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미와 외로미

나의 친구들

최근 매주 일요일 저녁 1시간 30분씩,

4회의 심리서적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두 번째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은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가슴을 쳐보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어진 뜻밖의 주문.
“그 아이에게 이름을 붙여주세요.”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그 감정을
‘뭉치미’라고 불렀다.


그간 답답하고 힘들기만 했던 마음에
처음으로 이름이 생긴 순간이었다.


네 번째, 마지막 시간.
선생님은 김정규 교수의 GR3 감정카드를 꺼내
현재의 나, 과거의 나…
어떤 모습이든 ‘나’를 표현하는 감정 세 가지를
골라보라고 하셨다.


내 손에 담은 카드는 세 장.
‘애틋하다’와 ‘억울하다’—슬픔의 큰 감정선 안에 있는 단어들.
그리고 뜻밖의 ‘신나다’라는 긍정의 감정 하나.


그때 알았다.
내가 그렇게 내 인생에 화가 났던 이유는
결국 깊은 슬픔 때문이었다는 것을.
신나기도 하고, 웃기도 했던 나조차
어딘가에서는 늘 슬퍼하고 있었다는 것을.


선생님과의 대화를 이어가던 중
내 안에 깊게 또아리 틀고 있던
커다란 외로움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살포시,
그 아이에게 또 하나의 이름을 붙여본다.
‘외로미’.


힘겹고 지치기만 했던 내 인생에
‘뭉치미’와 ‘외로미’라는 이름을 건네며
나는 조금씩 깨닫는다.


이 감정들 역시
내가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그리고 하염없이 즐거운 순간조차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던 나에게

이제는 슬픔도, 기쁨도

마음껏 느끼라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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