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운동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좋은 선생님의 자질
만약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이 나의 베스트헤어스타일을 찾는 것과 같다면, 좋은 운동 선생님은 실력 있는 미용사를 만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믿을 만한 주치의를 두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나는 여태껏 다양한 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선생님을 만나 보았다. 그 결과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운동 선생님의 기준이 생겼으며 1시간짜리 체험 수업만으로도 괜찮은 선생님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결이 생겼다.
내가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전문적인 자질이 충분한 사람이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가르치고 있는 운동을 스스로 잘해야 하며 누가 보아도 운동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는 탄탄한 몸도 갖추어야 한다. 또 전문 용어를 구사하며 동작을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약간의 카리스마로 내 운동 능력 이상을 끌어내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선생님의 호통에 혼자서 운동할 땐 결코 버틸 수 없었던 강도와 지속 시간이 가능해지기도 하니까.
그런데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전문적인 자질은 분명 운동 선생님이 꼭 갖춰야 할 자격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정말 좋은 운동 선생님은 회원 개개인에 관한 관심이 있었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무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개체로 인식하고 개별화된 접근을 해주었다.
요가나 필라테스를 할 때 몸 정렬이 잘못되면 오히려 몸이 더 삐뚤어질 수 있다. 따라서 목표한 동작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자세를 정확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자세 교정은 1:1 개별 수업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룹 수업에서도 한 명 한 명 정성껏 살펴봐 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다. 나는 그런 선생님의 수업이 좋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필라테스 센터에는 특히 인기 있는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이 선생님 수업은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개시되자마자 10초 만에 마감된다. 나 역시 이분의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바로 느낌이 왔다. 이분은 찐이다, 앞으로 이 선생님 수업을 우선으로 예약해야겠다!
선생님은 첫 수업에서 신입인 나를 제외한 다른 회원분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계셨다. 손으로는 A 회원의 자세를 고쳐주면서도 눈으로는 나머지를 스캔하며 “B 회원님, 허리 꺾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또 누가 평소 어디가 안 좋고 어떤 동작이 잘 안 되는 지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C 회원님은 무릎이 안 좋으시니, 무릎 아래 스티키 매트 두 장 더 깔고 하세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D 회원님, 이제 척추 분절 잘하시네요.”처럼 칭찬도 개인이 발전한 부분에 대한 것이니 이는 자연스럽게 회원들의 동기부여로 이어지게 된다.
나는 이 선생님의 필라테스 수업을 받으며 내 본업인 교사 생활을 뒤돌아보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었을까.
대학 다닐 때 교육학 교수님이 우스갯소리로 “학생들은 1. 외모가 출중한 선생님, 2. 교과 내용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 3. 재밌고 웃긴 선생님을 좋아한다.”라고 말씀하셨다. 틀렸다. 내가 보기에 아이들은 자기 이름 외워주고 자기에게 관심 가져주는 선생님을 제일 좋아한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학생!"이 아닌 자기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아무리 엄격하고 무서운 선생님이라도 자기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선생님은 아이들에겐 좋은 선생님일 것이다.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일주일 안에 전교생 이름을 다 외워야지, 올해는 좀 더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기울여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필라테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른다.
“수연님, 오른손 말고 왼손 드세요!”
앗, 부끄럽다. 당장은 수업에 집중하는 좋은 학생이 먼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