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비 아까워하지 말라

돈은 거짓말 안해

by 바늘도둑

'차가 사라졌다...'


스무살, 겁없이 엄마차를 몰래 끌고 나온 초보운전자는 몹시 공포스러웠다. 파워스티어링도 없는 차를 주차하느라 흘렸던 땀마저 즐거웠던 것도 잠시. 볼 일을 보고 돌아왔을 때,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차가 사라졌다. 옆자리에 강사님이 타지 않은, 오롯이 혼자서 차를 운전해본 시간이 아마 2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였을거다. 그렇게 나의 주차 트라우마는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 차를 끌고 나갈 때면 주차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작전으로 다가왔다. 죽느냐 사느냐 명운이 걸린 것처럼 안전한 주차에 집착했다. 하지만 한가지, 스무살이라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어린 학생이라는 조건이 하나 덧붙혀졌다. 무료로 주차할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위험요소로부터 자유로운 장소를 찾기 위해 한껏 날카로워지곤 했다.


아내를 만나기 얼마 전 나는 인생 최초로 내 명의로 된 차량을 구입했다. 익숙하지 않은 운전과 주차 트라우마로 인해 나는 극도로 예민했고 여자친구(현 아내)는 그런 나 때문에 체할 것 같은 경험을 한 것도 여러번.


"그럴 거면 그냥 돈 내고 주차해!"


다행히도 이제는 주차비를 낼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상황 아래에 있었지만, 주차비는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하는 몹쓸 괴물이라는 생각을 벗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심리치료의 기법 중에 '체계적 둔감법' 이라는 것이 있다.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자극 중에서 낮은 수준의 것들부터 점차 강한 자극에 대해 도전하여 불안을 극복해가는 행동수정 기법이다. 일단 처음에는 가장 낮은 수준, 시간제한이 없는 유료주차장에서 시작했다. 서울대공원 주차장 - 몇천원에 하루 종일 주차가 가능하다. 다음은 3급지 공영주차장... 시내 중심지 민영주차장까지 점차 자극의 수준을 올려갔고 마침내 나는 거리낌없이 유료주차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돈을 내고 주차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많은 것들을 얻었다. 안전한 주차를 하기 위해 썼던 시간만큼 사랑하는 사람과 더 함께 할 수 있었고, 주차 트라우마로 인해 각성된 예민함과 이별하면서 좀더 밝아진 표정으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주차비라는 돈으로 작은 행복을 샀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차비를 아까워하는 행동이 불러온 부정적인 효과들 대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이라는 재화를 적게 사용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작은 지출을 위한 용기를 내라고, 그리고 그만큼의 행복을 얻으라는 취지에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농담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돈은 거짓말 안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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