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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휠 Nov 29. 2022

광란의 맥주 파티 개최기

장애, 그건 모르겠고 술자리는 즐겁거든요

휠즈 포차(라고 쓰고 맥주 파티라고 읽는다): 핀휠에서 운영하는 교육 수료생들은 '휠즈'로 임명된다. 교육을 수료했던 휠즈들과 함께 모여 파티를 열기로 했다. 처음으로 대면하여 만나는 자리라 두근두근 설렘을 가득 안고 파티를 준비하게 되는데...


안녕하세요, 핀휠 대드리입니다.


오늘은 8월 한여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5월에 만났던 우성님의 한 마디, "같이 술 먹고 싶어요"로 시작된 맥주 파티는 8월에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습니다. 핀휠이 현재 입주해있는 곳은 관악구에 위치한 낙성벤처창업센터로, 6층은 루프탑 공용 공간이 있어 바베큐도 할 수 있는 그릴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회사에서 고기를 구워 먹지는 않나 봐요. 새것 그대로 아주 깨끗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가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휠즈 분들과 만나서 논다는 것도 신나고, 현재의 4인 멤버 체제로 진행하는 첫 번째 대외 행사이기도 하여 다들 잔뜩 기대를 안고 준비했습니다. 네 명의 시선으로 바라본 맥주 파티 개최기 한 번 보실까요?


(포스터 장인이 되어가는) 김선비님이 만들어주신 맥주 파티 포스터  





호구박 대표: 장애인들을 취업시키면서 돈도 벌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창업한 호구박사


[파티 준비의 시작]


김선비님께서 우리 회사에 오시고 나서 딱 2달이 되는 때 즈음 얼굴에 수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너무 빠르게 개화기를 맞이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사업을 시작할 때 고민했던 부분을 같이 하고 계셨던 것이었을까? 같은 경력 있는 사회복지사 출신으로서 김선비님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김선비님께서 8월 초에 제주도로 3일간 휴가를 다녀오겠다고 한다고 해서 잘 다녀오시라고 하고 보내드렸다.


남아있는 직원들끼리 김선비님에 대한 걱정을 진짜 깊고 찐하게 한 5분(3분?) 정도 했지만, 결국 원래 우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매일 하는 고민이자 매일 하는 생각 “어떻게 하면 우리가 모은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8월에 하자고 했던 맥주 파티의 메뉴나 생각해보자고 했다.


맥주 파티는 3월에 낙성벤처창업센터로 이주할 때 나온 이야기였다. 이사하면서 옥상이 있다는 말에 옥상을 올라가 봤는데, 바베큐용 그릴이 있는 것이 아닌가!! 나와 대드리님은 옥상에 있는 그릴을 보자마자 관리실로 내려가 물어봤다. 여기에 고기를 실제로 구운 기업이 있었는지. 아니나 다를까 아무도 그런 짓을 하는 기업을 없었다고 했고, 우리는 일단 어떤 건수를 잡아서라도 고기를 굽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이왕 노는 건데, 이 옥상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렇게 맥주 파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잡혔었는데 벚꽃과 함께 만났던 우성님이 술을 함께 하자고 한 순간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이제 그 현실에 계획을 세우는 것만 남게 되었다. 그릴이 있기 때문에 고기를 굽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 메뉴였고, 어떠한 고기를 구울지, 어떤 메뉴들을 할지를 정할 차례였다. 이름도 정해야 하고 말이다. (당시 일일주점, 루프탑 파티, 술파티, 고기 파티, 서머 파티 뭐 그런 저런 이름들이 후보로 나왔었다.)


맥주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정했던 메뉴를 포함한 기본적인 룰은 아래의 3가지였다.   

1. 평소에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캠핑’과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2. 음식도 주류도 쉽게 접하지 못했던 것으로 준비한다.
3. 너무 취하게 하면 힘들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 맥주를 준비한다.

위 3가지 룰을 기본적으로 고려하였고, 일일 주점에 대한 이름은 김선비님이 휴가에서 돌아오신 이후 공모하기로 하였다.(이름은 결국, 휠즈 포차. 부제는 핀휠 루프탑 파티로 결정되었다)


메뉴를 정할 때 주류는 해외 맥주를 필수로 지정하였고,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와인으로 직접 만든 샹그리아가 어떤지 물어보았고 다들 좋다고 말해주었다.


