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라이브> -
항상 새 책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일은 설렌다. 심지어 예약판매니까 6월에야 받을 수 있겠다. 이번에 주문한 책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라이브>의 대본집이다. (벌써 받아버렸다.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5월이었는데, 벌써 7월이 다 되어 간다. 이 글을 이어 쓰면서 대본집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참으로 울컥한다.) 한 회당 1시간 30분 정도의 방송시간과 18 회차라는 그 긴 흐름 내내 내 마음을 흔들어주었던 드라마 <라이브>는 마지막 회까지 나를 웃고 울렸다. 올 상반기 내게 최고의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다.
작가를 꿈꾸고 있고, 이야기를 선보이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그중에서 제일 하고 싶다고 생각한 분야는 ‘드라마’다. 어릴 적부터 언니들의 야간 자율학습시간이 끝나길 기다리며 겸사겸사 보았던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많은 드라마들은 나를 울고 웃게 했으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희로애락’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매체들보다 가장 우리들 삶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공연, 영화나 책 보다 다가서는 것에 장벽이 없고, 방영을 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삶 일부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좋아했고, 잘 쓰고 싶기도 하다. 아직은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정말 꿈꾸는 학생이지만 말이다.
대학에 들어와 ‘이제 글을 써보자’, ‘그러면 어떻게 극본을 쓰는지 알아야 하니까 극본을 읽어봐야겠다.’ 싶은 마음에 도서관에서 빌려 처음 읽었던 대본집이 노희경 작가님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였고, 그렇게 극본이라는 세계를 배워갔다. 그게 사실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왠지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이 나오면 꼭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초심과 같달까.
그래서 이번 작품을 보기 시작했는데, 매회 나는 울고, 또 웃고, 슬퍼하고, 통쾌해하고, 다 했다. 정말 희로애락을 다 느꼈다. 언젠가 이런 글을,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하는 바람과, 이런 작품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제일 바쁜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던 드라마 <라이브>는 현실적인 부분을 잘 살린 것으로 유명하다. 경찰 분들도 꽤 많은 부분을 인정할 정도로. 그러한 현장감, 일부 경찰들의 비리를 내보이고, 경찰 조직의 문제점 등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찰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사명감을 보여줬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칫하면 미화가 되고 현실감을 잃게 된다. 작가님, 모든 제작진들이 그러한 부분에 가장 신경 쓰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방영 초기 ‘이화여대 시위 장면’으로 인해 논란이 존재했다. 현실을 다루는 드라마 세계 속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보는 누군가가 가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구대 내에서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한 것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지구대 모두의 이야기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정년퇴임, 결혼, 아내의 임신, 출산, 암, 시민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하고, 감찰, 부모님의 죽음 등 각각 인물마다 색깔이 다른 삶을 보여줬다.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가진 색들은 다 다르다. 그 색들이 참 다채롭게 다가왔고, 그래서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드라마로 남았다.
어느 직업이 가진 애환을 보여주며, 동시에 그 직업이 가진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이 드라마는 성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뽑으라면 오양촌 경위의 울분 어린 말이 담긴 징계위원회 장면이다.
“저는 오늘 경찰로서 목숨처럼 여겼던 사명감을 잃었습니다. … (생략) …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누가 감히 현장에서 25년 넘게 사명감 하나로 악착같이 버텨온 나를 이렇게 하찮고 비겁하고 비참하게 만들었습니까? 누가 누가 감히 내 사명감을 가져갔습니까? 누가 대체 누가 가져갔습니까! 내 사명감!”
이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주요하게 그리고 있는 ‘내적 갈등’을 보여줬다. 어쩌면 장르물의 주소재인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대립관계가 ‘범인과 경찰’에 한정되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본 드라마는 ‘장르물’보다 좀 더 ‘일상 물’에 가까웠다. 외적인 갈등도 충만하지만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내적인 갈등이 더욱 심도 있게 다가왔다. 강력범죄가 일어났을 때도, 그 범죄를 마주하는 경찰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 보여주는 장면들에서 알 수 있다. 강력범죄가 없는 시간에는 취객들과 다투기도 하고, 서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인물들끼리 서로 상처를 내기도 하고, 경찰이라는 집단이 가지고 있는 체계적 문제와 갈등이 이어졌다. 또한 경찰이 가지는 딜레마를 총기사고 위주로 표현했다. 경찰은 시민들을 보호해야 함과 동시에 다치게 해서도 안 되는,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위치에서의 내적 갈등들은 침착하게, 천천히 모든 인물들에게 일어났다. 본 드라마의 모든 인물들이 배경으로만 사용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모두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 어느 캐릭터도 쉬이 보이지 않는다.
저 고민, 저 아픔을 나도 하고, 느끼고 있을 테니…….
‘홍일 지구대’는 제일 바쁜 지구대이기도 했지만 하나같이 뾰족한 인물들이 가득한 지구대였다. 워낙 평소 성격이 ‘평화주의자’에 가까운 성격이라 처음 인물들을 마주했을 때, 벅차기도 했다. 쉴 틈 없이 쏟아내는 인물들의 뾰족함에 지쳤었다. 드라마가 끝나서야 느낀 건, 모두가 다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것, 같은 것에 웃고, 우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여태 내가 좀 더 참고 있고, 내가 덜 화내는 건 아닌가, 내가 더 버티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 같다. 어쩜 모두들 다 똑같이 참고 있고, 화내기를 참고, 버티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인데 말이다.
드라마 ‘라이브’는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인물들이 경찰로서 가지는 일상적인 갈등들 이외에도 사회적인 문제에 여러 가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 시선이 한없이 뾰족할 때도, 그 시선에 체념이 달려있을 때도 있지만, 현재 사회적으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끊임없이 언급하고, 표현하는 것은 드라마가 가지는 큰 메시지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작품은 쉽지 않은데, 그러한 작품을 만나서 기쁘다.
작년, 공익희생자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휴먼북 프로젝트에서 집필단 봉사를 한 적이 있다. (공익희생자는 대한민국 공동체 발전을 위해 희생되신 분, 소방관, 경찰관, 해양경찰관, 의사자분들을 의미한다.) 그 자원봉사 전까지, 공익희생자지원센터가 있는지도 몰랐고, 사실 알려고 하지 않았다. 스스로 소방관, 경찰관분들에 대해서 아는 것은 영화, 드라마와 같은 매스컴을 통해 듣는 것이 다였고, 그분들의 일에 대해서 알 일이 전혀 없었다. 사실, 그 자원봉사를 지원하게 된 것 중 가장 큰 것은 사명감보다는 호기심이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부족한 생각이었음을 그 프로젝트 동안 알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준비 없이 시작해서 부족하게 끝난 프로젝트라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그 후에 남은 것이라고 한다면,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계실 분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을 뽑겠다.
드라마 ‘라이브’가 내가 느꼈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공익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애쓰실 많은 분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