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A Mar 19. 2021

순차가 동시보다 어려운 이유

순차 통역의 어려움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동시통역 엄청 어렵죠?

어렵다. 어렵긴 한데 또 연습을 하다 보면 나름 실력도 늘고 재미도 있다. 그런데 순차 통역 어렵냐고 묻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순차 통역은 일반적인 통역 메커니즘이고 특별한 기술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순차 통역의 기술로 노트 테이킹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통역을 보조하는 수단이니 순차 통역의 핵심 기술이라 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나 싶다.


통대에서는 순차 통역을 먼저 배우기 시작하고 통역을 나중에 배운다. 처음에는 동시통역이  어려우니 끝판왕처럼 나중에 가야 마주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느끼게 되는  가지.


진짜 끝판왕은 순차 통역이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순차 통역인 것 같다. 통대에서도 순차 통역이 쉬우니 먼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순차 통역이 더 어려우니 2년 내내 배우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순차 통역과 동시통역의 요율도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다. 아, 물론 경우에 따라 순차 통역이 더 낮은 경우도 있지만 그건 통역 상황의 중요도나 난이도 차이에 따라 조정된 것이지 절대 순차 통역이 더 쉬워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도 막 동시통역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교수님께서 순차든 동시든 요율은 같다고 말씀하셨을 때 놀랐다. 왠지 동시통역이 더 어려워 보이고 그러니 더 높은 요율일 거라 생각했다.


순차 통역이 동시통역보다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청중이 내 말에만 귀 기울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청중이 통역사의 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동시통역은 화자와 통역사가 거의 동시에 말을 하니 청자가 통역에만 귀를 기울이려 해도 배경음처럼 화자의 말이 계속 들리기 때문에 통역에만 집중하기가 은근히 어렵다. 그런데 순차 통역은 통역사만 말하는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에는 모든 사람이 통역사의 말에 집중한다. 그러니 통역사는 더 긴장된다.

그렇다고 동시통역은 대충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동시통역은 몇 초만 통역이 안 나와도 마치 방송 사고처럼 뒤에 있는 부스를 쳐다보게 된다.

다만 어쨌든 통역을 하는 시간 동안 청자가 통역사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건 동시통역보다 순차 통역이다 보니 그만큼 부담감도 커진다.

메모리 해야 하는 시간이 길다.

동시통역은 화자가 말한  적어도 1-3 사이에 통역이 바로 나온다. 그래서 어렵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뇌의 단기 기억이 기억해야 하는 부담은 조금  하다. 하지만 순차 통역은 경우에 따라  분의 분량을 기억해야 하기도 한다. 화자가 통역사의 존재를 잠시 었거나, 흐름이 끊기는 것이 싫어 계속 이어 말하는 경우다. 후자는 통역사의 존재를 너무  알아 통역사가 충분히  전달하겠지 하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순차 통역에는 노트 테이킹이 있지만, 노트 테이킹에 완전히 의지하려 하는 순간 내가 쓴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노트 테이킹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인 이유다.

나만의 기호와 요령도 중요하지만 그때그때 흐름을 읽으며 머릿속에 기억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이밖에도 순차 통역의 경우에는 동시통역 보다 완벽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의 통역이 요구된다. 동시통역은 ‘동시에’ 진행된다는 특징 때문에 부득이하게 문장 구조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더라도 조금 용인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연설문이 미리 제공되는 경우는 예외가 되겠지만.

순차 통역은 그런 핑계를 댈 여지가 없다. 그저 제대로, 유려하게 통역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긴장이 된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순차 통역. 더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순차 통역이지만 할 때마다 새롭고 긴장이 된다. 언제쯤 순차 통역의 긴장도 즐길 수 있는 때가 오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한국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