첫 번째 메뉴. 웬만한 한국인이라면 소고기는 다 좋아하지 않는가? 그래서 대드리와 알바트로 준에게 스테이크 방식으로 구울지 한우 방식으로 구울지 물어보았고, 그들은 한국식이 좋다고 말해주었다. 역시 맛잘알들이다.

두 번째 메뉴, 돼지. 바비큐라면 돼지는 빠지면 안 되지. 역시 맛에 진심인 사람들처럼 통겹살로 구워서 잘라 달라고 한다. 손이 많이 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선택이다.

세 번째 메뉴, 닭목살. 사실 닭목살은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날 만나야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준비했다. 다들 좋아해 주기를 바라면서.

네 번째 메뉴, 비빔라면. 고기에는 비빔라면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여름이기에 차가운 면에 막 구운 고기를 함께 먹어야 고기 맛이 배가 되는 법. 그래서 비빔라면을 선택했다.


메인 메뉴는 전부 골라졌고, 그리고 대망의 안주류(앤드류).


안주류의 선택은 더운 여름 야외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종류를 고려했다.

핑거 푸드가 적당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만들기도 쉽고 모양도 좋은 카나페가 첫 번째 물망에 올랐고, 여름엔 역시 화채가 정답이라고 생각되어 정해졌다. 그런데 알바트로준님께서 바나나 크림브륄레라는 음식이 보기에도 좋고 만들기도 쉽다고 해서 그것도 앤드류 옵션에 넣었다.


그렇게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슥슥 만들어본 메뉴판.

핀휠 메뉴판 완성

메뉴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싶지는 않았고,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무료 제공이기 때문에 메뉴판에는 특별히 힘을 주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장을 보러 가고, 친구들을 모으고, 놀 준비만 열심히 해서 놀기만 하면 된다.


시작해볼까.




김선비: 보수적인 복지계에서 5년간 글월만 읊다가 개화기를 맞지 못한 사회복지선비님. (스타트업 와서 강제 개화 중) 


[파티 준비는 마트 마트 이마트에서]


처음으로 복지사가 아닌 사람과 일을 함께하게 되었다. 결재라인이 없는 곳. 근무는 필수, 출근 장소는 선택인 곳.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말이 현실이 되는 곳. 조직의 수장에서 말단까지 서로의 의견을 똑같은 위치에서 동등하게 공유하는 곳. 이런 새로운 곳에서 지내며, 나름의 몸살을 앓았던 것 같다.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모두 처리한 뒤에 대표님께 한 3일 정도 쉬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대표님께서는 허락해주셨다.


핀휠에서 사람들의 걱정을 받으며, 또 남겨진 상황을 걱정하며 그렇게 핀휠 뽕이 차오른 채, 제주도로 떠난다. 핀휠에서 날씨 요정의 역할을 겸임하고 있는 나는, 역대급으로 비가 많이 내리던 서울에서 비에 홀딱 젖은 채, 샤브샤브를 먹으러 왔다는 그들의 카톡에, 제주도의 맑은 하늘의 사진으로 답했다. 역시, 핀휠에는 내가 없으면 안 돼. 좋은 날씨 속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싶거든, 김선비. 날 잊지 말라.


휴가를 다녀온 다음날, 첫 출근을 하자 다들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반긴다. 이런저런 휴가 썰을 풀며 얘기를 나누던 중,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기로 하였던 맥주파티의 메뉴를 모두 정해놨다고 한다. 같이 해야 할 업무를 모두 해놨다는 말에 감격한 나는, 알바트로 준이 자기의 컴퓨터 쪽을 보라며 설명을 하려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알바트로 준이 주도하여 메뉴를 정한 것은 아니겠지? ‘내 여름휴가 가즈아 포스터 사건은 두 번 당하지 않으리라’라는 마음으로 메뉴판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한다.


목살/삼겹살에 김치와 햇반, 상추, 마늘, 카스


요정도 생각하던 나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메뉴판이었다. 우선, 소고기가 있었으며, 바나나 크림 브륄레는 뭐고 샹그리아는 또 뭔지. 파리 샹송이 귀에서 들리는 듯하다. 가장 먼저, 비용 걱정을 하던 나는, 신나서 떠들고 있는 세 사람의 말을 들으며, 제주도의 시간이 잠시 그리워졌다.


