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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Aug 27. 2021

육아하면서 글 쓰는 습관 기르기

매일 쓰는 500자 일기 도전 중 :)

육아맘으로 산 지도 어느덧 1년의 시간이 되어간다.


사실 여전히 모르고 잘 모르는 초보 엄마라 아이와 투닥투닥 시간에 쫓겨 사느라 정신없다. 그런데 투닥투닥하면서도 아이로 인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을 느낀다.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면 되겠지 하던 게 쌓이다 보니 이제 막 임신한 동생에게 조언도 해줄 수 있고(라떼는 말이야...) 우리 아이보다 개월 수가 적은 아이에겐 어떤 게 필요한 것인지 알려줄 수 있는 게 생겼으니 말이다.


물론 여기에 아쉬움도 항상 함께다. 남편과 낚시를 취미로 하는 나에겐 집콕 생활은 정말 참기 힘든 일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임신을 했고, 아들이 태어났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져서 강화된 시스템 속에서 아이와 집콕 모드는 필수였다.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아이를 지키는 거란 생각이 들어서 더 집콕하게 되었다. 그렇게 상황이 진행되다 보니 활동적이었던 나도 산후우울증이 감기처럼 찾아왔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부단히 노력했지만 쉬이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멘탈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는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툭하면 눈물이 났다. 힘겹게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투정도 부리게 되었고, 무언가 하지 못한다는 현실이 나를 고립시켰다. 고립된 상황에서 아이하고만 오래 있다 보니 자꾸만 침울해지고 사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부모님이 곁에 가까이 계시고 시어머니도 신경 써주셨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나란 사람,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로 간 걸까. 하루아침에 달라져버린 현실에 무턱대고 쉬지 않고 달려오다 보니 생긴 우울의 그늘이었다. 



멍하니 있지 말고 하나씩 다시 나를 지키면서 육아하는 법을 생각해봤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글쓰기였다.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할 땐 아이의 동화책을 읽으면서 활자에 대한 허기를 달랬고, 조금 여유로워지는 주말엔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새벽녘 아이와 남편이 잠든 틈을 타서 좋아하는 글을 쭉 써보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마음이 달라졌다. 길게 쓰지 않아도 돼. 하루 한 줄씩이라도 써보자.


매일 쓰던 인스타그램의 육아일기 대신 내 감정을 그대로 적은 한 줄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금씩 후련해졌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매일 쓰는 500자 글쓰기'이다. 매일 마감이 있는 글을 쓰는 게 처음엔 버거울 수 있지만, 마감이 주는 약간의 긴장이 오히려 육아를 하면서 더 신나게 만들었다. 마감이 있는 삶이라니, 육아는 마감이 있을 수 없는데 글쓰기는 마감을 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에너지를 자꾸 만들어낸다. 


벌써 오늘은 5일 차 글쓰기가 마감되었다. 주말까지 쉬었다가 다시 글쓰기가 시작되는데 어떤 글감이 올라올지 너무 기대된다. (너무 기대한 나머지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싶어 올리고 있는 중)


육아를 하면서 글 쓰는 습관을 기르려면 매일 자신의 감정, 생각을 남기거나 올릴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 블로그, 인스타그램도 있지만 난 브런치도 꼭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매일 남기다 보면 이 글이 쌓여서 나의 흔적으로 남는다. 어떤 날엔 써지지 않고 어떤 날은 금방 써지고 글쓰기도 우리의 삶처럼 굴곡이 있다. 하지만 꾸준히 쓰게 되면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근육이 만들어지듯 글쓰기도 근육이 생긴다. 


글쓰기 근육을 꾸준히 키워나가면 500자가 아닌 5,000자도 거뜬히 쓸 수 있는 날이 온다. 물론, 마감이 있으면 더 좋다. 적당한 긴장은 꾸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면서 온전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렇기에 밀도 있게 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고 싶었던 취미나 그림 그리기, 책 읽기 등도 좋다. 잠시나마 나를 위한 시간을 통해 '쉼표'를 제대로 즐겨보자!


<2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나의 하루는 오전 7시 30분, 아들의 기상과 함께 시작된다.

돌이 가까워지니 표현도 더 많이 하고 손 터치도 좀 더 세심해진 아들. 잠든 내 얼굴을 작고 말랑말랑한 손으로 살살 만져주는데, 일부러 난 잠든 척을 한다. 그러면 아들은 옹알이 랩을 시작한다. 엄마엄마엄마(내가 듣기엔)라고 비슷한 소리를 낼 때 눈을 꼭 감으면 다시 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악! 엄마 일어났어~ 눈물 찔끔 아들 손에 쥐어진 머리카락을 보면 마음이 아리지만 환하게 날 보며 웃는 아이를 한 번 와락 안아준다. 안아주고 느껴지는 건 묵직해진 아들의 기저귀. 아침에 가장 먼저 일어나 하는 나의 일, 밤새 싸 둔 아들의 묵직한 기저귀 갈아주기.

