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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Oct 30. 2024

브런치 작가가 되고 1년 후...

평범한 게 제일 어려워

정확히 1년 전 오늘,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이은경 선생님의 글쓰기코칭 덕분에 한 번에 철커덕 합격할 수 있었고 그날의 기쁨은 다시 생각해도 참 놀랍고 감격적이다. 게다가 내 생일에 받은 합격 소식이라니 이것은 끼워 맞추려야 끼워 맞출 수도 없는 신기한 마법이었다. 그렇게 1년간 정말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썼다. 브런치북을 2개 운영할 때에는 때론 매주 글을 써내야 하는 게 벅찰 때도 있었지만 불타는 정신력으로 연재요일을 꼬박꼬박 지켜냈다. 이은경 선생님께서는 작년 11월 정기모임에서 1년 후 글 100개를 완성해오라는 숙제 아닌 숙제를 내주셨었다. 1년간 100편이면 한 달에 9편 정도, 1주일에 2편 이상은 써야 한다는 인데 1주일에 한 편 쓰기도 덜덜덜 겁이 나는데 2편을 써도 모자라다니 큰일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 썼다고 선생님이 검사하실 것도 아니고 우리 동기들이 뭐라 할 것도 아니며 그 누구도 나를 타박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오기였는지 그 100편의 목표를 꼭 이뤄내고 싶었다. 그것은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닌, 나와의 약속이자 나의 가능성과 한계를 시험해 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생각했다. 딱히 무모하거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보이기에 내 의지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결국 난 지켜냈다. 100편 이상을 써냈고 난 목표를 가지면 그것을 해내는 사람이란 뿌듯함에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이은경선생님은 인스타와 블로그도 놓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글쓰기와 관련 없는 사진과 이야기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한 가지 주제를 분명히 하여 인스타를 키워가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리고 뼈아픈 말씀이지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평범한 사람으로서 어떤 성공을 이뤄내려 하기엔 이미 잘난 분들이 곳곳에 너무나 많이 계시기에 그들을 따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의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결국 성공의 길을 가게 된 분을 롤모델로 삼아서 그분을 따라 해 보라는 말씀이었다. 그랬다. 대학졸업 후 회사생활 9년을 하다 아기엄마가 되었고 그렇게 난 11년을 쭉 주부로만 살았다. 인스타 계정은 있으나 사진 몇 개뿐인 구독자 16명의 죽어가는 SNS였다. 가족, 친구들과 카톡이나 전화로 수다 떨고 오프라인에선 지인들과 종종 커피나 브런치 타임을 가지곤 했던 아줌마. 집에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다 피곤하면 잠시 소파에서 눈을 붙이고 아이가 오면 이것저것 챙겨주기 바쁜, 그냥 평범하고 흔한 가정주부였다. 취미라고는 교육 유튜브나 재미있는 드라마 추천받아 OTT로 몰아보기,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정도였다. 때로는 따분하고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괜찮기도 한 하루하루였다. 딱히 불평이 있지도 않은 평온하고도 조용한 그런 날들이었다.


그런데 브런치작가가 되고 1년이 지난 오늘, 나는 많은 면에서 달라졌다. 인스타에 꾸준히 독서기록, 필사기록, 브런치글에 대한 기록 등을 남기면서 구독자도 2천 명 가까이 늘었고, 그러면서 서평을 내가 직접 신청하지 않아도 출판사에서 직접 의뢰가 꽤 들어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서평신청을 해도 떨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는데 이제는 받는 입장이 되다니,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사건이 9월에 생기게 된다. 출판사 대표님께 공저모집 참여 제안을 받은 것이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코미디 같은 글을 읽으시고 내 팬이 되셨다는 것이 러브콜을 하신 황홀한 이유였다. 대표님께서 1인 출판사를 올해 만드시면서 이벤트형식으로 공저작가 5인을 모집하시는 공고를 인스타에 띄우신 것. 내게 원고지 30페이지 정도 되는 글을 응모해 당선이 되면 바코드가 찍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가 되는, 그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근데 나는 따로 써놓은 글이 없었고 새로 써서 내기에는 마감일까지 시간이 촉박해서 대표님께 브런치글을 제출해도 되냐 여쭈어보니 괜찮다 하셔서 가제에 얼추 어울릴만한 글들을 모아 보내드렸다. 며칠 후 대표님은 공저로 내가 뽑혔다 하시면서 몇 주 후에 계약서를 보내주셨고 계약서를 든 내손은 덜덜 떨렸다. 내가 책을 낼 거라고는 상상을 한두 번 해본 적은 있지만 아주 먼 미래에 일어날 일, 혹은 그냥 이렇게 브런치에 글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기에 큰 욕심이나 바람이 정말 없었다. 그래서 더 당황스럽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나 빨리 무슨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온라인 예약판매가 지난주부터 시작되었고 드디어 배송이 시작되어 지인들에게 오늘 책을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한다. 사실 나도 어제 책을 받아봤고 아직 공저님들의 글을 다 읽어보지 못해서 독자님들과 똑같이 궁금한 입장이다. 아무튼 1년 전의 나는 주부였고 지금의 나는 출간작가다. 내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나 또한 이런 극적인 변화는 버킷리스트에도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고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자 진실이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남들에게 보이는 무언가를 꾸준히 놓지 않고 하고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주어진다고 믿는다. 상상만 하는 건 그냥 기억에 머물고 마는 것이지만 행동을 직접 취하는 것은 실재를 눈앞에서 보여주는 것이기에 하고 안 하고는 진짜 하늘과 땅차이의 결과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2025년의 내 생일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건 또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나는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게으름 부리지 않고 해나 가보려 한다. 브런치 글쓰기, 독서, 필사, 북스타그램 운영하기. 이 네 가지를 베이스로, 살아가면서 또 어떤 흥미롭고 재미난 세상이 펼쳐질지 기대하며 고대하며 성실히 아가보련다. 감사한 마음 가득 품고 다시 또, 미련하리만치 묵묵하게 내 길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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