말은 이래도, 사실 내용을 모두 준비해준 직원들에게 감사했다. 메뉴도 뭐 모르는 게 있긴 하지만, 각자 의견을 낸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자신이 있어 보였다. 대표님이야, 요리를 워낙 좋아하시고 잘하시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알바트로 준까지 요리를 잘하는지는 몰랐다. 어쩐지 뭔가 듬직해 보이기 시작한다. 넌 할 수 있어. 최고야.라는 말로 그를 응원하며 각자 역할을 분담하기로 한다.


<맥주파티 업무 분장>
호구박 대표님 - 주방장(메인 요리 담당)
알바트로 준 - 주방장 보조(서브 요리 담당)
김선비 - 홀 매니저(장애인 이동 지원 및 소통, 안내 담당)
대드리 - 대드리(그냥 여기저기 대드리)


맥주파티에 필요한 음식 재료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다 함께 장을 보러 가기로 한다.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보니 생각보다 구입할 것들이 많았다. 구입 리스트를 따로 작성하여 정리해둔 나는, 서로에게 공유하여 각자가 살 것들을 나눠서 살 것을 제안했고, 그 말에 대드리님께서 정색을 하며 큰 눈으로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왜요?"


서로 사이가 (너무) 좋아서, 잠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일도 (굳이 꼭) 항상 다 같이 나갔던 우리는, 그렇게 4명이 서로 같은 카트를 끌며 장을 보기 시작했다.


라면 하나 고르고… 담고, 과일 하나 고르고… 담ㄱ…ㅗ 아 아니, 다른 재료가 더욱 잘 어울린다는 말에 내려놓고 다른 재료를 보러 가고. 길목은 좁은데 덩어리 네 명이서 지나갈 때마다 다른 장을 보던 손님들에게 막혀 대기하고…


이대로 가다간 없던 공황장애도 생길 판이었다. 난 알바트로 준에게 조용히 혼자 따로 빠져나가 필요한 것들을 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굴러다니던 장바구니를 하나 챙겨 무리에서 이탈했다. 정해진 리스트에 맞게 빠르게 음식을 담은 뒤, 위치를 모르겠는 물품은 가장 가까운 직원에게 즉. 시. 질문하여 위치를 확인한 뒤, 같은 마트 안에 있는 팀원들의 위치를 서로 전화로 공유하며 담아온 물건을 그들의 카트에 옮겨 담는다.


얼추 필요한 물건을 다 담았다는 생각이 든 나는, 다시 그들과 합류하여 장을 보기 시작했다. 마저 빠르게 장을 본 뒤에 빠르게 복귀를 하고 싶었던 나는, 내 맘도 모른 채 하하호호 두 직원들과 웃으며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맛있겠다는 대표님의 순진무구한 표정과 말에 살짝 킹받은 마음을 숨기고, 김치를 싸 먹으면 맛있겠다는 말로 그들과 함께했다.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온 붉은 새우 한 팩.



(본 글은 붉은 새우 판매 업체와의 그 어떤 거래나 광고가 없음을 밝히며, 나 김선비 본인이 붉은 새우 킬러임과 동시에 지금 사무실 말고 저 붉은 새우 옆에 같이 누워있고 싶다고 밝힙니다.)


고구마고 뭐고 저 새우를 본 순간, 불에 구워 먹으면 참으로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미 머릿속에서 새우를 호호 불어 먹고 기분이 좋아 하하 웃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정해진 것 외에 다른 음식을 사거나, 금액이 너무 비싸다며 눈치를 줬던 나였기에 갑자기 붉은 새우를 먹겠다고 하기에는 눈치가 너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용히 팩을 집어 들고, 장난 식으로 툭 던져 "새우 맛있겠는데요?"라고 말을 던졌고, 나의 AI 로봇 대드리님께서 "너무 좋은데요?"라고 말을 물었고, 직원들이 먹고 싶다는 건 일단 사고 보는 호구박 대표님께서는 "그럼 사요"라고 말을 건졌다.


목적을 달성한 나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한 구석에서 새우를 보며 새우와 관련된 썰을 풀고 있는 알바트로 준의 입에는 재갈을 물리고 싶었다.


