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night

by 가면토끼



지금은 몇 시쯤일까.


깨고 싶지 않았어.

가만히 누워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눈만 깜빡이고 있었지.


그것만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말이야.

힘겹게 이불을 걷어 침대에 걸터앉았어.


무겁게 내려앉은 익숙한 어둠 속에서 또렷한 반짝임이 발등을 적셔.

내가 어느새 또 울고 있나 봐.

이럴까 봐 눈뜨고 싶지 않았어.


핸드폰 액정화면에 불이 들어와.

통화를 하자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었지.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무표정한 얼굴에도 표정을 입히고 거리로 나왔어.


걷고 있는데 자꾸만 그림자가 날 따라와 두 발을 무겁게 잡아끌어.

이 거리엔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도 많이 흘러넘쳐 뒤를 돌아보기가 두렵기만 해.


이거 놓으라고, 제발 놔달라고 소리치고 발버둥 쳐도 꿈쩍도 하지 않아.

힘겹게 도착한 곳에서 애써 웃음 지으며 괜찮다는 거짓말의 거짓말에 마치 나조차 속아버릴 것만 같아.


술 한잔의 쓰라림보다 너의 이름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더욱 쓰리게 아려와.

그 아픔을 털어 넣어 삼킬 때마다 가슴에 깊은 멍울이 생겨.


다들 나보고 힘내라고 말해.

그런데 힘을 어떻게 내는 건지 모르겠어.


너 하나만 지우면 되는 건데 오류가 난 건지 모든 기억까지 가져가버린데.

지금이 몇 시일까.


이대로 눈을 감으면 아무 일 없었던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어.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