기저귀를 갈아주고 오른쪽 어깨에 아들을 들쳐 안고 분유 포트를 눌러 젖병에 가득 분유를 타서 거실 소파 앞 아들 지정석에 눕혀서 젖병을 물려준다. 아리야~ 라디오 틀어줘. 라디오를 틀어 주고 서둘러 아침을 차린다. 아침밥은 늘 간단하게! 계란 프라이, 혹은 미리 만들어둔 도시락 데워두기. 그럼 어느새 아들은 젖병을 다 비우고 식탁 앞에 앉아있는 날 보고 베이비룸을 붙잡고 서서 씨익 웃는다. 아들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반찬삼아 아침밥을 먹는다.

매일 똑같아 보이지만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와의 소중한 하루. 매일 이렇게 평화롭게 웃으면서 잘 컸으면 하는 마음이다.


<3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한 달에 두 번, 육아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지는 날이 있다.

결혼 후 떨어져 지내다 출산 후에 친정 부모님과 가까이 다시 살게 되었다.(친정 찬스는 산후우울증으로부터 날 지탱해주고 있다.) 옷가게 하시는 부모님은 손자가 생긴 후에는 꼬박꼬박 한 달에 두 번 쉬는 날을 함께 보내주려 하신다. 덕분에 집순이인 내가 평소 가고 싶었던 카페, 맛집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화요일이 바로 그런 날이다. 아이와 완벽하게 분리되어 보내는 휴일은 아니지만 아기띠, 유모차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걸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 아빠 차엔 아기 전용 카시트가 설치되어있고 트렁크에는 휴대용 유모차가 늘 실려있다. 애정 표현 잘 안 하고 무뚝뚝한 아빠는 손자바보가 되신 지 오래고 엄마는 오랜만에 갖는 휴식 마음껏 누리라며 아기띠와 유모차에 손도 못 대게 하신다. 그렇게 엄마 아빠의 배려로 나는 비로소 온전한 휴일을 보낼 수 있다.

부모님 덕에 생긴 이 온전한 휴일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건, 휴대폰에 저장해둔 예쁜 카페들과 맛집 리스트! 여기에 읽고 싶었던 책, 다이어리까지 함께 하면 완벽하다. 카페에서 혼자 테이블을 잡고 앉아 책을 보고 다이어리를 꾸미는 시간을 갖는다. 떨어져 앉은 부모님의 테이블 너머로 따사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아들이다.

아들아, 엄마도 엄마의 시간이 필요해!


<4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육아이다.

아이를 낳고 난 후 나의 삶은 180도 바뀌었는데, 그로 인해 나는 하루아침에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엄마가 되었지만 아이와 함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육아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아이를 잘 키울까 어떻게 하면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할까 이런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최근에는 이유식을 거부하는 일이 생겨서 고민에 빠졌는데, 처음엔 억지로라도 먹어야 하나 싶어서 아이에게 이유식 스푼을 들이밀기도 했다. 육아책을 다시 꺼낸 건 이유식을 거부하는 아들이 왜 그런 건지 알고 싶어져서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들이 이유식을 거부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속도에 맞지 않는 이유식이 아니었다 싶다.

그렇게 아들의 이유식 단계를 달리해봤다. 잘 먹는 아들로 다시 돌아왔다. 엄마가 미안해. 네 속도에 맞게 바꿔줬어야 하는데 말이야. 네가 커지면 커질수록 엄마도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가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아직 모르는 거 투성이야. 그래도 너와 함께 엄마도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어. 너를 만난 후로 엄마의 삶은 바뀌었지만 엄마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해.

너로 인해 나의 우주도 점점 완성되어간다고.
너와 함께 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힘들기도 하겠지만
네가 있어 버틸 수 있고, 너로 인해 채워지고 있다고.


<5일 차, 핑크쟁이김작가의 500자 글쓰기>

나의 오래된 규칙은 '매일 메모하기'와 '일기쓰기'이다.

매일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날려버리지 않는 것. 그래서 늘 내 가방 안에는 다이어리와 메모장, 필기구가 항상 들어있다. (남편과 연애 시절에도 늘 데이트할 때 필수품이었다.) 요즘은 아이랑 함께 하기 때문에 바로 메모를 할 수 없으니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들을 휘발시키지 않고 단어로 정리하면 다음에 다시 꺼내봤을 때 글감이 되곤 한다. 그렇게 글을 쓴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처럼 굳어진 일기쓰기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 기억한다기 보단 엄마가 기억하고 계시고 현재는 내 습관이 되었으니 몸으로 기억한다랄까? 입덧이 심했을 때, 처음 아기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 아기를 낳은 첫날 너무 아파 기절하기 직전에는 녹음을 해두었다.

모든 순간은 의미없이 흘러가지 않으므로, 무엇보다 나의 기억력이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기에 꼭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다. 덕분에 나는 지금 내 아이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꼬박 다 적어두었고, 그걸 보면서 글쓰기 근육도 꾸준히 유지해올 수 있었다.

이렇게 매일 주어지는 글감을 보며 금방 금방 쓰고 싶어지는 게 생기는 걸 보면 작은 습관 하나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구나 실감한다. 고로, 난 생각하고 메모하고 하루를 돌아보며 글을 쓴다.


20일 동안 꾸준히 매일 쓸 수 있도록
힘을 내서 열심히 기록해볼게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아자아자, 파이팅 :)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주 오랜만에 아기랑 떨어져 낚시를 하고 온 이야기들을 엮는 중입니다!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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