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봄과 여름의 문턱에서 내게 내렸다.
그해 봄은 하늘에 뿌려진 별만큼
어디를 올려다 보아도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볼 수 있었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부드러운 향기에 그만 취해버렸다.
흘려버렸던 말이다.
오렌지주스를 좋아한다는 말은.
그 한마디에 언제나 너의 가방 안에는
상큼함을 채워줄 주스가 찰랑거렸다.
입이 짧은 나를 대신해
항상 내 몫까지 먹으며 볼록해진 배를
통통 두들기며 배시시 웃던 너였다.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면서도
내 옆에서 발맞춰 걷다 보면
잎이 빽빽한 가로수사이로 들어온 가는 햇살이
길게 우리 두 사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다르게
너는 언제나 묵직하고 단단하게
내 옆에 있어주었다.
오래 기다렸던 여름이 왔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빠져버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나는 보라색 꽃을 좋아한다.
빨갛고 노랗고 주황빛 꽃다발 속에
한 송이 보랏빛이 인사를 건넨다.
처음부터 널 좋아하지 않았다.
봄과 여름의 문턱에서 쏟아지는 비에
내 심장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너의 다정함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