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특별함으로 채우기
나는 지금 멕시코에 가는 비행기 안이다. 스페인어를 배워 멕시코에 취업해서 살러 가고 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소 2년을 생각하고 있고 정해진 기간이 없기 때문에 보고 가고 싶은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친구들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점심 저녁으로 약속을 매일 잡다가 몸살감기에 걸렸다. 몇주를 내리 약속을 잡았는데도 못 보고 온 친구들이 있다. 떠나는 날 아침에는 다들 어떻게 기억하고 이륙 전에 많은 친구들이 연락을 줬다. 평생 안 돌아올 것도 아닌데 그렇게 눈물이 주륵주륵 났다.
다 울고 일기도 쓰고 10시간도 더 남은 비행을 위해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엔칸토를 봤다. 배경이 콜롬비아여서 멕시코 가서 보려고 아껴뒀는데 마침 있길래(!) 스페인어 더빙으로 봤다. 주인공 미라벨은 각자의 특별한 능력이 주어지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가족들 중 유일하게 마법을 받지 못했다. 그게 꼭 나 같아서 몰입하면서 봤다. 나도 특별한 재능이 없다. 누구는 그림을 잘 그리고 누구는 숫자에 강하고.. 눈에 띄게 잘하는 것이 있는데 나는 그게 없다고 생각해서 대학 입시 때도, 이력서를 쓸 때도 머리를 쥐어짜서 특기란을 마지막에 겨우 써내곤 했다.
어느 날 가족들의 마법이 약해지고 마법으로 만든 집이 무너지는데 그때 미라벨이 가족들을 위기에서 건져낸다. 마법이 아닌 미라벨의 세심함과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들은 서로의 고충을 볼 줄도 모르고 털어놓지도 못했지만 미라벨은 그걸 발견하고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마법이 없다는 이유로 미라벨을 차별했던 할머니는 하늘이 가족에게 보내준 건 마법이 아니라 너였고, 네가 가족을 지켜주었다고 고백한다.
미라벨은 마법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미라벨 자체가 기적이었던 게 아닐까?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고 어루만지는 세심하고 착한 성품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귀하고 특별한 것이니까. 그리고 정말 마법처럼 가족들의 마음을 치유했다.
나는 나에게 있는 사람들이 내가 받은 기적인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세상을 사랑하기에 내가 가진 것들로 도우며 살고 싶다. 혼자서 행복한 건 정말로 의미가 없다.. 이런 것들을 나의 성격, 지향점일 뿐이지 누군가 하지 못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그것 때문에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찾아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나에게 너의 그 마음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재능이라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난 외모가 뛰어난 것도, 능력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내 성정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는 것 또한 기적 같은 일이 아닐까? 그 사랑이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니까 좋아해 주는 나의 어떤 면모들은 결국 그대들이 만들어 준 것들이다.
친구들의 사랑으로 중요한 걸 알게 되었다. 특기는 재능이 아니다. 나만의 특별함이다. 아무나 못하는 걸 잘하거나 제일 잘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고유함에서 시작된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 하나 없고 한 사람 한 사람 누구나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 그 강점들은 모두 귀하고 세상에 더 나은 강점은 없고 다른 강점이 있을 뿐이다.
이제 더 이상 나는 생활기록부에서, 이력서에서 특기란을 보기 좋은 단어로 채우지 못한다고 해서 내 가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 그런 내가 갖고 있는 마음. 그것이 특별함이다. 세상의 기준에서는 마법이 없고 평범한 미라벨이 가족과 마을을 구한 것처럼 스펙도, 능력도 아닌 같이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분명히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내 사랑이 의미 있음을 보여주는, 내 존재의 증명이다. 이제는 나의 특별함을 내가 증명할 차례이다. 멕시코에서 사랑으로 내 가족을, 친구들을, 세상을 살리는 일을 찾아야지.
2024.08.19
멕시코행 비행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