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흔들리는 사람입니다

잃어버린 말들이 되돌아가는 곳으로

오늘의 문장


지나간 글을 찾을 수가 없네. 흘러간 강물을 되돌릴 방도가 없듯이. 집 나가고 없는 내 침대만 한 평온의 바람을 다시 만날 수 없듯이.


<나는 흔들리는 사람입니다> 첫 문장이 이랬는데, 이른 새벽 거의 네 시 가까이 깨어나서 흐릿한 눈으로 제일 처음 읽은 문장인데 갑자기 창문이 환해지고 문득 그 첫 문장이 읽고 싶어 다시 돌아와 찾아도 찾을 수가 없네. 한번 읽어버린 말들은 그 말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곤 하는가. 찾아도 없으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제 어미 곁으로 기어가는 추억의 눈동자처럼, 거기서도 굳은 땅에 그어진 작은 틈을 통하여 눈물의 가계가 시작되듯이 사소한 작별과 그리운 뼈마디를 접으며 다소곳하게 소멸, 그 소박함을 실천하고 있나.


나는 흔들리는 사람입니다. 나는 지금 흔들리는 중입니다. 흔들리는 땅을 밟고 이렇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내가 서 있는 사람이 되려면 흔들리는 땅을 딛고 흔들리는 벽에 기대어 멀리서 흔들리는 하늘을 보면서 나도 잘 따라서 흔들리거나 아니면 흔들리는데도 잘 서 있거나 그래야 하는 건가요. 그러면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는 일이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오늘 다시 맘먹은 대로 잘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잠을 잘 못 잡니다. 그건 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내 몸이 내 정신을 흔들고 있지 않을 때에도 내 정신이 저 혼자서 저를 흔들고 있는 건지 모를 일입니다.


성가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나는 차라리 성가신 일 중에 가장 성가신 일이 되어서 제일 먼저 싹 치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왜 죽었을까 질문하지 않고 죽기 전에 그가 왜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죽여 울고 말았는가를 보여주던 키리노 켄토 아저씨처럼, 언젠가 사라질 운명을 오늘부터 앞당기고, 나는 오늘만큼만 흔들리면서 온마음을 흔들고 있겠습니다. 내가 잃어버린 말들을 돌이키고, 읽어버린 문장들을 돌이키고, 그러한 불가능성을 공부하면서 애써 쌓아놓기만 하던 희망들을 다 허물면서 내내 그러고 있을 겁니다.


어머니, 어제 고대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척추뼈 제4번과 제5번은 의사 선생님의 손 좀 봐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또 그만큼 흔들리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평온이 깃들기를


23.4.20.

환한 창문 앞에 아침 7:45


#쇄골에천사가잠들고있다

#등장하는어떤아버지

#키리노켄토

#극단불의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