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by 분홍색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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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다시 채울 수 있다.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영화.

생각이 많은 사람들, 여행을 떠나봅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NS에서 여행을 가고 싶게 하는 영화로 추천된 영화였고, 정말 말 그대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미인 작가인 리즈는 남편과의 관계가 편하지 않다. 그래서 이혼을 선택했다. 그리고 만난 또 다른 남자, 어느새 리즈는 다른 남자와 옷 스타일이 비슷해질 정도로 가까워진다.


"웃음이 나 리즈, 네 스타일이 예전엔 스티브 같았는데 지금은 데이비드 같아졌잖아."


문제는 이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비슷해진다는 것, 리즈는 그것이 자기 자신이 없다는 것으로 느낀다. 자신의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사랑에 의해 휘둘리고 상처받는 자신의 모습에 리즈는 1년 간의 여행을 선택한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러 가기 위해서. 그녀는 용기를 냈다.


그런 용기, 요즘 여행 책이나 여행 영화를 봐서인지 참 부러운 용기다. 언젠가 나도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기를...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편했다. 요즘 영화들이 극단적이거나 감정의 끝을 달리는 영화들이 많았는데 이번 영화는 부드러웠다. 부드러운 영화의 감성 하나로 러닝타임을 이끌어 간다고 볼 수 있다. 여자 주인공 혼자 끌어가는 영화,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모든 걸 다 떠나서 영화를 보며 영상이 참 예쁨과 동시에 여행자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여행 간 나라의 첫인상은 마냥 좋지 않다.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항상 수월하지 않은 것처럼, 세상의 어떤 여행이 모든 일정 내내 평화롭겠는가. 그래서 여행 초반 주인공이 느끼는 혼란스러움을 영상 자체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좋았다. 항상 좋은 이미지의 영상만 보여주지 않고,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여행의 첫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그 첫인상이 나중에는 가장 설렘이 가득한 추억이라는 것을 안다.


일단 이 영화는 제목과 같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세 파트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3개국을 여행하는 만큼 리즈의 여행기는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1막 - 이탈리아 로마_'먹고'


유럽은 음식이 참 유명한 나라들이 많다. 그중 이탈리아는 음식이 유명한 나라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음식에 대한 영상이 클로즈업된다. 참 맛있어 보이는 영상이다. 그리고 그런 음식들의 관심과 언어에 대한 관심이 점차 여행을 하며 이탈리아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이탈리아는 그녀에게 세 가지를 가르친다. '달콤한 게으름', 'Attraversiamo(아트라베시아모) : 같이 건너자', '무너져도 괜찮다.'


이탈리아는 일상의 여유를 그녀에게 이야기하는데, 미국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었다. 매일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지쳐 집안에만 머문다는,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맞다. 삶에서 여유는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 부지런함 역시 필요한 것임을 느낀다. 부지런함이 없다면, 성실함이 없다면 그의 반대 개념인 여유니, 게으름이 네가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일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그 여유를 가질 마음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개인이 만들어야 할 아주 개인적인 방식일 것이다.

또 피자를 먹으러 간 리즈와 이탈리아에서 만난 친구 소피, 소피는 살이 쪄서 피자를 먹지 못하겠다고 한다. 리즈는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에게 뱃살이 있다면 그것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지로 자신의 행복을 멈출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리즈. 그렇다. 다이어트든, 자기관리든 모든 것은 자기만족으로부터 시작되어야 그 결말이 좋다. 남을 위해 나 자신에게 족쇄를 채울 필요는 없다.


그리고 '같이'라는 가치.


리즈는 과거 사랑을 하며 '같이'라는 가치보다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삶의 균형을 빼앗겼다 그것은 '같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같이 건너자'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아트라베시아모' 발음이 예쁘다. 뜻이 예쁘니, 발음조차 예쁠 수밖에.


로마에서 데이비드에게 쓰는 편지.


'변화가 무서워 억지로 현상 유지하는 짓은 하지 말자, 차라리 무너지고 말지.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라도 있으니까.'


