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당신은 밀떡파 아니면 쌀떡파?

by 해든



" 그 날 나는 맛있는 떡볶이가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더니 더 맛있어져 나오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불은 떡과 불지 않은 떡의 식감의 차이랄지 '즉석'의 대략적인 의미 같은 것도 어렴풋하게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밖에서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음식을 함께 먹는 일의 단란한 기쁨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

이 글은 요조가 쓴 책 '아무튼 떡볶이' 중 일부다.

작가는 어릴적 엄마와 분식점에 가서 떡볶이를 사 먹던 날을 회상한다.

아이가 먹던 퉁퉁 불은 떡볶이를 맛본 엄마는 주인에게 다시 해달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즉석떡볶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그 날 작가는 아마도 떡볶이의 맛보다 엄마와 하나의 음식을 함께 먹었던 그 순간의 감정들이 더욱 선명할 것이다.

어른과 아이의 입맛은 다르니까 모두 맛있는 걸 먹기 위한 방법으로 아이는 돈까스가게에서 돈까스를 어른들은 아구탕을 따로 가서 먹는 방법을 택했던 요조의 부모님.

작가는 타의든 자의든 함께 먹는 즐거움 대신에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맛있게 먹는 선택을 해야 했겠지만 그날의 떡볶이 만큼은 엄마와 머리를 맞대고 맛있게 먹었던 음식으로 기억하는 걸 보면 누군가와 함께 먹는 음식은 그 맛 이상의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음은 확실한 것 같다.


떡볶이는 떡볶이 먹을래? 하면 싫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눈앞에 보이면 몇 개 정도는 집어 먹게 되는 그런 음식이기도 하다.

떡볶이지만 떡은 싫어해서 어묵만 골라 먹는 사람도 있고 꼭 라면사리가 들어간 라볶이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쌀떡이냐 밀떡이냐 까지 고민해야 한다.

엄마는 참 다양한 간식거리들을 직접 많이 만들어 주셨지만 이상하게도 떡볶이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아마도 방앗간에서 뽑아 온 가래떡의 심하게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았던지라 해 주셨더라도 좋아하지 않았을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밀떡파! ^^


내 인생 떡볶이의 시작은 학교앞 문구점에서 샵인샵 개념으로 철판 하나 올려 두고 만들어 팔던 떡볶이였다.

오로지 떡만 넣고 적극적인 단맛과 소심하고도 극소량의 고춧가루 맛으로만 승부를 보던 한개에 얼마씩 받고 팔던 떡볶이였고 중학교에 가서야 떡볶이 국물과 튀김의 조화가 그렇게나 맛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고서

용돈은 하교길 떡볶이와 튀김세트를 사 먹는데 모두 탕진했으며 그 뒤로도 분식점에서 한창 유행하던 냄비에 보글보글 끓여 먹던 즉석떡볶이를 친구들이랑 자주 먹으러 가곤 했었다.

굳이 떡볶이에 대한 잊혀지지 않는 추억 하나를 더 들추어 내자면...

초등학교 때 친구집에 놀러 갔을 때 친구 아빠가 직접 만들어 주셨던 떡볶이였다.

건어물 가게를 하던 친구네 집 2층 다락방에서 네모 난 전기후라이팬에 보글보글 끓여 주셨던 떡볶이는

아이들이 매울까봐 그러셨는지 간장 떡볶이였다.

건어물의 비릿한 내음이 가득했던 그 다락방에서 먹었던 떡볶이는 맛도 참 좋았지만 피곤이 가득한 눈빛으로도 무척이나 자상하셨던 친구의 아빠가 더 오랜 기억으로 남아있다.


배달앱을 켜보면 떡볶이 가게가 정말 많다.

극강의 매운맛을 내세운 떡볶이도 많고 요즘은 로제떡볶이도 인기다.

할매 이름과 함께 무시무시한 빨간색을 두르고 오로지 매운맛의 고통 이외엔 무슨 맛인지 도통 알수 없는 떡볶이.

너무 쫀득해 턱이 아플 정도로 두툼한 쌀떡볶이.

이름은 예쁘지만 이상하게 떡볶이 같지 않은 로제, 바질크림 등등의 떡볶이들.

사실 떡볶이라 이름 붙여진 것들은 대부분 오로지 떡볶이이기에 맛있다 생각할수 있지만 그래도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으론 좋아하지 않는 것들도 있게 마련이니까.

딱히 어떤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1인분을 큰 주걱 하나로 떡과 어묵 갯수를 신기하게도 딱 맞게 담아내는 신공을 보여주는 시장표 혹은 학교 앞 떡볶이는 누구에게나 추억의 맛일 것이다.

달달하고 맵지만 쫄깃한 떡하나에 어묵하나를 순서대로 집어 먹다가 귀하게 얻어 걸리는 양배추나 대파 한 조각이 또 반갑다.

재료가 가득 들어간 홈메이드 스페셜 떡볶이도 좋지만

그래도 어정쩡하게 서서 어묵 국물 옆에 두고 포크로 콕콕 찍어먹는 그 감성의 맛은 아마도 못 따라 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