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위한 프롤로그.

by 구자

짠! 올해 크리스마스는 처음이지?

무엇이든 처음이 즐겁다. 크리스마스도 처음 스타트를 끊어 즐기는 자가 더 오래~ 더 찐하게 즐길 수 있다.

10월 24일인 오늘, 점심 음악 방송으로 캐럴이 흘러나왔다. 일하다가 음악 방송을 듣고는 ‘캬, 선곡한 저 친구, 뭘 좀 아는 친구일세!’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그의 센스에 박수를 쳐 주었다.


10월의 캐럴은 매우 어색할 일이다. 하지만 10월에 캐럴을 듣는 자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 줄 아는 재주를 가진 자일 가능성이 100%다. 더 이상 쉬어 갈 빨간색 연휴가 달력에 없어서 슬픈 10월, 일상의 퍽퍽함이 찬 공기에 더해져 피곤이 갑절로 느껴지는 10월의 어느 날, 남들보다 더 빠르게, 그 누구보다 제일 먼저 캐럴을 들으며 이른 크리스마스를 맞이해보기를 권한다.


나는 대략 20여 년 동안 남들이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못할 시기인 9~10월쯤부터 혼자만의 크리스마스 맞이를 하며 가을, 겨울을 보내왔다. 이 이야기는 그동안 내가 남몰래 크리스마스를 즐겨왔던 방법들에 대한 기록이다. 누군가에게는 잉? 스러울 수 있고, 별나 보일 수 있을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D-100일 전부터 즐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나의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이벤트 없이 평범하게 지나간 해가 대부분이었다.


맞다.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별 것 아닌, 어제와 똑같은 오늘에 불과한 평범한 날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크리스천도 아닌 무교인이다. 그럼에도 내가 크리스마스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는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의미 이상을 넘어,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12월 31일, 한 해를 잘 마무리했다며, 그리고 1월 1일에는 한 해를 잘 보내겠다며 저마다 다양한 형태로 조금 특별한 일상들을 보낸다. 내가 크리스마스를 다른 이들보다 더 빠르게 즐기는 이유는 연말을 아쉽지 않게 보내기 위해서이다.


잠이 들어 눈 뜨고 나면 하루 만에 쓱- 지나갈 연말이 아쉽지 않도록, 그리고 나의 크리스마스가 비록 어제와 똑같은 평범한 오늘일지라도 그 하루가 서글프지 않도록 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은 바로, 크리스마스 100일 전부터 이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것이다.


D-100일부터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면 우리의 연말은- 더 긴 여운으로, 찐한 감동으로 빛날 것이다. 또한 일 년 동안 달려온 스스로를 충분히 토닥여줄 시간적 여유를 얻을 것이다. 혹시라도 남았을 한 해의 아쉬움들을 뒤돌아보지 않고 쿨하게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한 해를 기약하는 에너지를 가득 얻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일 년 동안 고생한 나의 따듯한 연말로 가기 위한 연결 다리인 셈이다.

크리스마스 100일 전,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전한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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