2막 - 인도_'기도하고'


인도의 첫인상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그리고 명상과 기도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것의 이유는 리즈에게는 생각이 많다. 아무리 생각 없이 마음대로 산다고 해도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1년 간의 여행을 선택한 리즈 역시 상당히 이상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여행을 선택하는 것도 어려우며, 생각 없이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니 마음속이 편할 수가 없다.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어떠한 기도를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그녀에게 텍사스 리처드가 다가온다. 그는 그녀가 이곳에서 평화를 찾았으면 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 '나 자신을 먼저 용서할 것', '모든 감정을 비워야 새로운 감정을 채울 수 있다는 것', '영원한 감정은 없다.'

'그래도 기억해라, 사랑은 다시 믿어볼 만하다.'


리즈는 인도에서 명상과 기도를 시작한다. 그녀는 어떤 기도를 해야 할지 헤맨다. 그리고 리처드는 너의 기도가 필요할 것 같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고 조언한다. 리즈는 결혼을 앞둔 인도의 17세 소녀에게 행복을 기도해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아니어서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 낙담하는 소녀를 위해 리즈는 기도한다. '분명히 행복해질 것이라고.'


리즈는 이혼을 선택한 전 남편과 자신이 떠나온 전 남자 친구에게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이었음을 느낀다. 훌쩍 그들을 떠나는 일방적인 선택을 한 자신, 그리고 아직까지 전 남자 친구에게 감정이 남은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다. 리처드는 자신의 슬픈 과거를 말하며, 자기 자신이 스스로 용서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감정을 다 써야 더 큰 새로운 감정을 채울 수 있다고, 끝까지 지 사랑하고, 끝까지 그리워해보라고, 그러면 어느 순간 감정을 다 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리처드는 리즈보다 먼저 길을 떠난다.


그의 마지막 말,


"그래도 기억해둬, 사랑은 다시 믿어볼 만하다는 것을."


3막 - 발리_'사랑하라'


발리에는 케투가 기다리고 있었다. 리즈가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 발리에서 만난 주술사, 케투. 케투는 그녀에게 다시 자신을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여행을 통해 케투를 찾았다. 케투는 리즈에게 '균형 있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리즈는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간다. 아침은 명상으로 시작하며 낮에는 달콤한 게으름을 즐기는 그런 삶.


그런 삶에 들어온 펠리프. 리즈는 불쑥 자신의 삶에 들어온 펠리프의 사랑에 행복하면서도 그가 간신히 자신이 맞춰놓은 균형을 무너뜨릴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보내기도 한다.


케투는 말한다.


'사랑은 균형을 깰 수 있는 강력한 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균형이 깨어지고 더 큰 균형을 찾을 수도 있다.'


리즈는 다시 펠리프에게 돌아가, 그에게 그가 제안했던 보트 여행을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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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모든 것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리즈의 선택들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급작스러운 그녀의 충동스러움이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친구들의 조언들을 그녀 역시 들으려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런 여행을 가기 위해서 복권과 같은 비행기표 3장을 구할 수 있는 그녀의 경제력까지 사실 현실과는 조금 멀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제외하고 내가 본 것은 그녀의 용기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이 영화의 개연성을 모두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대사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는 내내, 이 영화는 배우들의 대사 속에 모든 것을 녹여두지 않았나 싶다. 깨우침을 주는 것이 모두 대사 속에서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말로 해주지 않으면 모를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코드가 최우선임이 분명하다. 영화 전체적으로 리즈에게 새로운 남자를 만나야 함을 계속 이야기한다.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물론 주제의식이야 영화마다 다르고 받아들이는 관객마다 다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지나치게 하나가 아니라 둘이어야 행복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진정한 삶의 균형이라는 것은 '사랑을 이뤄내는 일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은 1막에서 말해줬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혼자서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에서 벗어난 느낌이었지만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을 드러내기엔 최선의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비 오는 날, 우연히 본 영화이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편안했다. 원작이 더 좋다니 원작인 소설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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