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5 첫째의 붉어진 눈시울과 코로나

공부가 뭐길래ᆢ

by 강산

코로나로 인해 구정 이후로 모든 일상이 멈췄다.
당시 확진자가 열명 스무 명이었지만 너무나 불안하여
첫째는 그때부터 모든 학원을 올 스톱시켰다.

첫째가 5학년이 된다.
코로나로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니
그동안 유지했던 리듬이 깨질 것 같아
집에서 수학 문제집 단 한 권만 한 단원씩(3~4장 정도)
풀도록 했다.

"어떤 사람은 문제집 5~6권을 하루에 각각 몇 장씩도 풀게 한대. "

여러 권 풀지 않고 수학 한 과목만 푸니
불만 갖지 말고 그 정도는 해야 하다는 의미로 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이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너무 불쌍해. 그 아이 얼마나 힘들까.. "


라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난 왜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을까.

첫째는 원래 잘 안 우는 아이다.
나에게 아무리 혼나도 안 울고
별 일이 있어도 안 우는 아이인데
왜 그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졌을까

내가 그동안 공부로 힘들게 했나...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사실 첫째는 아가 때부터 책에 관심이 많았고
아가임에도 한 번 앉아서 집중하면 한 시간 이상 집중했었기 때문에
나나 애아빠가 기대를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기대가 버거웠나 싶기도 하다...

"학교도 안 가는데 어느 정도는 해야지 않을까?
그럼 너는 쉬는 동안 뭘 가장 하고 싶니?"


"누워서 빈둥거리면서 책이나 읽으면 좋겠어."

역시나 첫째 다운 대답이다.
초2 때 101권짜리 만화 삼국지
6개월 만에 10회가량 읽어서 금방 다시 중고로 팔 수 있었다.

지난달 말 최근 핫한 두 권짜리 삼국지를 주문해 주었었다.
책이 택배로 온 날,
빨리 뜯어달라며 좋아서 펄쩍펄쩍 뛰던 신기한 녀석이다.
한 달이 아직 안됐는데 그 두 권을 지금 4회째 읽고 있다.

코로나로 학교도 학원도 안 가는데
공부시키는 것도 나도 힘들고
첫째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까지 보자니
그래 첫째가 원하는 책이나 실컷 읽히자 싶은 생각이 들어

10권짜리 삼국지를 샀다.


코로나로 집 콕하는 동안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삼국지만 완독해도 성공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