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고, 또 아쉽다.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영화 '명당'은 풍수지리 사상을 중심으로 조선의 명당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주로 다루는 명당은 바로 '묏자리'다. 음택풍수를 전면에 내세운 본 영화는 한국영화 하반기 라인업 중 내 기대작 중 하나였다.
이리도 이번 글을 쓸 때, 마음이 무거운 것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내 기대가 너무 커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본 영화는 내게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그것이 참으로 아쉽다.
본 영화의 주인공은 '박재상'(조승우)이라는 인물이다. 명당에 있어서 천재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한다. 하지만 그런 강직한 그의 성품은 다른 사람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고, 그는 다른 고위 관리들이 명당이라고 주장하는 곳을 흉당이라고 주장했다가 온 가족을 잃는다. 그런 그는 복수의 칼날을 간다.
그에게 그런 불행을 가져다준 사람은 장동 김 씨 좌의정 김좌근(백윤식)이다. 김좌근이라는 인물은 조선의 세도정치가로 왕보다 위에 있는 권력을 가졌다. 그러니 왕 헌종(이원근)도 그를 미워하고, 왕손인 흥선(지성)도 그를 미워한다. 이러한 시대상황 속에서 김좌근과 왕, 흥선, 박재상이 나뉘어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장동 김 씨 가문이 왕보다 높은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조상들의 묏자리가 왕가의 무덤 위, 명당 중에서도 명당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를 알게 된 박재상, 흥선, 그리고 왕은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한다. 정말 그 반역과 가까운 일을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왕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흥선은 뒤에 2대가 왕이 되는 명당 중에 명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 묏자리에 욕심이 나 그 명당을 차지해버린다. 하지만 그 명당은 뒤에 2대 후손은 왕이 되나, 나라가 망하는 명당이자 흉당인 자리였다.
여기까지가 간략한 본 영화의 줄거리다. 사극 중에서도 팩션인 본 사극은 진짜 실존인물들을 다루기 때문에 '역사가 스포'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흥선대원군은 가야사를 폐사시킨 후, 자신의 아버지 묏자리를 이장했다. 역사 속 사실이 결말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극 장르의 약점일 뿐이지, 그 이유만으로 사극 작품들이 무너지지 않는다. 영화 '사도'는 우리가 수없는 매체에서 본 '사도세자'를 그렸다. 역사 공부를 소홀히 한 사람이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역사 일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재밌었다. 그러니 '역사가 스포'라서 영화가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미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름들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실망한 배우가 있기는 하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 제대로 연기를 본 배우였는데, 아쉬웠다.) 그리고 사극이라고 해서 러닝타임 내내 진지한 것은 또 아니다. 조승우, 유재명 배우님들의 케미가 팡팡 터졌으며, 흥선의 동생으로 출연한 강태오 배우님의 감초연기는 적절했다. 영화의 흐름은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석에 가까웠다. 보는 내내 영화 '관상'의 스토리라인이 떠올랐다. 그 스토리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물들끼리 연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안정적 스토리라인은 다음 장면을 예상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이야기나 캐릭터들 자체에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 부분이 정말 아쉬웠다.
그리고 본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끝내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을 두고, 계속해서 실패를 마주하게 한다는 점이다. 김좌근의 약점을 영화 상에서 두 번을 발견하지만 왕은 그를 처벌하지 못한다. 이를 보며 관객인 나는 조선시대에도 땅이 그렇게 중요했구나만 깨닫는다. 상업영화로서 주는 카타르시스가 없었다. 수많은 실패 후에 성공이 없고, 반성을 하거나 사회적인 이슈를 떠올리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허무했다. 원래 역사가 그런 거니까라고 하기엔 영화의 톤이 애매하게 느껴졌다. 결국, 명당이자 흉당을 차지하게 되어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결론에 이를 거라면 진지하게 땅을 가지고 논하는 장면들이 다뤄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작은 웃음들보다 말이다. 현재의 땅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면 가난한 자들은 돈이 없으니 명당을 살 수가 없고, 부자인 사람들만 명당을 가지게 되어 계속 부자이다라는 메시지는 좀 더 깊게 다룰 필요도 있었다. 마지막 명당을 차지하는 흥선은 오로지 무시당하는 왕손이 싫어서였다. 나라를 바꾸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단순히 개인적 욕심에 의한 차지, 그것도 굉장히 쉽게 차지한다. 그러니, 감정이입이 덜 됨과 동시에 긴장감이 떨어졌다. 개인적인 욕심이 동기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개인적인 욕심을 차라리 처음부터 보여줬다면 흥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욱 감정이입을 했을 거다. 결국, 어차피 나라를 망하게 만든 사람인데, 앞부분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관객들이 흥선을 응원하게 될까. 선과 악의 가운데서 애매하게 줄타기를 한 캐릭터다. 매력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아예 매력적인 악역이었다면, 모든 것이 흥선의 큰 그림이었다면 후반부 흥선의 모습이 더욱 이해가 될 것 같다.
이렇게 스토리적 약점이 존재했기 때문에 영화는 힘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잔뜩 힘줬던 것이 스륵하고 없어졌다. 하염없이 비장하지만 나는 긴장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스토리에 이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저게 말이 될까 하는 장면들이 등장했다.
본 영화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보가 두 명 등장한다. 첫 번째는 헌종이다. 헌종은 절대 머리를 쓰지 않는다. 흥선이나 재상이 보고해오면 격분해서 앞뒤도 보지 않고 김좌근을 공격했다가 되려 혼난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반복되는 무력함이 상황에 따른 무력함으로 보이기보다. 바보처럼 생각된다. 왕이 직접 좌의정의 집으로 체포하러 가고, 좌의정의 말 한마디에 갈대처럼 흔들리고, 심지어 좌의정에 집에 갔을 때는 상석을 빼앗긴다. 이는 영화적으로 왕의 권력이 이렇게도 약하다를 보여주는 과정이었겠지만 그런 모든 과정이 가능할까 싶다. 차라리 왕이 자신은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해가 잘 됐을 거다. 그런데 화는 잔뜩 내서 군인들을 보고 좌의정을 잡으러 가자고 해놓고 그 자리에서 벌벌 떤다. 이는 왕은 바보처럼 보이게 할 뿐이다. 권력의 차이가 아니라 왕은 기회를 생각할 줄도 모르는 바보다.
더불어, 두 번째 바보는 김좌근의 아들, 김병기(김성근)이다. 재상 말고 또 다른 풍수지리가의 말만 듣고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 김좌근은 직접 후반부에 죽이는 인물이다. 아버지를 아들이 죽였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아들 김병기가 얼마나 잔혹하고, 명당에 미쳐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들을 무시하던 아버지였으니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바보처럼 군다. 바로 흥선의 앞에서 말이다. 초반부 흥선에게 바닥에 고의로 떨어뜨린 전을 먹으라고 했던 그가, 명당 앞에서 흥선과 칼로 싸우면서 몇 마디 대화로 명당자리를 포기한다. 아니, 아버지를 묻기 위해 아버지를 죽여놓고, 흥선이 네게 좋은 자리(고위 관리직)를 주겠다고 하니 바로 그 명당을 포기하는 김병기는 바보 같은 인물이 된다. 또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흥선이 마지막에 명당을 차지하는 그림에서 긴장감이 뚝하고 떨어진다.
아쉽고도 아쉽다. '명당'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사용해서 선보인 영화 '명당' 속에서 장면 장면들은 정석적으로 배치되어 있었기에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속을 뻥 뚫리게 하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가 끝나고 여운이 길게 남지도 않았다. 영화는 지극히 개인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한국영화가 더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