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치기

스무 번째 시

by 분홍색가방
#3점심시간 그 후.JPG

구슬치기


경쾌한 소리가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울려 퍼진다

유리끼리 부딪치는

순수한 무언가가 전쟁을 시작했다

한 번의 부딪침은 도미노의 시작을 알린다


아스팔트 바닥이 긁힌다

순수한 유리에도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검지의 끝은 빨갛게 부어오른다

작은 구슬이 큰 구슬에 의해 밀려난다

환희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좌절의 울음소리가 묻힌다

내 것이었던 작은 구슬은 적의 주머니에 갇힌다


원래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을 밀어낸다

이건 진리다

그 진리는 물리시간에 배웠다

물리선생님은 항상 그래프와 친했다

무수히 많은 점들로 이어진 곡선

미래를 예상해볼 수 있다했다

작은 점들은 곧은 선에 의해 잠식당했다


작은 구슬은 큰 구슬에 의해 밀려났다

다시 경쾌한 소리가 울리고

타격점은 정해졌다

겁 없는 작은 구슬은 자신을 밀어낸 큰 구슬을 노린다

힘껏 몸 쪽으로 잡아당겨진 검지의 끝에 힘줄이 선다

원래 거절당한 것에 다시 도전하는 것엔 용기가 필요하다

이건 경험담이다


작은 구슬이 날았다

아스팔트 바닥을 긁는 소리도, 경쾌하게 유리끼리 부딪치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작은 구슬은 공중에 떴다

작은 구슬의 그림자가 큰 구슬을 덮었다



P.S 본 매거진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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