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하는 시간들

by 가면토끼


카페에 앉아 널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어.

조금 있으면 혼자가 아닌 내가 되니까.

내가 알던 내가 아닌 네가 알던 내가 되는 시간이니까.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니 시간이 나를 부르고 있는 것만 같아.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내가 있는 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어.


홀로 외롭게 물 위를 떠다니는 조각배는 젖지도 앉고 흐르지.


우산 속 나란히 서있는 연인들 사이에 피어나는 물안개가 시야를 흐리고 있어.

내 몸이 가벼워지고 어느새 우산 속 여인의 자리에 내가 있지.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올려다보니 네가 있어.


우산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

빗속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나직이 중얼거리는 듯한 도시의 소리까지.


홀로 외롭게 세상에 떠다니는 영혼은 조각나고 흩어져 비에 쓸려가.


그때 우리가 무슨 말을 했었지?

뿌옇게 시야를 가리던 창문에서 낙하하는 이슬방울 하나, 기다리지 말라 말하고.

손등으로 낙하하는 빗방울 하나, 돌아갈 수 없다 말하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