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목록을 접어 서랍에 넣기

미움이 나를 갉아먹기 전에

by onandon

모두를 용서하고 싶다. 아니, 사실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하고 싶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내 인생에 나타나 나에게 피해를 주고, 나를 힘들게 한 자들이 한 명 씩 늘어난다.

아마도 내 첫 증오의 대상은 고등학교 시절 나를 왕따시켰던 뚱돼지 패거리.

두 번째 증오의 대상은 육아휴직 중이던 나를 기어이 권고사직 시킨 내 첫 직장 상사들. 그리고 회사생활에서 만난 크고 작은 빌런들, 그리고 가장 최근의 마지막 증오의 대상은 나를 배척하고 탐탁치않아 퇴사하는 순간마저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고 내 뒷통수를 때리고 퇴사해버린 상사, 그리고 그녀를 뒤에서 조종해 나에게서 기회를 앗아간 한 때는 친했던 직장 동료.

어느 날 부터 잠을 자려고 누우면 그 억울한 생각들이 머릿 속에서 자동 재생이 되었다. 밤 새 잠을 못이룬 날도 있었고 정신과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고 항우울제를 먹기도 했다. 그리고 내 얼굴은 웃음기를 잃고 굳어갔다. 도저히 웃어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한 없이 낮아진 텐션은 올라올 줄을 몰랐다. 남들도 느낄만큼. 웃지 않고 심드렁하고, 심지어 냉소적인 나를 누가 좋아할까? 누가 편안해할까?

20대 초반의 나는 밝았었다. 통통 튀고 순수하고 또 발랄하고 용기있었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에 익숙해지면서부터 나는 퇴사하고 싶었다. 너무 숨이 막히고 답답했다. 타고 나기를 윗사람 비위 맞추는 것을 잘 못하고 표정에 기분이 다 드러났다. 상사들의 입안의 혀처럼 구는 이들은 연차가 찰 수록 승승장구하며 승진을 거듭하고 나는 사람들간의 관계가 질리고 환멸 날 때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을 주기로 이직을 반복했다. 물론 이직하면서 점점 더 나은 월급과 더 큰 조직으로 가긴 했지만 어쩌면 도피성 이직이었을 것이다.

잠을 못이루고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이런 저런 사건과 억울한 감정들. 이제는 그만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다 내 성장과 또 인생에 반드시 필요했던 일로 삼고 용서하고 싶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조금 더 나 스스로와 그리고 타인과 지낼 때 편안하고 싶었다. 아 그런데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거더라. 눈을 감고 나는 그 사람들을 용서합니다 라고 말을 하자마자 아니 ? 내가 왜 그것들을 용서해야하니. 잘못도 없는 나한테 그렇게까지 대한 그 사람들을. 내 입장에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고 나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던 그 사람들을? 라고 내 안의 복수녀가 나와 마음에서 소리친다. 아니야, 그 사람들 덕에 지금의 내가 있는거야. 지금의 나는 더 단단하고 산전수전 겪어서 더 깊어졌고 세상 돌아가는걸 좀 더 알게됐다고. 앞으로 같은 실수들은 더는 하지 않을거야. 그 교훈을 준 경험이라고 치자.

다음 이직에 앞서 이번 한 달은 용서의 주간으로 삼아 그들을 용서하고 내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고, 나를 사랑하는 노력을 더 많이 해볼 것이다. 글쓰기도 그 일환이 될 것이다. 매일 매일 글을 남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