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명상은 '멈춤'

by Ann

잠이 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내 무의식이 안 자고 싶은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을 잘 수 없는 건 하나의 증상이었다. 그때 나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 발버둥 중의 하나가 명상이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수면을 위한 명상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을 틀어놓고 누워 시키는 대로 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명상이 있다는 걸, 아니 명상을 누워서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일기 쓰기, 온라인 심리 상담, 달리기, 산책 같은 발버둥이 앞서 있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신기하게 나는 이 명상을 따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온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꼈고 곧 기억을 잃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정말 잠이 들었다. 그토록 원하던 잠이었다.


그 수면 명상은 <내면소통>의 저자 김주환 교수가 만든 수면 명상 영상이었다. 30일 동안 실행할 수 있는 명상 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는 모든 것에서 ‘의도‘를 빼라고 했다. 잠을 자려는 의도를 내려놓으라고 했고, 나는 그의 말대로 자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의 명상 가이드를 따라 하는 것에 몰두했다. 그리고 대부분 잠에 빠졌다.


그 경험으로 인해 나는 눕자마자 수면 명상을 실행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어쩌면 그것에 매달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우면 나를 공포로 몰아넣는 생각들이 몰려오기 전에 명상에 몰입했다. 크게 심호흡을 하면 곧바로 나는 현재로 끌려들어 왔고 명상 가이드를 따라 하다 보면 딴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생각이 사라지고 몸이 이완되니 저절로 잠이 찾아왔다. 결국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던 건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후로 나는 명상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수면 명상은 습관이 되었고 명상에 관련된 가벼운 책들을 발견하면 읽었다. 그러다 알게 된 책이 차드 멍 탄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이다.


명상에 대한 책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책이었기에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절판된 책이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곧 개정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명상이 무엇이길래? 현재까지 내가 읽은 책들을 바탕으로 내린 나의 결론은 명상은 ‘멈춤‘이다. 몸도 정신(생각)도 잠시 멈추는 것이다. 일단, 잠깐, 가능하다면 오래 멈춰있는 것, 그것이 내게 명상이다.


각 잡고 한 것도 아니고, 잘 때만 시도했던 명상이 내게 효과가 있었는가? 물론이다. 생각을 멈추고, 정처 없이 스마트폰 속 세상을 떠도는 것도 멈추고 가만히 누워 호흡에, 내 몸에, 어떤 감각에 집중하는 것, 그것의 반복은 내게 훈련이었다. 그 훈련으로 인해 도둑맞았던 집중력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한동안 제대로 완독 한 책 한 권이 없다는 것에 나는 놀랐다. 한 번에 여러 권을 읽는 습관 때문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나는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 같다. 그것 또한 하나의 증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꾸준한 수면 명상이 집중력 훈련이 되었고 몇 달 동안 한 권도 완독 하지 못했던 나는 두 달 동안 7권의 책을 완독 했다.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생각이 떠오를 때 멈춤.

어떤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을 때 멈춤.

화가 날 때 멈춤.

내가 나를 힘들게 할 때 멈춤.

판단이 어려울 때 멈춤.

수시로 멈춤.


빅터 프랭클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된다.”
고요하고 맑은 마음이 하는 일은 그 공간을 넓히는 것이다. 이런 주의력을 훈련시키는 방법이 소위 ‘마음 챙김 명상’이라는 것이다. 존 카밧진은 마음 챙김을 ‘특별한 방식으로, 즉 의식적이고 비판단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 정의한다. 그러니까 마음 챙김을 한다는 것은 판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베트남의 유명한 선사 틱낫한은 마음 챙김을 ’ 자신의 의식을 지금의 현실에서 살아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시적인 말로 정의했다.

-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본문 중에서 -


집중해 읽는 것을 하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할 때 당연히 글도 쓰지 못했다. 특히 이렇게 긴 호흡의 글은 더더욱 쓸 엄두도 내지 못했다. 죽기 살기로 종이에 토해내는 글만 쓸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내 생각을 오래 붙들고 그것을 정리하면서 글로 풀어내보고 있다. 버벅거리고 있지만 하얀 화면이 까맣게 채워지는 걸 보니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든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는 명상을 강력하게 권하는 책이다. 방법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명상을 권하는 이유다. 그 이유 때문에 나도 명상을,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명상의 최종 목적이 바로 친절해지기 위함, 선을 실천하기 위함이라는 것. 친절이, 선이(자애심) 결국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것.


나도 나를, 예민하고 두려움이 가득 찬, 성난 야생 동물 같은 나를 길들이고 싶다. 예민함과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뾰족하게 성난 마음을 둥글게 만든 후 이 세상에 친절해지고 싶다.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해지고 싶다. 내 명상의 최종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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