어찌어찌 우당탕탕 맥주파티의 준비가 되는 것 같아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특히 나의 붉은 새우)


준비는 끝났다_신난 알바트로 준




알바트로 준: 사회복지가 싫어서 개발자로 전향했는데 어쩌다 보니 꼰선비와 같이 일하고 있는 서퍼 지망생


[대표님 꼬시기]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중,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 옆에 있던 대드리님께 말을 꺼냈다.


"대표님이 되게 힙한 거 좋아하시잖아요."


뒤에서 듣고 계시던 대표님이 솔깃해하신다. 반면에 김선비님은 내가 또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 눈을 흘기신다.


"제가 아는 DJ 친구들이 좀 있는데요. 맥주파티할 때 DJ들을 좀 불러서 디제잉 파티를 해보면 어떨까요??"


대드리님은 나름 괜찮은 의견 같다는 표정으로 듣고 계셨고, 대표님은 한술 더 떠서 차라리 풀파티를 하지 그러냐고 말했다. 대드리님은 갑자기 "풀파티 디제잉 파티 너무 좋은데요?"라고 하며, 휠즈분들이랑 같이 풀파티하면 재밌겠다고 말했다. 김선비님은 정말 이 사람들 왜 이럴까 하는 표정으로 그건 좀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를 중단시키고 싶어 했다. 대표님은 강원도에 휠체어 타고도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도록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소식을 본 것 같다며 풀파티도 가능할 것 같다고 거들어 주셨다. 김선비님은 안절부절못하다가 대표님께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대표님, 진심은 아니시죠...?"


풀파티는 무산.


[메뉴 선정]


김선비님께서 휴가를 가고 서울에는 역대급 많은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대표님께서 맥주파티 메뉴를 정하자고 하셔서 한우와 돼지고기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내고, 고기는 대표님과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케이미트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작성되고 있는 메뉴판을 보다 보니 갑자기 뭐가 떠올랐다. “바나나 크림 브륄레”. 언뜻 SNS를 보다가 본 것 같은데 되게 있어 보이지만 되게 간단한 디저트였던 것 같아서 이야기를 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1. 바나나를 반갈 (반으로 자른다)한다.

2. 그 위에 설탕을 뿌린다.

3. 바나나의 자른 면을 토치로 굽는다.

4. 완성


바나나를 생각하다 보니 바닐라 쉐이크가 떠올랐다. 있어 보이는 파티가 목적이라면 술이 없이 흔히 있는 콜라를 제외하고 어떤 음료를 줄 수 있을까? 하다가 그냥 아이스크림에 우유 넣고 얼음 넣고 갈기만 하면 되는 “바닐라 쉐이크”를 떠올리게 되었다.


바닐라 쉐이크 만드는 방법

1. 믹서기에 투X더를 많이 넣는다.

2. 우유도 적당히 넣는다.

3. 얼음을 살짝 넣고 갈아 놓는다.

4. 싱거우면 설탕을 넣고 다시 한번 간다.

5. 완성


그렇게 안됩니다의 아이콘인 김선비님이 오기 전, 우리는 메뉴판을 완성시켜 버렸다.


[파티 당일]


파티가 열리기 한 시간 반 정도 전부터 카나페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나페에 올릴 그린 올리브를 김선비님이 급한 마음에 후딱 집어 오셔서 미처 확인을 못했었는데, 우리가 산 건 안에 씨가 제거되지 않은 올리브였다. 씨가 제거되지 않은 올리브를 대표님께서 하나하나 칼로 손질하시기 시작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카나페를 만들기 시작했다.


열심히 카나페를 만들던 중, 광용님께서 약 1 시간 가량 일찍 도착하시게 되어 음식이 차려지기 전에 부랴부랴 대표님과 김선비님이 루프탑 바베큐장 준비와 손님맞이를 위해 떠나고 나와 대드리님만 남아서 카나페와 크림 브륄레가 될 바나나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요새 콧물을 훌쩍대시던 대드리님이 대뜸 나에 대한 알러지가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 (아니 사람에 대한 알러지라니….) 요즘 알러지가 올라오던 나도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저흰 서로에게 알러지가 있네요."같은 이상한 결론이 맺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는 새로 바꾼 베개에 들어있던 성분 때문에 알러지가 올라온 것이었다) 시덥잖고 별로 영양가는 없지만, 괜스레 더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카나페를 다 만들었다. 올라가 보니 먹을 준비는 끝났고, 오기로 한 분들도 점점 도착하기 시작하셨다.


