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 그게 뭐라고

하면 불편하고 안하면 서운한

by 세번째 삶

오늘은 내 마흔아홉 번째 생일이다. 이제 12시가 넘었으니 어젠가. 그리고 만으로 치면 마흔여덟번째라고 해야 하나. 아침에 몇 군데의 병원에서 생일 축하 문자가 왔다. 예전에 많던 멤버쉽 카드에서 문자가 오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다 정리해서 그나마 조용하다. 이제 단골은 병원만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리라. 그렇게 조용한 생일 아침을 맞았다.


예약해 둔 건강검진이 오후 3시라서 어제 저녁부터 오후까지 내내 금식했다. 수면 내시경을 하려면 보호자가 와야 한다기에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오후로 잡았다. 그러고는 하릴없이 밥을 굶고 있느라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 있었다. 그냥 아침에 혼자 가서 하고 올 걸, 몇 번이나 생각하면서. 그래도 어제 저녁 남편이 끓여준 미역국에 밥이라도 먹었으니 생일 아침 못 먹었다고 서운할 것은 없다. 또 생일날 미역국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매년 낯선 사람들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받는 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낯선 사람이라는 것은 나와 친하지 않은, 그저 카톡으로 일을 주고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친하게 안부를 묻는 사이도 아니건만 불쑥 축하 인사를 받으면 어찌해야할지를 몰랐다. 몇 년간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작년 생일이 지나고서 설정을 바꿔버렸다. 지금은 어떻게 설정을 변경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무튼 내 생일이 프로필에 뜨지 않도록 했다. 그랬는데도 여전히 다른 사람의 생일은 내게 표시가 되었다. 모르는 척 하기 편하게 서로 안 보이도록 할 수는 없는 건가.


밥 굶고 다시 누운 아침나절에 글쓰기를 함께 하는 동학들의 단톡에 생일 축하 인사가 올라왔다. 그 인사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다. 몇 명 안되는 모임인데 그 안에 한 사람이 나와 생일이 같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프로필에 뜬 그의 생일을 보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다른 사람들도 주르륵. 나랑 생일이 같네요,라고 쓰려다가 그냥 나도 생일 축하한다고 톡을 보냈다. 역시나 아직 친하지 못한 사이고 어색한 가운데 주는 생일 축하 인사가 그도 무척 어색했으리라. 그의 답에는 몸둘 바를 몰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내게 하는 인사가 아닌데도 뭔가 불편했다. 인사를 안하기도 뭐해서 나도 한마디 하긴 했지만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찾아보니 내 프로필에는 생일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고 이제라도 설정을 풀어야 하나 하다가 그것도 우스워서 그만두었다.


낮에 걸려온 시어머님의 전화. 저녁을 함께 하자는 말씀에 요즘 때가 때라서..하고 말끝을 흐리니 잠시 후에 집으로 오셨다. 우리 가족 네 명의 생일 축하 봉투를 가지고. 우리 가족, 나와 아이 둘은 모두 양력으로 10월생이고 남편은 음력으로 10월생이다. 올해는 추석이 일러 남편 생일과 막내 생일도 보름 차다. 어머님은 따로따로 챙기기 힘드니 한번에 챙겨 주시곤 한다. 같이 밥 먹기 어려우니 선물이라도 사라시며. 봉투를 받아 놓고 건강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갔다.


위내시경으로 보니 위험한 것은 없지만 염증이 있어 조직 검사를 위해 조금 떼어냈다고 한시간 후에 물이나 음식을 먹으라고 했다. 벌써 오후 다섯시. 어제 저녁을 먹고 난 뒤로 거의 스물두시간이 지났다. 상처고 뭐고 빨리 집에 가서 미역국에 밥말아 먹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팥죽이 먹고 싶었는데 내시경 핑계에 남편이 사온 팥죽으로 밥을 대신했다.


허겁지겁 저녁을 차리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나자 기진맥진이다. 맥없이 쓰러져 있다보니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그러고 보니 친정 식구들에겐 톡도 한번 없다. 나도 가끔 오빠 생일을 건너뛰곤 하지만 동생도 아무 말 없는 걸 보니 내 생일인 줄 모르는가 보다. 낯선 이들에게 받는 축하가 싫어서 지웠더니 가족들도 모르는 건가. 카톡에 알림이 사라지면서 가족들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는 생일이 된 것이다.


왠지 조금 섭섭하다. 엄마가 계셨더라면 축하 전화 정도는 하셨을 텐데. 이럴 때면 내가 이제 고아라는 걸 새삼 알게 된다. 그까짓 생일이 뭐라고, 하면서도 세상 불편한 인사치레를 가장 가깝다고 여기는 가족에게조차 받지 못하니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어제 저녁 남편이 케이크를 사자는데 4일 후면 큰 아이 생일이니 그때 사자면서 그냥 왔더랬다. 그거라도 사올 걸 그랬나 싶었다. 나도 이제 늙는 건가. 밤 12시가 다 되도록 요란하게 내 생일을 축하해 주는 건 네이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