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엄마는 정말 짜장면이 싫었을까

by 해든

오랜만에 언니들을 만나서 백화점내에 있는 중식당엘 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놀랐다.

짜장면 위에 전복이 올라와 있는걸 보니 비쌀만도 하구나 생각했지만 그러고보니 동네중국집도 예전의 그 서민적 느낌의 가격보다는 많이 오르긴 했다.

외식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긴 하니까.


중국집에 대한 첫기억은 지나다니는 시장 골목에 위치해 있었는데 길게 드리워진 발을 밀치고 들어가면 벽이 온통 하얀색 타일로 된 내부가 나타났다.

외식이 흔치는 않았던 시절, 짜장면은 정말 특별한 한끼의 외식이 될수밖에 없었는데 면이 보이지도 않게 윤기가 쪼르르 흐르는 달달하고 새까만 마법의 소스가 덮히고 그 위에 올라간 완두콩 몇알과 오이채.

맛은 기억나지 않아도 밖에서 들려오던 시장통의 소음들과 짜장면을 비벼 주시던 엄마의 유난히 하얗던 손과 가게안을 감싸던 기름냄새 같은 것들은 희미하지만 낡은 70년대 흑백사진이 되어 오래도록 기억속에 머문다.


이사를 하고나니 집 바로 앞에 중국집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오전수업만 있던 날은 집에 오면 가끔 엄마가 짜장면을 배달시켜 주셨다.

나는 나눠먹고 싶었지만 엄마는 짜장면을 잘 드시지 않았다.

젊은 날의 엄마는 진짜 짜장면이 싫었던걸까.


짜장면은 중국 산둥 지방의 작장면이 그 유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달달하고 건더기가 들어간 형태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기름기가 많고 자극적인 맛 탓인지 나이가 들면서 멀리하게 되었고 시대도 변해서 예전의 그 인기순위에선 밀려났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짜장면은 다양한 맛과 형태로 변신을 해오고 있고 또 어떤 세대에겐 여전히 향수와 추억을 불러오는 소울푸드일 것이다.

특별한 날에도 힘들었던 날에도 어쩌면 그 한그릇으로 더 즐거워하고 혹은 위로 받았던 추억속의 순간들을 사람들은 쉽게 잊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잘못해서 혼을 내셨지만 풀죽은 자식에게 혼자만 살짝 사 주셨던, 이사를 하고 도배풀 내음이 가득하던 바닥에 앉아 새로 살게 될 집에서의 기대감을 잔뜩 안고서 신문지 깔고 먹던 그 한그릇의 짜장면이.


같은 기억을 공유할수 있는 세 자매는 짜장면 위의 전복을 보며 그 옛날 짜장면위에 올려져 있던 완두콩과 오이채를 동시에 떠올리지 않았을까.

작가의 이전글떡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