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양식집의 꽃은 함박스테이크지
'옛날에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주시던 그 맛이네요.
잘 먹고 갑니다'
자주 가는 여행지에 있는 조그만 동네식당인데 저렴하고 푸짐한데다 맛까지 좋았다.
중년의 여사장님이 직접 만드신다는 함박스테이크는
어릴적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그 맛의 기억을 소환하게 하는데.
직장인이었던 큰언니가 우리들을 데리고 간 곳은 녹색 줄무늬 차양이 드리워지고 창문이 예뻤던 경양식집이었다.
가게를 들어서면 풍겨오던 갖가지 향신료들의 익숙치 않은 냄새들이 더 신기하고 설레던 순간.
돈까스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함박스테이크의 부드럽고도 행복한 맛을 제대로 맛 본 날.
말수가 적고 무뚝뚝했던 오빠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시내까지 날 불러내어 사줬던 함박스테이크.
건물 최고층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스프와 후식까지 잘 나오는 꽤 폼나는 곳이라 기분이 설레었고 아이보리색 앙고라 벙어리장갑까지 선물로 받아 무척 이나 행복했던 어느 겨울날이었다.
돌이켜보면 막내가 무슨 벼슬이라도 된 것 마냥 나는 늘 그렇게 언니오빠들에게 많은 걸 받고만 자랐던것 같다.
가족 중 누군가의 졸업식날이었던거 같은데 철판에 지글거리며 올려져 나온 함박스테이크를 처음 드셔 본 엄마는 그 느낌으로 엄마만의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어주셨다.
처음에는 고기입자가 굵고 많이 치대지 않아 부드러운 맛은 부족했고 소스를 잘 모르셨을테니 그냥 달달한 케첩에 조려주셨는데 그것도 어찌나 맛있었는지 온 가족의 최애 메뉴였다.
점점 엄마의 솜씨도 발전해서 떡갈비에서 함박이 되어갔고 모양도 더 크고 도톰해졌다.
경양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함이 있던 시절
특별한 날, 특별한 만남
경양식이라고 하면 역시 돈까스를 떠 올리겠지만 나는 함박스테이크가 먼저 생각난다.
돈까스보다는 가격도 더 비쌌지만 동그랗고 도톰한
고기위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소스가 듬뿍 뿌려진 접시가 내 앞에 놓이는 순간 도저히 감출수 없는 표정
포크로도 잘라지는 고기의 부드러움과 소스의 진한 풍미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시간의 기억들!
지금은 질 좋은 소고기로 잘 구워낸 스테이크가 더 인기가 많고 갈은 고기로 만든거 별루지 않냐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함박스테이크는 옛날 경양식 메뉴가 됐지만 나는 여전히 돈까스와 함박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 시절의 나와 그 때의 사람들을 추억하며 혹시 근처에 잘 하는 함박스테이크 집이 없나 검색을 해본다.
집에서 만들어본지가 10년도 넘은거 같은데
직접 만들어볼까 레시피를 찾고 있으니 남편이 말린다.
그래 그게 낫겠지? 그냥 사 먹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