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5월은 푸르고 소풍날의 엄마김밥은 그립다

by 해든

소풍이라는 말은 뜻도 어감도 참 좋은 표현인데 요즘 학교소풍은 현장체험학습이라고 하는 것 같다.

야외로 놀러 나갈때 도시락이나 김밥을 직접 준비해서 나가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소풍'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소풍하면 늘 손꼽아 기다리게 되던 학교때 소풍날 그리고 엄마가 싸 주시던 김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는 날은 동도 트기 전 까만 새벽

주방에 불이 켜졌다.

비라도 올까 조바심에 일찍 잠이 깨서 주방으로 나가보면 엄마는 '날씨 좋다. 더 자라'하시며 손으로는 김밥을 마느라 분주하셨다.

아이들이 많은 집은 소풍가는 달에는 두세번은 점심도시락으로 김밥을 싸갈수 있었다.

요즘처럼 흔하게 김밥을 사서 먹을수 있는 시절은 아니었으니 김밥은 사실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기도 했다.

덤으로 김밥도시락을 싸가는 날 교실에서 먹는 김밥 맛 또한 색달랐다. 친구들과 나눠먹다 보면 정작 내입에 들어가는건 몇개 되지 않았지만ㅎ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의 즐거움.

주황,초록,노랑,분홍의 색들이 옹기조기 모여 어찌나 예쁜지 그리고 그 위로 뿌려진 통깨와 확 풍겨오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갔다.

소풍날에는 아빠가 특별히 백화점에서 그 시절 귀했던 바나나와 초콜렛도 사다 주셨지만 나는 항상 김밥이 가장 맛있었다.

엄마의 김밥은 작아서 먹기도 좋았고 알차고 예쁘게 잘 싸셨다.

김밥속이 보이지 않게 도시락속에 김밥을 세워 넣어 온

어느 친구의 김밥속엔 단무지만 들어 있었다.

어떤 사정이 있었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어린 마음에 속상할수도 있었을텐데 그 친구는 밝고 명랑했다.

참 멋진 친구였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손 많이 가는 준비를 하셨겠지만

도시락에 김밥을 층층이 옮겨 담으며 어머님들은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에 힘든줄도 모르셨겠지.

그 마음을 그 땐 알고나 먹었었나 모르겠다.

요즘은 김밥집이 워낙 많아서 사 먹어도 되는게 김밥이긴 하지만 비슷한 재료가 들어가도 절대 같은 맛일수가 없는게 집에서 만든 김밥이다.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정성껏 만든 음식은 좀 부족해도 이상하게 사 먹는것과는 다른 것 같다.

그 알수 없는 마법의 조미료 같은 한스푼의 힘이

갖가지 특별한 재료들을 이용해서 능숙한 솜씨로 말아내는 김밥전문점의 프리미엄 김밥을 이기기도 한다.

누구에게든 어릴적 엄마가 싸 주시던 김밥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재료는 비슷해도 맛은 천차만별인 김밥

한번쯤은 사지 말고 싸야 할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