일단 파티는 시작되었지만, 처음에는 하나둘씩 도착하시다 보니 세상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우리 어색하지 않아요

나는 회사에 들어오고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을 만나는 건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처음이라 모두 처음 뵙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술이 조금씩 들어가고 맛있는 고기가 들어가고 음식들이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평소의 술자리처럼 이야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역시 나는 핵인싸

고기도 잘 구워져 맛있었고, 카나페에 올라간 올리브는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카나페 맛이 났고 인기가 되게 많아 불티나게 팔렸다. (레시피는 비밀. 올리브가 끝이 아니다)


과연 맛있을까 대드리님과 만들면서 걱정했지만, 기미 상궁 김선비님께 먼저 먹여보니 아주 맛있다고 했다

대화 주제는 되게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 이야기, 취업된 이야기, 근황, 휴대폰 싸게 사는 법 등등 정말 수다의 장이 되었고 즐겁게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그중 모두가 1순위로 만족했던 것은 분위기, 술 이러한 것보다도 음식의 맛과 퀄리티였다.

대표님은 불 앞에서 고기를 굽고 새우를 굽고 음식을 만들어 내셨고 진짜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오신 분들의 대부분이 남성이었는데 그 많은 남성의 인원으로도 음식이 많이 남을 만큼 양껏 요리를 하셨고 그 맛은 음식점에서 돈 주고 사 먹어야 할 퀄리티였다.


고기 열심히 구워주신 핀휠 펜션 사장님 재질 호구박
내가 만든 크림 브륄레


해가 지고 8시 30분쯤 파티는 파했다. 와준 모든 손님들을 배웅하고,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요즘 보드게임에 빠져 살아서 야근을 하더라도 스플렌더는 못 참아! 를 외치며 스플렌더라는 보드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 때도 어김없이 끝나고 스플렌더 고?를 누군가 말했고, 어김없이 모두가 ok를 했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10시쯤 굳이 굳이 스플렌더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뒷정리를 하는데 술을 얼마 먹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되게 피곤하고 어지러워지기 시작하였다. 보드.. 게임을 시작하였는데도 술 취한 것처럼 너무 어지럽고 피곤했다. “역시 와인은 나랑 안 맞아”라는 생각으로 보드게임을 끝내고 집을 가는데 열이 너무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와인을 먹어서 그런가 열이 막 올라오네 혈액이 도는 건가?” 하고 집을 가서 씻고 자고 일어났는데 열이 많이 내린 것 같았다. 역시 와인 때문인가? 하고 열을 재보니 38도…..


(진짜… 대드리님과 나는 서로에 대한 알러지가 있나 보다)라는 생각으로 나는 대표님에게 연락을 하였다.


연락을 드리고 나는 다시 잠을 청하였다.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우당탕탕 파티 개최기]


봄에 나왔던 맥주파티 계획이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다.


계획했던 8월이 다가왔고, 이제는 세부 계획을 짜고 준비해야 했다. 김선비님은 입사 후 엄청난 속도와 에너지로 달리시더니 불현듯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떠나셨다. 우리 사이에서 날씨 요정으로 불리는 김선비님이 떠난 서울은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우리는 쫄딱 젖은 채로 맥주파티 메뉴를 구상했다.


돌아와요 날씨 요정


단체 식사 만들기에 특화되어 있다는 호구박 대표님과 음식에 진심이라고 하시는 알바트로 준님의 주도 하에 메뉴는 뚝딱 완성되었다. 다들 이 파티에 진심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파티 전에 다 같이 사이좋게 이마트도 다녀오고, 노량진도 다녀오고, 집에서 각자 준비물도 챙겨 오고 많은 일이 있었다. 준비 과정은 김선비님과 알바트로 준님께서 상세하게 적어주셨으니, 나는 행사 당일과 후기를 더 남겨볼까 한다.


전날 만들어놓고 가기로 했던 샹그리아는 모두가 까먹었다.

하지만 우린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파티는 16시니까 원래 오늘 아침에 만들기로 했잖아요."

