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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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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 Mar 04. 2024

[에세이] 플롯에 관한 고찰


언니, 그 얘기는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았어?


동생이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이런 저런 일상의 수다를 떨 때조차 맥락을 생각해야 하는 걸까? 마음이 조금 답답해졌다.


사실 나는 '플롯(글의 구조)'에 익숙한 유형의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저 떠오르는대로 자유롭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말라르메라는 시인의 시와도 같달까. 하나의 사유를 중심으로 파편화되는, 정확한 문장도 이루지 않고, 앞뒤 맥락이 없는듯한 그의 시처럼... 나 역시 그렇게 사유하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스토리텔링을 1년간 배우고 졸업을 하고 나서도 난 여전히 나의 작법을 바꾸어야 하는 걸까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떠오르는대로 적는 것이 편안하고 좋은데... 꼭 그렇게 치밀하게 구조를 세워야 하는 것일까.


굳이 '안티플롯'을 향해가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조차도 너무 플롯적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모든 글에는 자신만의 플롯이 유기적으로 살아숨쉬는 것은 아닐까? 그것을 현대에서 너무 정형화된 플롯으로 다듬어버린 것이고 말이다.


모든 생명체가 자신만의 생명 구조를 지니고 있듯...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열해버리는 자유기술기법에서조차도 벗어난... 그 글만이 가진 고유의 플롯.


나는 어쩌면 편안해지고자하는 핑계로 그러한 유동적인 플롯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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