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다 추억의 힘으로 집어드는
최근 몇년새 베이커리 카페가 아주 많이 생겨나고 있다.
카페에서의 커피와 빵의 조합은 자연스런 하나의 문화가 됐고 그저 동네빵집이나 슈퍼에서 사 먹던 단순한 간식이었던 빵은 이제 종류도 아주 다양해지면서 소비와 관심 또한 크게 증가했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요즘은 빵지순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여행을 가면 반드시 그곳의 유명한 빵집을 들르는 것이 인기 관광코스처럼 유행하고 있다.
빵은 역시 단팥빵이지 라며 어딜가나 단팥빵을 먼저 고르는 남편과 달리 나는 소금빵이나 깜빠뉴 혹은 고소한 페스츄리 같은 담백한 빵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크림이 듬뿍 든 달달구리가 당길때도 있고 가끔은 옛날
도나스나 고로케가 먹고 싶을때도 있긴 하다.
옛날에는 시장안 혹은 동네에도 도나스집이 꼭 있었다.
지금은 유명브랜드의 도넛들에 밀렸지만 어릴 적 기억에 하얀설탕을 골고루 묻힌 기름냄새 좔좔나던 도나스의 그 맛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한입 베어물면 확 올라오던 야채와 후추내음 가득했던
고로케도 참 맛있었다.
간식거리도 레트로 트렌드의 물결을 타는지 요즘도 꽈배기전문점은 여기저기 보인다.
맛으로 따지면 요즘 나오는 다양하고 화려한 디저트와 빵들과 도넛이 더 맛있겠지만 도넛을 도넛이라 부르지 못하고 크로켓을 크로켓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옛날 어린시절 추억속에 함께 담겨진 도나스와 고로케에 새겨진 각인된 맛 때문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사실 나의 가장 추억의 디저트 1호는 밤과자다.
상투과자라고도 하는데 요즘 빵집에선 보기가 드물다.
있더라도 맛이 별로인 경우가 많은데 얼마전 부산 기장쪽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베이커리 카페에서 우연히 정말 맛있는 상투과자를 만났다.
내가 어릴적, 엄마는 부업으로 집에서 매듭공예를 하셨다.
솜씨가 꽤 좋으셨던지 작품을 만들면 시내 백화점 옆에 있던 매듭공방에서 가져가곤 했다.
어느 일요일에 작품 하나를 급하게 공방에 가져다 줘야 했는데 아빠가 나가시는 길에 나를 심부름꾼으로 딸려 보내셨다.
빨간 체크무늬외투에 흰 털모자를 눌러 쓰고 가게에 들어서니 주인아줌마와 일하던 언니들이 엄청 반기며
예뻐해 줬다ㅎ
그 중 한 언니가 바로 옆 건물에 있던 풍차그림이 그려진 빵집으로 날 데려갔고
고소한 빵내음이 가득했던 그곳에서 크고 부드러운 상투과자를 하얀종이봉투에 가득 담아 내손에 쥐어주었다.
아빠는 약속이 있다시며 날 버스에 태워 보내셨는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밤과자 봉지를 조심스레 안고 먹고 싶은걸 꾹꾹 참으며 집까지 갔다.
밤과자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크고 부드럽고 하얀 밤과자는 처음이었다.
그날을 떠 올리면 딸을 혼자 버스에 태워 보내며 한동안 걱정스레 버스정류장에 오래 서 계시던 아빠의 모습도 떠오른다.
상투과자는 겉표면이 거칠고 속은 퍽퍽하고 달기만 한 것 같지만 진짜 잘 만든 상투과자는 크기도 크고 손만 대도 바스러질 정도로 부드러워서 안과 밖이 거의 비슷한 식감에다 속은 아주 촉촉하다.
아빠도 참 즐겨 드시던 과자라서 자주 사다드리곤 했었는데 오랜만에 참 맛있는 상투과자를 맛봤다.
옛날 입맛이라 놀리면서도 남편은 여기 상투과자가 다 있네 하면서 얼른 집어든다.
단팥빵은 요즘 입맛이고? ㅋㅋㅋ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주는 사람
가끔은 남의 편인가 싶다가도 마음 따뜻해지는 이유다.
늘 맛보단 추억의 힘으로 집어들던 상투과자였는데
다음엔 맛있는 상투과자 사러 다시 한번 가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