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1편

생애 첫 기억

by 전안나 작가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1편. 생애 첫 기억



나의 생애 첫 기억은 고아원이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고아원, 지금 호칭으로는 아동 생활시설이 나의 생애 첫 집이다.


주소 검색을 해 보니, 그 자리는 빌라가 되었다. 짙은 남색의 둥근 아치형 철문으로 된 고아원 출입문... 고아원 안에는 단체 숙소가 있었고, 교회가 있었고, 어린이집이 있었다.


고아원을 생각하면 공동생활 숙소 , 여자아이들, 화장실, 책상, 소방차,우유 곽이 떠오른다.

아니 고아원, 여자아이들, 화장실, 책상, 소방차, 우유 곽을 보면 고아원이 생각난다고 하는것이 더 맞을까?


내가 살았던 널찍한 방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 여자 아이들이 10여 명 있었다. 언니부터 동생까지 여러 명이 한방을 썼는데, 자다가 밤 12시쯤이면 깨우곤 했다. 이불에 오줌 싸지 말라고 일부러 깨워서 '화장실'에 보내는 것이다. 비몽사몽간에 긴 복도를 따라 줄을 서서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비몽사몽 잠을 자곤 했다.


초등학교 들어가는 언니들에게는 '책상'이 1개씩 배정되었다. 나는 고작 5살뿐이었지만 자기 책상을 가진 언니들이 부러워서 일부러 올라가서 앉곤 했던 기억 조각이 있다.


한 번씩 '소방차'가 왔다. 건물 안까지 들어와서 하얀 소독약을 뿌렸다. 아이들은 소독차를 쫒아가며 달리기를 했다. 소독차 아저씨는 쫒아온 우리들에게 주머니에 있던 용각산을 한알씩 나누어 주었다. 아주 작은 은색 구슬처럼 생긴 매운 용각산을 우리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받아먹었다. 입에 얼른 집어넣고 다시 손을 또 내밀었다. 맛이 이상했지만 더 달라고 졸랐다.

30살이 되던 해에, 어릴 적 살았던 고아원에 전화를 걸었다. “제가 어릴 적에 거기 살았었는데, 찾아가면 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나요? ” 어린 목소리의 직원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어... 저희 부장님이 20년 넘게 근무하고 계셔서, 아마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서류 창고에 있을 것 같아요.” 반가운 마음에 “그분을 좀 바꿔 줄 수 있나요?”라고 했더니 “부장님이 휴가여서, 오늘은 통화가 어려워요”라고 하는 거다.

“메모 남겨 드릴까요?”라는 상대의 물음에 “아니요. 제가 다시 전화드릴게요”라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걸 때까지만 해도 나에 대한 정보를 찾고 싶었는데,

담당자가 휴가라는 말을 듣자 왜 나도 모르게 안도했을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의 과거 찾기는 5분 만에 끝나 버렸다.


내 이름은 안나이다. 그리고 나는 주영이다.

그게 나의 시작이다.

(브런치 연재 후 출간 계약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 연재는 매주 목요일 주1회, 13회간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