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을 꼬박 달려 도착했다. 늘 그랬듯 문 앞에 도착하는 순간 열리는 문.
"귀신이야 귀신 정말."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겁이 많지만 사랑도 많은 고양이 두콩이가 일찍부터 우리(나와 동생)를 반겼다. 엉덩이를 높이 들어 자신이 얼마나 나를 반기는지 표현해 주는 사랑둥이다. 윤복이, 두부, 통키, 치치, 보리 순으로, 자신들의 속도대로 우리를 알은 채 하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언니는 항상 보리차를 먼저 내어준다. 목을 축이는데 많이 힘들었지? 하며 어린아이 달래듯 물었고 나는 얼마 전 겪었던 조금 힘들었던 일에 대해 이랬다 저랬다 이야기했다. 나를 걱정해 주는 고마운 마음에 아직도 조금 남아있던 상흔이 조금 더 흐려지는 듯했다.
점심을 두둑하게 먹고 , 언니가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마시고 뜨개질을 하며 그동안 공유하지 못한 서로의 일상을 나눴다. 때론 웃고 때론 걱정하고 때론 위로하며 각자에게 필요했던 마음을 챙겼다. 두둑하게.
어느새 우리의 마음이 가득 널브러져 있는 테이블 위로 고양이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었다. 잠시 머물다 다시 제자리로 가는 아이도 있고 다 뜬 뜨개 모자 위에 올라가 식빵을 굽는 아이도 있고 엄마에게 무릎을 내어달라 조르는 아이도 있고 우리가 먹는 빵을 달라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아이도 있다. 그 모습들이 너무 귀여워 올 때마다 쓰다듬는다. 언제 만져도 보드라운 고양이의 털.
언니의 집은 어디를 보아도 미소 짓게 된다. 오늘은 천장을 보며 웃었다. 호빵맨이 열기구 사이를 날아다닌다. 속으로 호빵맨 노래를 불렀다. 오랜만에 불러보는 노래.
떠나기 전 따뜻한 차까지 내어줘 몸과 마음에 온기를 가득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이 온기를 연료로 하루하루를 잘 보낼 것이다. 언니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