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배주사
난임병원 첫 진료일 다음날,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출근 전 병원 주사실에 들러 고날에프라는 배주사를 맞고 산부인과에서도 처방받아먹었던 페마라라는 약도 처방받았다. 둘 다 과배란을 시키는 호르몬 약이다.
페마라는 산부인과에서도 많이 먹어 본 약이었고 주사는 용량 450IU를 150IU씩 격일로 3번에 나눠 맞는 것이었는데 첫 번째는 병원에서 놔주지만 나머지 두 번은 셀프 배주사로 맞아야 하는 것 이어서 주사방법을 자세히 듣고 나왔다.
안아픈 주사만 맞고 난임병원을 졸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냉장보관이 필수인 주사제라 도시락 가방같이 생긴 보냉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9호선 지하철.
이번엔 하라는 대로만 하면 아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으로 또 한 번 마음이 둥둥 부풀어 올랐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상태가 안정감을 줘서 우울감도 많이 사라지고 더 이상 뜬금없이 울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공포의 셀프 배주사 데이!
며칠 전부터 배가 뻐근한 증상이 있어 몇 개가 자랐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초음파로 확인하니 좌측 4개 우측 3개로 목표치에 딱 맞게 생겼다고 했다.
몸이 약물에도 잘 반응하고 아주 좋다고 하시며 이틀뒤로 시술일을 받고 진료실을 나오는 마음이 너무 가벼웠다. 마지막 자가주사인 오비드렐만 저녁 9시에 정확히 맞고 이제 시술일의 운명에 맡기면 되는 상황이었다.
초음파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금까지 원하던 대로 딱딱 난포도 잘 커지고 시술일도 잘 잡히니 아기도 너무 잘 생겨서 쌍둥이가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단 한명이 좋긴 하지만 쌍둥이가 생긴다면 우선 차도 큰 차로 바꾸고 집도 큰 곳으로 이사 가야 한다고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키며 남편과 깔깔 웃었다.
이번에 안되더라도 시험관하면 다들 1,2차에 임신 된다하는 카더라 통신도 많이 듣고, 이제 아기가 생기는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난포를 터트리기 위해 맞는 마지막 자가주사인 오비드렐은 고날에프보다 더 바늘도 굵고 용량도 많아서 조금 더 아팠다.
하지만 병원에서 긍정 에너지가 생겨서인지 힘들지 않았다.
제발 이번에 성공해서 시험관까지 넘어가지 않길...
기다림이 더 길어지지 않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