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죠.
그대를 그리다 지우고 다시 또 그려요.
아련한 기억 속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리다
울퉁불퉁 모난 미움을 가득 채운 찡그린 표정을 그리기도 해요.
어느 날은 달빛이 창문을 타고 넘어와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써보다
감정이 역류하면 울컥 치민 울음을 삼켜가며 그대가 미운이유들을 써 보아요.
어쩌죠.
그대를 그리고 지우다 보니 지우개가 닳아버렸어요.
고치지 않을 것들만 그려요.
맑고 깊은 눈매와 매끄럽고 투명한 피부, 굳은살이 박힌 크고 두터운 손,
말할 때 꿈틀거리는 입술까지.
더 이상 여백이 남아있지 않아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페이지를 넘겨버렸죠.
흐릿한 실루엣이 된 그대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어요.
내 잘못이에요.
부족한 사랑을 채우려 '조금 더'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불안으로 가득 색칠했어요.
섬광처럼 번쩍이던 우리의 사랑도 서서히 햇볕에 삭아버렸죠.
사랑을 깎다 보니 연필을 손에 쥘 수 없을 만큼 작아졌어요.
마지막으로 고치며 남기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아무런 여백도 남아있지 않아요.
빈 구석 없이 꽉꽉 채워 지우지 않으려 했는데 말이죠.
난 그대를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