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을 매일 사다 줄 것인지 묻던 나에게 네가 답했다
장미꽃 선물을 받은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는 나에게 꽃을 자주 선물하지 않는다. 물론 데이트를 할 때마다 남자가 여자에게 꽃 선물을 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지만, 내심 꽃다발을 안겨주는 그의 모습에 행복한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화려한 장미꽃의 색깔과 꽃들을 감싸 안는 화려한 포장지, 그 모든 걸 끌어안은 풍성한 리본까지 한 손에 들고 있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는 서로의 등굣길과 하굣길의 풍경을 자주 공유하곤 한다. 내 경우엔 길거리에서 마주친 고양이, 특이한 모양의 구름, 혹은 피곤에 찌든 나의 모습이 단골 소재다. 그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바닷가에서 지는 노을의 모습과 그의 집 앞 현관에서 철장을 뚫고 피어난 한송이 꽃의 사진을 자주 찍어 보낸다. 고백하자면, 별 볼품은 없는 꽃이다. 꽃이 다발로 핀 것도 아니고 저 철장은 또 뭐람. 그가 나에게 저 사진을 보내는 만큼 꽃을 직접 선물을 받았다면 내 방은 항상 꽃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렇게 매번 한 송이 장미꽃 사진만 받다가, 그가 한국에 온 뒤 나에게 직접 안겨준 장미 꽃다발은 색달랐다. 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래서 여자들이 꽃을 좋아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한껏 들뜬 내가 물었다.
"우리가 매일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나한테 매일 장미꽃 선물해줄래?"
"I will give you a rose garden, not just roses."
"왜?"
"Rose garden can be everlasting."
난 항상 그가 이탈리안의 후예답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생각이 참 고마웠다. 어차피 금방 말라버릴 장미 꽃다발을 선물하기보다 언제나 창을 열면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장미 정원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이. 알록달록한 포장지에 싸여있는 장미꽃은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이미 그 생기를 잃어가는 상태다. 태어나고 자란 장미 정원에서 꺾인 순간부터 말이다. 모두가 장미 꽃다발의 화려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길 때, 항상 생기를 잃지 않는 장미 정원을 선물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그가 고마웠다.
언뜻, 나는 그가 꽃집에서 갓 만들어진 장미 꽃다발보다 장미 정원에 훨씬 어울리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꾸미지 않아도 항상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장미꽃보다 장미 정원을 선물해주겠다는 그가 내 연인이라는 사실에 벌써부터 장미 향기를 맡은 듯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