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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Dolphin Jan 23. 2018

교환학생, 뉴욕커가 되다.

누구나 뉴요커가 될 수 있는 도시, 뉴욕


교환학생 시절, 나는 '미국에서 인턴십' 구하기에 혈안이었고,  목표를 위해 이력서를 미국 전역에 마구잡이로 뿌렸다. (지금 돌아보면   전략적으로 접근할  있었는데, 철 모르고 그렇게 무식하지만 용감하게 들이댈  있었나 싶다.) 이렇다  이력이 없는 이력서를 보고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회사들은 생각보다(!) 적지 않았고 들 중 뉴욕에 있는 회사  곳에서 인터뷰 초대 받았다.

뉴욕이라니! 영화 속에서만 보던 뉴욕에서 내가 일을   있는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벌써 구름 위를 둥둥 날아다녔다. 때마침 나는 친구와 spring break 기간 동안 뉴욕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기간 중에 인터뷰를 잡았다. 회사 위치라고 알려준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주소가 얼마나 낯설어 보이던지. 주소만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설렜다.


내겐 너무나 낯설었던, 뉴욕의 빌딩숲.




듣던 대로였다. 항상 복잡하고,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야경은 끝내주게 아름다웠으며, 지하철은 더러웠다. 타임스퀘어에서 걸어서 15 거리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친구와 둘이 도시를 걸어 다니는데, 내가 지금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있는 것이  번씩 허벅지를 꼬집어봤다.


뮤지컬 로터리에 당첨되어 $300 짜리 티켓을 $18 구매해 배우들의 노래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고, shake shack 버거를 매일 점심으로 먹으며 행복해했다.

그리고 드디어 인터뷰 날이 밝았다. 미리 준비해온 정장에 구두를 신고 숙소 밖에서 우버를 불렀다. 혹시나 지하철을 잘못 타서 인터뷰 시간에 늦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버를 기다린지 1분도 되지 않아 숙소 앞에   대가 섰다. 검은색 리무진이었다. 나는 당황했고, 나의 우버 드라이버는 운전석에서 내려  이름을 확인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우버 블랙 (리무진, 세단 같은 고급 승용차를 부를  있다) 아닌 우버 X (일반 차량) 불렀고 실수가 있었던  같다고 말을 하니 그가 답했다.

"Yes, I am a driver of Uber X."

 상황은 뭐지, 하며 우선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 아무리 못해도 대기업 임원 이상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 타고 다닐  같은 고급 리무진에 정장을 입고 차창 밖으로 맨해튼 한복판을 쳐다보고 있자니 자꾸만 헛웃음이 났다.


고작 인턴십 면접 보러 가는 교환학생이 겪을  있는 상황이라고 하기엔 비현실적인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드라이버에게  리무진으로 우버 X 운전하는지 물었더니, 그는  기업 CEO 전담 운전기사로 일하지만,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우버 드라이버로 뉴욕 곳곳을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한다.


뉴욕 맨해튼 한 복판, 번쩍번쩍한 검은 리무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버 드라이버와 small talk 하다가 도착한 오피스 . 으리으리한 건물이네,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건물 앞에 서있던 경비원  분이 달려오더니 내게 'Ma'am' 하고 웃으시며  문을 열어주셨다.


상황만을 놓고 보면 타인에게 나는 '어린 나이에 매우 성공한 뉴요커'쯤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속으로는 당황했지만 여유 있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건물로 들어갔다. 차에서 내려 건물까지 들어가는 동안 길거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인터뷰는  흐르듯 흘러갔다. 다만 내가 뭔가 임팩트 있는 구직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없었다. 인턴십의 보수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맨해튼 한복판에서 무급으로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라는 생각도 그제서야 들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 여기에서 인턴을 하지 못하더라도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뉴요커 생활의 일면을 경험한  같아 뿌듯했다.

건물을 나와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데, 관광객 무리가 내게 길을 물어봤다. Sorry, I don't really know here. 하고 걸어가려는데 자유로운 옷차림을  관광객들의 눈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장을 입은 내가 뉴요커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들을 지나쳐 지하철역으로 다시 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명의 관광객들이 나에게 길을 물어봤다. 재미있는 상황에 자꾸만 웃음이 났다. 정장을 입고 있는 나는 타인의 눈에 완벽한 뉴요커였으리라. 교환학생이 리무진을 타고 뉴요커가   있는 도시는 화려했고 새로웠다.  


내게 길을 물어본 그들에게 나도 이런 느낌이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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