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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Apr 25. 2023

일주일 만에 부상을 입었다 -1

일주일 만에 부상을 입었다

첫 일주일은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들로 온 요가원이 가득했다. 팔이고 다리고 안 아픈 곳을 찾을 수가 없이 온몸이 아팠다. 근육통이었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근육통을 피해 갈 수 없을 만큼 강도가 높았다.


하지만 기뻤다. 근육통이 아파 신음하면서도 온몸으로 웃고 있었다. 일상에 대한 걱정과 의무감, 죄책감 없이 온전히 수련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요가와 명상에만 집중할 수 있다니 감격스러웠다.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고 싶었던 갈증도 해소되는 것 같아 날아갈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첫 일주일간 과잉 흥분, 열정 과다 상태로 수업에 임했다.


수업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수련 중에 다친 게 아니라는 점이 너무 어처구니없었다. 개인 방마다 자물쇠가 있는데, 가방과 요가매트, 텀블러를 한 손에 들고 남은 한 손으로 잠그려다가 그만 찝혀버렸다. 순식간이었다. 아! 하고 손을 들여다봤는데,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자물쇠 마감이 너무 날카로워서 자물쇠에 손을 베인 사람이 여럿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손가락 좀 베였다고 수련을 빠질 수야 없지!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간 약봉투에서 메디폼을 찾아 야무지게 붙이고 수업에 들어갔다.

나비효과였다.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요가동작을 하려다 보니 손목이 나가버렸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운다고, 손가락 쪼매 다친 거 조심한다는 게 손목을 날려버릴 줄이야... 하타수업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아쉬탕가 수업이 문제였다. 몸의 정렬을 맞출 새도 없이 너무 빠르게 동작들이 이어지고, 가차 없이 몰아붙이는 스파르타 수업이었다. 중간중간 동작들을 건너뛰며 따라갔음에도 너무 무리였던 모양이다. 사태가 심각했다. 손목 돌리기는커녕 숟가락을 드는 것도 힘들었다.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웬걸..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었다. 파스를 바르기도 하고, 붙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구석에 앉아 수업을 눈으로만 구경했다. 나도 함께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서 함께하지 못하니 마음이 울적했다. 그제야 앨리스의 심경이 조금 이해가 갔다.


앨리스는 미국에서 온 여차친구였는데, 수업 첫날부터 배탈이 심하게 나는 바람에 요가 수업 때마다 멀찍이 뒤에 앉아 눈으로만 구경했다. 그동안은 내 동작에 집중하느라 보이지 않던 앨리스의 마음이 그제야 느껴졌다. 단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뿐, 정확히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는데 동병상련의 처지가 되고 나서야 이해가 갔다. 


다음 날, 더는 울적한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동작들만 따라 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렇게 또 다른 나비효과로, 좌측 골반 통증이 생겨났다. 골반통은 나에게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불러일으켰다. 작년에 요가를 하다가 골반을 다치는 바람에 6개월간 요가를 쉬어야 했고, 지독하게 우울한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간신히 회복하고 난 뒤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요가를 최대한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오래오래 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의 끝에 다다른 곳이 바로 여기, 리시케시였다. 부상 없이 안전하게 요가를 배우고 싶어 찾아온 요가의 고장에서 온몸이 고통으로 신음하니. 정말 아이러니했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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