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Weekly 연재 - 당신 안의 썸띵 ①
[본격생활예술프로젝트] 예술하자 Let's ART
Weekly 연재 (2017.8.)
당신 안의 썸띵 ①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죠?” 일면식이 있을 뿐인 질문자는 단지 내가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부러움의 시선을 머금고 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대체로 이렇게 시작한다. “저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질문자는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당신은 왜 쓰고 있는지 물을 수 있다. 또한 무엇을 근거로 당신을 ‘작가’로 부를 수 있냐고 따질 수도 있다. 물론 아직 그러한 사람은 없었지만 만약을 대비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그거야 내가 자꾸만 글을 쓰니까요.”
무언가가 되는 것은, 무언가를 하는 것은 사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이키의 슬로건이 그렇듯이 “Just do it!" 그냥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나는 특히 예술이 그렇다는 것에 동의한다. 예술의 사전적 정의 중 두 번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 이러한 예술에 대한 정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단 ‘아름다움’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표현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나 결과물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학창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 때 엄마가 예쁘게 칼집을 내어준 문어모양의 소시지나 손님이 왔을 때 깎아놓았던 토끼 모양의 사과, 그리고 여름이면 간혹 볼 수 있었던 나무 모양으로 썰린 수박. 그 모든 것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예술 활동이 될 수 있다.
샤워를 하면서 흥얼거리는 아빠의 노래 소리와 퇴근길의 휘파람이 들어줄만 했다면 그것 또한 예술일 수 있고, 장난꾸러기 막내가 크레파스를 들고 벽지에 이렇게 저렇게 휘갈겨 놓은 낙서가 어느 날 문득 의미심장해 보였다면 그것 또한 예술일 수 있다. 사실 이 세상 모든 활동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이미 일정 부분 예술가임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 생활예술의 역사는 우리의 생각보다도 훨씬 뿌리가 깊다. 하지만 지금 그 배경을 하나씩 살펴보지는 않을 것이다.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 역시 수많은 학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대신에 나만의 무언가를 생활에서 표현한다면 그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자 하며, 이러한 사실을 스스로 발견해낸 한 명의 예술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줄리아 카메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가 힘차게 살기를 바란다.
스스로에게 선택권이 있고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글쓰기는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
글쓰기는 활동적인 명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삶을 살피고,
더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맞다. 글쓰기는 예술이다.”
그녀가 이렇듯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사람들은 그녀를 단지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아내로 기억했다. 그녀가 스콜세지 감독의 대표작인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그녀가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 스콜세지와 이혼하게 된 그녀는 슬럼프에 빠져 알코올에 의존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녀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였다. 그렇게 서서히 그녀는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이 이미 ‘아티스트’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예술은 진정한 인간성을 찾게 해준다.
진정한 인간성을 찾기 위해 우리는 모두 예술을 할 권리가 있다.
즉 우리는 모두 글을 쓸 권리가 있다.”
-줄리아 카메론
그녀는 자신의 깨달음과 내적인 변화를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다. 줄리아 카메론의 창조성 워크숍은 처음에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현재에는 전 세계 2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곳에는 화가, 작가, 음악가처럼 창조성을 필요로 하는 전문 예술가뿐만이 아니라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 삶이 답답한 직장인,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주부 등 다양한 일반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워크숍을 통해 변화를 경험했는데, 그 중 하나의 방법을 소개하자면 ‘모닝페이지’를 들 수 있겠다. 이것은 그녀가 알려주는 글쓰기 방법 중 가장 쉬우면서도 심오한 방법이다.
“모닝페이지는 우리의 삶을 목격한다.
그것은 영적인 길잡이와의 의식적인 접촉을 증가시킨다.
또 내적 검열관을 약화시켜서
우리가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면서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든다.”
모닝페이지를 하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세 장의 종이를 준비하고 철저히 의식의 흐름에 따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적는다. 잘 쓰고자 하는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 대신에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그저 그것을 종이 위에 옮겨 놓을 뿐이다. 소소하고 진중하기도 한 내용들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때로는 뒤죽박죽인 형태로 종이 위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직면하고 자신에 대해서 알아간다. 이것은 ‘아티스트’로서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으며 그 결과물이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티스트로서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형편없는 아티스트가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줄리아 카메론
이러한 작은 예술 활동은 내 안에 가득한 생각들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줄리아 카메론이 제시한 또 하나의 방법 ‘아티스트 데이트’를 통해 당신은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갈 수 있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오직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놀이처럼 즐기면서 어린아이 같은 자신 안에 있는 아티스트를 키워가는 행위이다. 예를 들면 해질 녘 바닷가를 거닐거나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것들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오롯이 채워주며 스스로와 데이트하는 것. 이러한 자유로움을 통해 사람들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갈 수 있다. 또한 가슴 깊이 억눌려 있던 감정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줄리아 카메론이 제안하는 이러한 방법들은 ‘나’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게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스스로를 알게 되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제각각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채워가는 ‘아티스트’가 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티스트, 가수 이상은도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뮤지션, 화가, 작가로 바쁘게 활동하면서 뼛속까지 예술가의 기질을 타고난 저를 사람들은 토털 아티스트라고 부릅니다. 늘 영감과 창조성에 목말라하며 미국, 영국, 일본 등을 순례자처럼 떠돌던 저에게 줄리아 카메론이 제시한 <아티스트 웨이>는 사막의 우물처럼 다가왔습니다. 알 수 없는 벽에 부닥쳐 상처를 입고 쓰러질 때마다 매일 아침 흰 노트에 나만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써내려갔고, 시간을 쪼개 내 안의 또 다른 아티스트와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자신이 꼭 하고 싶은 것이 음악이건 그림이건 글이건 춤이건, 두려움 때문에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는 첫발을 떼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아티스트 웨이>를 권합니다. 어쩌면 당신의 인생이 크게 바뀔지도 모릅니다.” -가수 이상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예술가가 될 수 있죠?”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줄리아 카메론의 힘을 빌어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글을 쓰라고. 당신이 ‘무작정 그냥 쓰는’, 이 엄청난 용기를 낸다면 (감히) 당신은 이미 작가이고 예술가이다. 그렇게 새롭게 발견하게 될 무언가가 우리는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동안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당신 안의 ‘썸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