하다 보니 내가 부담스러워서 피했고 계속 비난받는 것 같아서 슬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속으로 아내를 미워했던 것 같아요.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당사자가 바로 아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16: 지금 하신 말씀이 의미 있게 들립니다. 이해도 되고요. 비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났고 피하셨던 거 였군요. '테오'씨의 그 모습을 보고 아내분은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들었을까요?


내16: 글쎄요. 제 감정에 취해 있어서 그런지 아내 입장에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상17: 그럼 잠시 역할극을 해 볼까요? 제가 '테오'씨 역할을 하고 '테오'씨가 아내 역할이 되어서 대화를 하는 겁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부담되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내17: 뭐. 좀 어색하기는 한데 (잠시 고민하다가) 아내 마음도 이해하고 싶기도 하니.. 해 보지요.


상18: 그럼 지금부터 제가 '테오'씨입니다. 제가 먼저 얘기할 테니 아내 입장에서 얘기해 주세요. "난 당신이 뭐 때문에 화났냐고 자꾸 재촉하는 게 싫었어. 꼭 그렇게 일일이 말해야만 했어? 좀 알면서도 모른척 해줄 수도 있었잖아?"

내18: "모른 척 하기에는 당신은 너무 자주 화 나 있었단 말이야. 난 숨기는 게 싫어. 부부는 가장 가까운 관계잖아. 왜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어야 하지? 그리고 내가 무슨 독심술사야! 말을 안 하는 데 어떻게 알아? 말을 해야 당신이 뭘 싫어하는지 알고 내가 맞춰주지. 그렇게 입 다물고 있는데 내가 무슨 수로 아냐고? 당신은 내가 화를 내면, 내가 몹쓸 큰 잘못을 한 것처럼 피해자인 양 하루 종일 방에 들어가서 말도 안하는데, 그게 내게 고문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 당신은 내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는지는 모르지. 관심도 없으니까!"


상19: "당신은 늘 그렇게 급하지. 난 당신과 달리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야. 난 내 마음을 아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참 마음을 들여다봐야지 안다고. 내가 무슨 즉석 자판기도 아니고 바로바로 말하라고 한다고 답이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오랫동안 날 봤으면서 왜 그걸 몰라줘?"


내19: "그러면 그렇게 말해주면 좋았잖아.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 주겠다고. 그런데 당신은 온 얼굴에 화가 나 있으면서도 내가 물으면 끝까지 아니라고 부인했잖아. 내가 무슨 수로 아냐고. 난 솔직히 당신이 우리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당신은 관심도 없는데 나 혼자 이렇게 애쓰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당신은 우리 관계를 위해 아무 노력도 안 하는데... 난 당신이 날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상20: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돼. 난 우리 결혼을 지키기 위해 참았던 거고 혹시 갈등이 생겨서 우리 관계가 잘못될까 봐 두려웠어."


내20: "아니! 그렇게 말 안 하고 혼자 참고만 있으면 난 어떡해! 난 당신이 뭐가 불만이고 내가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고. 열심히 노력해서 누구보다 예쁜 결혼생활을 하고 싶었는데!말을 안하는데 도대체 내가 어떻게 아냐고. (목소리가 격양되고 얼굴이 붉어지며 눈가에 눈물이 고임, 3분간 침묵) 선생님. 이제 그만 해도 될 것 같아요.


상21: 네. 그만 하지요.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후) '테오'씨 지금 어떤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 '테오토르'


내21: 아내 입장에서는 이런 마음이었겠네요.


상22: 이런 마음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을 말하는 건가요?


내22: 많이 답답했을 것 같아요. 본인은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가 변화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니 많이 절망스러웠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상23: 네. 그렇군요. 저는 조금 전 아내 역할중에 "날 사랑하지 않는다"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라고 한 부분이 가장 크게 와닿았어요.


내23: 역할극을 하는데, 아내가 싸울 때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라고 했던 게 기억났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어이가 없어서 댓 구도 하지 않았는데 아내 입장에서는 노력하지 않는다고 느꼈을 거고 그러면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그렇네요.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르는 게 당연하군요. 가정을 지킨다고 참았던 것이 결국 가정을 깨트리게 된 거네요. (침울한 표정으로 30초간 침묵) 전 제가 억울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잘못도 없이 이혼을 당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오랜 세월 동안 많이 고통받았고, 혼자 많이 외로웠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눈물을 닦으며) 이게 다 내 잘못 같네요. (깊은 한숨을 쉬며) 갑자기 우울해집니다.


상24: 지금 마음이 복잡하실 것 같아요. 상대탓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화나고 억울해도 마음 편한 부분도 있 었을텐데,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면 많이 미안하고 우울해질 것 같아요. '테오'씨도 그 당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 아닌가요.


내24: 선생님. 전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요. 항상 시간이 지나서 후회합니다. 그때는 이미 기차가 다 떠나갔는데 말이지요. 진작에 상담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이미 물이 다 쏟아졌어요. 이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상25: 저라도 '테오'씨 상황이면 그런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이미 다 끝난 것 같고, 다 끝났는데 지금 깨닫는 것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래도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부서진 외양간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번 '사만다'가 했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과거는 현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지금 상황에 적절한 표현인 것 같네요.


내25: 그럴까요? '사만다'에게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사만다'에게도 이런 모습을보인 적 있어요. 전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우리가 안 맞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성격의 '사만다'에게도 제가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고요. 갈등이 있으면 한동안 말 안 하고, 잠수 타는 것 말이지요.