그렇게 천도복숭아와 자두를 엄청 많이 썰었다. 와, 근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열심히 호구박 대표님이 자르고 계신 과일들을 조금씩 야금야금(엄청 '많이'었어요 대드리님 : 호구박) 집어 먹다가 혼나기도 했다. 그렇게 이마트를 열심히 뒤져서 찾아낸 매실 담글 때 쓸 것 같은 담금주용 통에 과일을 다 때려 넣고 화이트 와인 세 병을 내리 부었다. 사실 통을 찾다가 모던 하우스에서 딸기 모양 워터 저그를 발견했는데, 처음엔 진짜 이게 뭐지 했는데, 보다 보니 귀엽고 정도 들고, 밑으로 내려 마실 수 있는 수도꼭지도 있는 것이 이것 만한 게 없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살까 말까 정말 많이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내려놨었다.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지만…

모던 하우스 딸기모양 워터 저그
천도복숭아와 자두를 넣은 K-샹그리아 완성


그렇게 샹그리아를 만들어놓고 한편에 숙성되도록 놔둔 채로 다른 준비 작업들을 시작하였다.


입으로 튜브 바람 넣기 가능한 진기명기 호구박 대표님


여름이니, 음료들을 차갑게 놔둘 수 있는 아이스박스를 가져오려다가 마트에서 칭따오 증정품으로 튜브 버킷을 준다는 것 아닌가. 낼름 집어온 튜브 버킷을 어떻게 바람을 넣을까 하는데 대표님이 본인이 입으로 튜브를 엄청 잘 분다고. 근데 진짜로 잘 부셨다. 우리 모두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호구박 대표님은 저 큰 튜브 버킷 무려 2개를 모두 팽팽하게 불고 얼굴 하나 안 빨개지셨다. 다음에 맥주파티를 또 하게 된다면 <진기명기 호구박 쇼> 이런 걸 해도 괜찮지 않을까?


디저트를 위한 바나나는 행거 위에 잘 걸어놓았다


본격적인 바베큐 시작을 앞두고 신나신 호구박 대표님 - 셋팅은 끝났다 -


(왼쪽) 김선비님과 항상 이어폰과 함께 하던 승규님, (오른쪽) 다른 스타트업 개발자 민성님과 대드리, 맥주파티의 시초 우성님
(왼쪽) 거나하게 취한 알바트로 준과 무려 강화도에서부터 와주신 광용님, (오른쪽) 호구박 대표님과 컴퓨터 천재 광민님


코로나 19 등으로 인해 비대면으로만 만났던 사람들을 대면으로 만나고, 함께 맛있는 음식과 술을 나눠먹으며 한바탕 파티를 열고 나니 즐거우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왜 대표님은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놀고 싶어 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하루였다. 아직 부족한 나지만, 이렇게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12월에도 겨울맞이 휠즈 포차를 운영해볼까 하는데 이번엔 보드게임 파티로다가...? (보드게임에 진심인 핀휠)



[함께 모인 파티원들의 소감]


보통 대표라고 하면 잡일을 하기 싫어하고 딱딱한 느낌이 많이 든다. 하지만 핀휠은 기존 기업과 다르다. 모든 회사 사람들이 동등한 위치에 있으며 같이 부디 끼며 놀수 있었다. 또한 대표라는 벽이 없어 한층 편안하고 더불어 궁금한 거, 필요한 거를 쉽게 말할 수 있었던 거 같다. 

- 휠즈 3기 최우성


제가 아싸라서 맨날 집, 학교에만 있는데 오랜만에 좋은 분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 편하게 놀았습니다~  

- 휠즈 2기 양광민


매일 집에만 있었는데, 오랜만에 밖에서 웃고 잔 기울이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기분이 들어 인상적이었습니다.

- 휠즈 5기 고광용


음식이 맛있고 직원분들이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 휠즈 5기 배기준


좋아요~ 영상으로 보던 분들 실제로 봐서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낯가렸지만 저에게 말을 걸어주시고 그래서 제가 편하게 있었습니다. 좀 아쉽기만~  못 만난 사람 있어서요^^  

- 휠즈 5기 노승규


이밖에도 자리에 함께 해주셨던, 맛있는 음식과 술을 노나 먹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다음 파티에도 함께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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