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필라테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흉곽 호흡이라 불리는 필라테스 특유의 호흡법이다. 이것만 잘해도 배가 쏙 들어간다고 필라테스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정말 집중해서 제대로 해보면 이 호흡만으로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필라테스 흉곽 호흡은 기본적으로 코로 숨을 들이쉬고 입으로 내쉰다. 숨을 들이쉴 때는 갈비뼈를 앞뒤 양옆으로 동시에 확장했다가, 숨을 내쉴 때는 코르셋을 입은 듯 갈비뼈를 꽉 쪼아야 한다. 내가 처음 필라테스를 시작했을 때는 이 호흡법이 잘 안 돼서 힘들었다. 그러나 매시간 갈비뼈 양옆에 손을 올리고 내 흉곽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며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체화되었다. 이젠 모든 필라테스 동작을 할 때 자연스럽게 흉곽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출 때가 있다. 너무 힘들어서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필라테스 선생님은 그럴 때일수록 더 호흡에 신경 쓰라고 말한다. 선생님께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가르쳐주셨다. 체지방이 분해되어 몸 밖으로 빠져나갈 때 어떤 방식으로 나가는지에 관한 것이다. 체지방은 탄소(C)와 수소(H), 산소(O)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수소(H)와 산소(O)는 물(H₂O)이 되어 땀이나 오줌으로 배출이 되고, 탄소는 이산화탄소(CO₂) 형태로 날숨을 통해 배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땀이나 오줌, 즉 액체로 배출되는 양보다 이산화탄소인 가스로 배출되는 양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러니 호흡을 잘 뱉을수록 몸에 불필요한 지방이 더 잘 제거된다고 한다.
숨 쉬는 것. 평소엔 너무나 당연하게 하고 있어서 아무런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이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면 숨을 잘 쉬는 것은 비단 운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마인드 컨트롤이나 감정 코칭 관련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조언 중 하나가 바로 심호흡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누군가에게 화가 날 때 10초 정도만 심호흡하며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경우가 많다. 여전히 화가 난다고 할지라도 화의 강도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조금 별개의 얘기일 수 있지만 내 친구 중 오랜 기간 흡연을 해온 사람이 있다. 힘들 때마다 담배를 찾게 된다는 그녀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녀가 말하기를 담배는 눈에 보이는 한숨 같은 거라고 했다. 입에서 내뿜는 하얀 연기를 볼 때 자신의 근심이나 걱정 따위도 자기 안에서부터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한숨 돌리자’라는 관용어도 비슷한 의미이다. 해야 할 일이 백만 개 쌓여 있는 상황에서도 숨 좀 돌리고 일을 시작하면 훨씬 낫다. 끊임없이 진격해 오는 일 더미 속에서 숨도 쉬지 않고 일한다고 해서 그 일이 늘 잘 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오히려 실수가 생길 수도 있고 마감 기한이 한참 남은 일에 미리 손댔다가 업무 방향이 바뀌어서 일을 다시 해야 하는 때도 있다. 특히 성격이 급한 나는 의도치 않게 이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 나의 새해 다짐 중 하나는 ‘내일 할 일을 오늘 하지 말자!’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강도 높은 운동도, 내 감정 표현도, 내 일 처리도 한숨 돌리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