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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Nov 06. 2024

나도 잘할 수 있는 게 있다고요!

주부가 되고 집에서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다 가끔 지인들과 식사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그때 주로 오가는 대화는 대부분 아이 엄마이기에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이야기가 메인이 되고, 남편, 시댁, 건강, 요즘의 생각들을 나누게 된다. 이런저런 대화들을 신나게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묵은 스트레스도 풀리고 굳었던 입도 풀리면서 이래저래 즐거운 느낌이 남는다. 하지만 1%로의 가시지 않는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까 차라리 안타까움이라고 설명해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나라는 사람을 다 보여주고 오지 못한 이상야릇한 갈증이 있었. 나는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들을 남들에게 보여주거나 표현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럼에도 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이상한 심리가 있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의 장점을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고 내가 떠벌리지 않아도 내가 잘한 일들을 알아서 상대가 칭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어쩌면 그동안은 아이를 그럴듯하게 잘 키워낸 것에 대한 주변에서의 호의적인 이야기들과 부러움 섞인 말들에서 내 업적 아닌 업적에 내심 흐뭇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얻어낸 것들이 내 공인 것처럼 뒤에서 으쓱한 마음에 내가 한 일처럼 뿌듯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양심'이란 것이 있기에 여타 동물들과 다르다 칭하는 아닐까. 나도 내심 그 영광은 나의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것임을 알고 있었나 보다. 내 귀한 자식의 기쁜 일이라 행복하고 감격스러운 감정이 드는 것이 당연할 텐데 아이 그림자 뒤에서 호호호 웃고 있던 나는 그게 진짜 나의 일은 아니라는 것을, 내 성취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언가 부족하다 느낀 1%.  나는 내가 직접 얻게 되는 그 무엇이 참 필요했다. 자식의 이야기 말고 내 성취를 가지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쟤는 주부니까'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걸 제일 잘하겠지,라는 당연한 시선과 의식이 어느 날부터 내게 심한 갈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잘 몰랐다. 그 바람이 정확히 어떻게 해야 풀리는 지를. 나도 무언가 내 것을, 내 스토리를 말하고 싶은데 당연하게 나라는 사람을 엄마로 인식하는 그들의 눈빛이 나를 더더 목마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으로 해소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몰랐다. 오히려 마음의 요동을 잠재우고 차분하게 주부의 삶을 살도록 나를 자꾸 억누르고 가만히 있으라고 타일렀다. 잠을 청하는 밤에 밀려드는 답답한 나의 기도를 고요 속에 조용히 묻히도록 만들었다. 자꾸만 요동 치는 나를 달랬다. 이건 타락하는 거라고 말했다. 엄마, 아내의 모습을 벗어나는 나의 삶을 상상할 수 없었기에 이런 발버둥은 일탈로 치부했다.


이래 봬도 사실 나도 잘하는 게 많다.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기, 배려하기, 맞장구치기, 이야기 잘 들어주기, 함께 웃고 울어주기 등등. 근데 어째 이건 모두 눈에 보이는 어떤 '성취'가 아니다. 이런 거 잘한다고 어디다 내 입으로 말하기도 뭐 한, 주관적인 것들이라 남들이 '어, 너 안 그런데?' 하면 끝날 것들이다. 상대가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 주면 다행인 거지만 안 해주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그런 부분을 어쩌면 인정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역할, 주부로의 역할로 인정받는 것 말고 거기에서 똑 떼어져 나온 벨라라는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이해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누가 알아주는 게 삶에서 그렇게 중요한가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알아주길 원해서 잘 살고 싶다기보다는 열심히 살다 보니 내 노력을 알아주는 건 행복한 일 아닐까? 내 입으로 '이렇게 잘난 사람입니다' 자랑한다는 것도 아니고, 잘한 점알아봐 주는 이가 있다면  고마운 일 아닐까.


근데 내가 잘하는 것도 인정받을 기회가 왔다. 바로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스토리에서의 '댓글''좋아요' 하트버튼이 그것. 읽은 책에 대한 평이나 일상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공감의 댓글이나 감사하다는 말들에, 그것이 때로는 관습적이고 영혼 없는 일지라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브런치는 더 깊고 긴 댓글들로 내 글에, 내 마음에  귀 기울여준다는 느낌에 묵직하게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자존감이 상승하는 것을 느낀다. 오롯이 나만의 온전한 모습으로 이해와 공감을 받으니 목말랐던 1%에 대한 아쉬움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는 사람들을 만나도 굳이 인정받으려 하지 않게 되었다. 글을 씀으로 인해 나에겐 아군 같은, 다정한 친구 같은, 친절한 동료 같은 사람들이 곁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결국은 글쓰기가 나의 간절한 무엇을 채워주었고 좋은 사람들을 사귀게 해 주었으며, 잊을 수 없는 든든한 기억들을 꽉꽉 채워주었다. 잃은 것은 없고 이렇게 얻은 것만 많아도 될는지 모르겠다. 알면 행하라 했지. 글쓰기의 감사함을 깨달았으니 쓰자, 계속 써나가자. 그러면 나에게 큰 복이 오리니. 더불어 이 글을 읽는 분들께는 더욱 커다란 복들이 가득하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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