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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긍정적인 생각

쓰는 연습, 생각 연습

멀리서 비가 옵니다

밤비 소리가 빗방울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집 앞 의자에 앉아있는데 멀리서 싸아-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금세 내가 앉아있는 발밑으로 빗방울이 뭉쳐진 물이 모여듭니다


밤비 냄새가 온 사방에 퍼집니다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공간을 채웁니다


신발을 벗고 물을 밟습니다 아이들은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서 양치질을 하고 웃으면서 실컷 놀던 하루를 씻어냅니다 보일러가 지잉- 하고 소리를 냅니다


먼 하늘은 까맣고 내 마음은 시원합니다 긍정적으로 밝아지던 하루가 차분하게 식어갑니다



하루종일 아이들하고 놉니다 1년 만에 만나는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공부 좀 하라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고 <도깨비>를 10화까지 보던 아이들의 뒷모습을 가끔 보면서 나는 두꺼운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손님이 한 사람도 없네! 하니까 아빠, 좋게 생각하자! 쉴 수 있잖아!라고 큰 아이가 말했습니다


큰 애 말을 가슴에 새깁니다 가게 간판불을 끄고 유리문을 닫았습니다



지금의 나는 쉬는 중입니다 일상에서의 여행은 이렇게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마음에서 몸으로 익숙하게 묻어나는 시간을 쉬는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기분 좋습니다


막내가 아빠! 담배 피워? 하는 말을 또 듣지 않기 위해서 오늘 하루 동안 양치질을 여러 번 했습니다 뽀뽀!라고 말할 때 내 입술을 감추었다가 아이한테 혼났기 때문입니다


나는 몸을 감추고 싶었던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아빠가 왜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아이가 더 크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도 우리는 잘 지냈다고 스스로에게 토닥이면서 내일을 생각합니다 좋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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