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할 책 사진을 찍으러 책과 카메라를 들고 건물 뒤 작은 공원이자 놀이터로 나왔다. 그곳엔 아이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엄마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별것 아닌 일에 신이 나 있었고 엄마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번씩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두리번거리다가 사람이 없는 맨 가장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오늘은 어떤 문장을 소개할까 표시해둔 부분들을 천천히 다시 읽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가을볕이 따뜻하게 내 자리를 비췄다.
아! 오늘은 이거다. 소개할 문장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가을 햇살도 익살스럽게 프레임 안으로 끼어들었다.
사진을 찍고 잠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다 문득 책을 읽고 책을 소개하는 것이 내 직업이라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보다 훨씬 더 가난해졌고 훨씬 더 불안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너무 좋으니까. 그 좋은 책을 붙들고 있는 것이 내 일이니까.
어쩌다 나는 책을 좋아해서 점점 가난해지는 것인지 가끔은 원망스럽지만 결국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