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화 <러빙 빈센트>와 전시 <러빙 빈센트 展>

by 분홍색가방

누군가를 사랑하여, 또 존경하여, 만들어 내는 작품들은 최고가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 담기면 그 작품 자체에 다가설 수 없는 방패막이가 된다. 내 유년기 최고의 캐릭터인 '해리포터'가 볼드모트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역시 '사랑'이었다. 이러한 '사랑'은 마냥 부드러운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좀 더 이 문장을 확실하게 표현하고자 예시를 든다면 좀비를 진정 사랑해야 제대로 된 좀비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다. 확실히 이해하셨을 거라 믿는다.


영화 <러빙 빈센트>는 그런 작품이기에, 눈을 뗄 수 없다.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방식으로 제작기간 총 10년, 107명의 화가가 1명의 화가를 위해 그림을 그렸다. 그들이 한없이 존경했던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를 말이다.

영화 <러빙 빈센트>는 후배 예술가들이 만날 수 없는 자신들의 우상에게 보낸 러브레터인 셈이다.


그 마음이 예쁜,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영화다.

영화의 방식은 정말 특이하다. 유화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본 영화는 우선 블루스크린 세트장에서 실제 모델이 되는 배우들과 실사영화를 촬영한다. 그러한 영상물을 기초하여 다시 107명의 화가들이 그린다. 그렇게 그리는 과정을 촬영하여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인 조트로프 방식으로 이어 붙여 움직이는 영상을 만든다. 이러한 영화 속에서 우리는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그의 죽음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 하나둘씩 찾아간다. Loving, Vincent. 빈센트가 보낸 편지들이 인도하고, 그의 삶을 묘사하는 여러 사람들의 말들로, 우리는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그에 대해 알아간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미친 사람, 어느 누군가에게는 천재 예술가.


한 사람을 정의 내리는 것은 원래 어렵지만, 우리는 어쩌면 쉽게 누군가를 정의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 쉬운 정의는 항상 실수를 동반한다. 스스로도 느낄 때가 있지 않나. 진짜 내가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다. 또 부서지기도 쉽다. 그만큼 복잡하며, 여러 생각, 다양한 방법들을 고뇌하는 것이 사람이라 생각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그렇게 고뇌하던 사람이었고, 그를 둘러싼 소문들, 그의 삶을 마치는 방법에 대한 의혹들까지. 세월을 흘러... 그에 대한 우리는 짐작할 뿐이다. 예술가의 삶을 짐작하기 위해, 예술가가 남긴 그림을 활용하다니 정말 정직하고 아름다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 <러빙 빈센트>를 좋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영화 <러빙 빈센트>의 스틸컷

그저 내가 표면적으로 알고 있던 '빈센트 반 고흐'라는 사람의 인생을 그의 주변인들의 입을 통해 들으며 빈 조각들을 맞춘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알 수 없다. 당연하다. 우리는 '빈센트 반 고흐'라는 사람을 다 알 수 없다. 여러 조각들을 맞출 수 있을 뿐, 완벽하지 않다. 우리가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우리에게 '정답'을 알려줬다면 본 영화에서 얻은 여운은 없었을 것이다. 모든 예술 작품이 그렇듯, 그 작품을 마주한 모두의 생각이 모여 완벽해지니, 본 영화 속 적당한 빈틈은 꽤나 영리한 선택이면서 최선이었으리라. 그리고 본 영화에 참여한 모두가 빈센트 반 고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라는 사람을 존경하고, 존중했기에 섣불리 '쉬운 정의', '정답'을 보이지 않은 것이리라. 일렁이는 유화의 붓칠이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영화다.


그렇다.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작품을 사랑한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다.


영화 <러빙 빈센트>의 메이킹

본 영화 <러빙 빈센트>의 과정, 그 이야기를 담은 전시 <러빙 빈센트 展>이 M컨템포러리라는 장소에서 진행 중이다.(절대 홍보가 아닙니다. 친구의 표로 직접 보고 왔으며, 곧 전시가 종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 <Hi POP>이라는 전시로게 인상적인 전시공간이라 남다른 기대를 했고, 기대 이상의 전시였다. 사전에 어떠한 정보 없이 찾아간 터라 실제 유화작품이 있다는 사실도, 실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2점을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유화작품들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면 정말 단순한 생각이 든다. 저 물감들의 덧칠이 어떻게 멀리서 봤을 때 어떠한 형체로 완성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라 그런 붓칠, 한 번의 터치가 완성해내는 그 형체를 볼 때면 신기하다. 가까이서 보면 물감일 뿐인데 멀리서 보면 꽃이니까.


107명의 아티스트가 재현하고 새롭게 창조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을 보면, 빈센트 반 고흐가 부럽게 느껴진다. 살아생전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지만, 그의 작품은 살아남아 현대의 아티스트들에게 우상이자, 영감을 남겼다. 그러한 존경심을 기반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예술가로서 이러한 프로젝트 자체가 얼마나 뿌듯할까, 러빙 빈센트는 알까.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살아생전 한 작품만이 팔렸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이렇게 영화로, 전시로 남아 기억되고 있다.


"언젠가는 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이 보잘것없고 별 볼일 없는 내가 마음에 품은 것들을.
나는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 빈센트 반 고흐 -


영화의 에필로그에 이러한 문장이 등장한다. '불쌍한 빈센트, 그는 너무 많이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최근, 김영하 작가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의 서문에서 잘 느끼기 위해 팩트만을 적어야 하던 칼럼 쓰기를 그만뒀다는 글을 읽었다. 예술가들에게 '느낀다.'는 건 정말, 부러운 능력이다. 길가의 이름 모를 꽃, 그냥 지나친 돌, 순간 훅하고 불어온 바람을 느끼는 것, 그 느낌 속에서 자신만의 감상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잘 느낀다.'가 아닐까. 잘 느꼈기에 힘들었고, 잘 느꼈기에 그 안에 담긴 자신만의 감정들을 풀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예술을 사랑하고, 잘 느끼고 싶은 내게는 불쌍한 빈센트가 아닌, 사랑하는 빈센트일 것이다.


https://youtu.be/uiGLwamZa8A

(네이버 영화에 소개된 공식 영상 중 뮤직비디오와 동일한 영상이라 첨부했습니다.)

Starry, Starry night
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
Colors changing hue
Morning fields of amber grain
Weathered faces lined in pain
Are sooth beneath the artist's loving hand

Oh,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For they could not love you, love you
But still your love was true
And when no hope was left in sight on that
Starry Starry night
You took your life as lovers of ten do
But I could have told you Vincent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Starry, Starry night
Portraits hung in empty halls
Frame less head on name less walls
with eyes that watch the world and can't for get


+


2월 안에 더 많은 글을 써서 올리려고 했음에도 여러 일들이 겹쳐 계속 미뤄져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쓰다 보니 정말 내가 느낀 것에 대해 '꼭', '반드시'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들을 고르다 보니 자꾸 멈칫거리는 것도 있고... 그래서 다음 글은 아마 추천 리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음악이 아닐까 싶지만 잘은 모르겠습니다. 제 소소한 기록인 이 매거진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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