'사만다'를 만나고 나서 행복을 다시 느끼는 '테오토르'


상26: 저도 그 말에 많이 공감됩니다. 저도 갈등이 생기면, 정면으로 직면하기보다 회피하는 유형이거든요. 갈등이 두려워서 피하는데, 예전에는 제가 평화를 원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생각해보니 그 마음 속에는 '비겁함'과 계속 좋은 이미지만 보이고 싶어 하는 '이기심'이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어요. 내가 그렇게 하면 상대방은 정확한 정보도 모르면서 당하게 되지요. 정보를 정확하게 전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가 아닐까요.


내26: 선생님도 저처럼 회피형이라니 뜻밖이네요. 외모나 말투에서 똑 부러질 것 같고, 상담경력도 오래되셔서 자기주장을 당연히 잘하실 것 같은데요.


상27: 하하. 외모 보고 그런 많이 들어요. 상담자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상담하면서 저와 비슷한 모습을 수시로 발견하며 반성도 하고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경험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요. (미소 지으며) 내담자를 통해 많 배웁니다.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오늘도 '테오'씨의 솔직하게 개방하는 용기와 역할극할 때 아내 입장에서의 공감력과 통찰력에 많이 놀라웠고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27: 하하. 상담료는 선생님이 내셔야겠는데요. 상담자가 고된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점도 있네요. 공부를 많이 하신 선생님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니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제가 그렇게 바닥은 아니군요. 한참 전에 했던 '사만다'의 말을 기억하고 계시다니 놀랍네요. 그때 '사만다'가 이런 말도 했어요. 내가 한 말 때문에 화가 많이 났는데, 계속 반복해서 생각해보니 자기가 화가 난 이유는 나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통찰했다고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오늘 상담을 하고 나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상28: (미소 지으며) 한국에서는 그런 상황에 "꿈보다 해석"이라는 속담을 쓰지요. 어떤 사건 그 자체보다는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을 느끼게 되는 것을요.

내28: 아! 재미있는 속담이네요. 간결하지만 함축적인 것 같아요.


사만다를 통해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배우다.


상29: 이제 상담 마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2가지 소감을 듣고 싶은데요. 먼저 오늘 상담 회기에 대한 소감을 들을께요.


내29: 벌써 1시간이 지났나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상담시간은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음.. 오늘 소감은 내가 그동안 피해자라고 생각해서 억울하고 화가 많이 났었는데, 아내 입장에서는 나의 우유부단한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았겠다는 것,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방법이 틀리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상대에게 손가락질하기 전에 먼저 내 행동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된다는 거요. 또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잘못된 내 행동을 바꾸어야 된다는 것요. 또 다른 소감은 뭔가요?


상30: 네. 오늘 우리가 만나기로 한 10회기 상담 중에서 절반인 5회기 상담을 마쳤는데요. 처음에 우리가 세운 상담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에 대해서 중간점검을 했으면 합니다. 처음에 우리가 세운 상담 목표가 <이혼절차를 무사히 잘 치르고, 부정적인 감정(분노, 억울함) 수치를 10점에서 4점 수준으로 낮춘다>였는데요. 현재 이 두 목표에 대해 점수로 측정한다면 몇 점이 될까요?


내30: 벌써 절반이 지났네요. 시간이 정말 빨리 가네요. 음..이혼 서류에 싸인 절대 못할 것 같았는데 어쨋든 서류에 사인을 했고, 진행되고 있으니 그건 9점 줄 수 있을 것 같고, 부정적인 감정은 처음 상담실에 올 때는 10점이었는데, 오늘 상담을 하고 나니 5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상31: 네. 그럼 처음 3점에서 9점이 되었다니 6점이 올랐고, 부정적인 감정이 10점에서 5점이 되었으니 5점이 줄었는데 무엇이 그렇게 변화하게 만들었을까요?


내31: 사실 상담 끝날 때까지 이혼 서류 사인 못할 것 같았는데, '사만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혼자라는 두려움에서 함께라는 희망이 생겼으니까요. 그게 한 4점, 지난번에 이혼에 대한 막연했던 두려움에서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을 계속 생각하는 작업을 했을 때, 내 생각보다 최악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 2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이 줄은 것은 오늘 역할극을 한 것이 한 4점 된 것 같아요. 아내의 입장이 되어 느껴본 것이, 신기하게 가상인데도 억울함과 부당함으로 인한 분노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1점은 역시 '사만다'의 격려와 지지겠지요. 하하.


상32: 상담이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쁘네요. '테오'씨가 상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신 게 크지요.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을 할께요. 남은 5회기 동안 어떤 노력을 하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내32: 음.. 이혼 과정은 번복될 게 없으니 저절로 10점이 될 거고, 부정적인 감정 낮추기는 남은 상담 동안 성실하게 참여해서 솔직하게 얘기하고 매 회기 상담에서 얻은 통찰에 대해 일기를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새기면 남은 1점은 거뜬히 도달할 것 같아요. 앞으로 상담도 기대가 됩니다.


상33: 삶에 대한 열정이 강하시고, 통찰력도 있으셔서 잘하실 것 같아요. 저도 남은 시간이 기대됩니다. 그럼 다음 주 이 시간에 뵐까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33: 네. 선생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날씨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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