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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Jul 17. 2023

엄마야 날아라

엄마의 자유와 도전을 상상하며

나는 지금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발차기를 하고 있다. 

잠시라도 멈추면 꼬르륵 가라앉을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에 쉼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이 많은 일들을 혼자 해왔던 걸까? 이 책임감을 어떻게 감내하며 지냈던 걸까? 군중 속의 고독이 더 외롭다. 혼자일 때의 외로움보다 곁에 사람이 있을 때의 외로움이 더 사무치는 법이다. 나와 아빠가 곁에 있었음에도 홀로 이 많은 일들을 해온 엄마는 외로웠을까? 차마 물어볼 수 없는 질문을 삼켜내고, 엄마는 내가 아니니까 그리 외롭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엄마는 사학과를 나왔다고 했다. 50년대생에게, 특히 50년대생 여자에게 대학진학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서울에 있는 4년제를 나왔으니,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엄마는 공부를 잘했다고 했다. 소녀시절의 엄마, 대학생 시절의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에게 있어 엄마는 희생적인 사람이었다. 내려놓기를 잘하고, 참기를 잘하고, 수용하고 수긍하기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셋째 딸로 자라면서 습득한 성격일지도 모르겠으나, 원가족을 벗어나서도 엄마의 희생과 수용은 계속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 집안형편은 넉넉하지 못했다. 그랬음에도 엄마는 나와 오빠의 교육에는 아낌이 없었다. 당신을 위한 옷 한 벌, 가방 하나 사지 않고, 대인관계를 좁히며 우리를 키우셨다. 


늘 가족들을 위해 당신을 희생하는 모습이 가슴 아팠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무거웠고, 죄책감이 느껴졌다. 엄마가 행복하게, 자유롭게, 신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늘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았다.


나는 자주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뭐 배워보고 싶은 거 없었어?"

"엄마, 나는 엄마가 뭘 하던 다 응원할 거야."

"엄마, 이거 배워볼래?"


극내향형인 엄마는 늘 단칼에 거절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완벽히 갖춰진 상태에서만 시작하고 싶어 하는 완벽주의 성향 탓도 있을 것 같다. 엄마의 흥밋거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설득하다가도, '엄마가 저게 편하다는데 내가 괴롭히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포기하고, 하루종일 누워있는 모습이 마음 아파 다시 설득하고를 수없이 반복했다.


나는 엄마가 유방암과의 조우를 통해 변화했으면 좋겠다.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 스스로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뭘 해줘야 하는지 배우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탐구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고, 시도하고, 난황도 겪고, 성취도 맛보는 그런 경험을 다시 했으면 좋겠다. 이 또한, 내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나는 정말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언젠가 펼쳐질, 엄마의 도전들을 상상하며, 나는 오늘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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