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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휠 Dec 01. 2022

장애일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한 걸음 01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즐거움 아닐까요?

장애일보 기자단: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학생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함께 장애인과 관련된 이슈를 취재하여 기사를 작성합니다. 취재 기사 또는 체험 수기/칼럼, 인터뷰 등을 발행합니다. 


안녕하세요, 핀휠 대드리입니다.


핀휠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기자단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인 1조로 짝을 지어 열심히 기자단 활동을 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니, 얼른 브런치에 기자단 활동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김선비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기자단원들이 작성한 기사나 칼럼, 인터뷰 등을 올리기 전 어떻게 기자단 프로그램이 기획되었고, 운영되었는지 조금은 특별한 핀휠만의 대학생 기자단 프로그램 기획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대학생 기자단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핀휠 팀의 가치관이 녹아있는 글입니다. 해당 글에는 주 담당자를 제외한 멤버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면 2탄에는 주 담당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바로 이어서 읽어보시면 더 재밌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호구박 대표: 장애인들을 취업시키면서 돈도 벌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창업한 호구박사


대드리님에게 매번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 싶지만, 오늘은 조금 지루하고도 재미없는 이야기를 건넬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 4명의 초심일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호구박인 나는 그렇다)


사회복지사에서 주식회사의 대표로 전향하게 된 이유는 사실 내가 하는 복지사의 일이 취약계층의 삶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현실과, 내가 하는 일이 실제로 그들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다른 사람의 돈이 아닌 우리가 직접 만들어낸 돈으로 직접 실천해야 가능하겠다는 결론을 복지사 14년 만에 내리게 되었다.


호구박인 나와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만만찮은 호구님들인 우리 4명은 위의 커다란 미션에 동의하면서 핀휠이라는 회사를 함께 운영해왔고,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변화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했었다. 우리가 집중했던 부분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기업들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해 매년 엄청난 금액의 부담금을 내면서도 고용을 못한다는 문제였고, 그와는 반대로 정말 많은 장애인들이 일하고 싶어도 직장을 구할 수 없는 문제였다.


사실 우리의 첫 모습은 장애인들에게 직무를 교육하고, 교육 받은 직무를 활용해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우리가 생각하기엔 무척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덤으로 돈도 벌고.)


이런 아름다운 그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장애인의 취업을 위한 직무 과정을 개설하려는데, 아뿔싸. 어떤 직무를 교육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것이었다.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할 때 어떤 일을 시킬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고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받은 교육이 어떤 전문성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고, 실제로 전문 강사에게 페이를 주고 교육을 시킨다 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그 교육이 기업에서 시키고자 하는 직무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곰곰이 고민해보니 사실 복지관에서 클라이언트들에게 하던 직무 교육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취업하지 못하는 현실을 여기서 우리가 동일하게 할 뻔한 것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왜 장애인들은 직무 교육을 받아야만 취업을 하는거지? 우리 4명 다 취업할 때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모르고 취업했고, 결국 우리는 1년 차라는 딱지를 달고 선임으로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배우면서 일을 했었던 것 같은데, 왜 장애인들은 직무를 먼저 배워야만 취업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이런 논의를 나누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고민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이번엔 진짜 길었다. 2~3달 정도를 진짜 치열하게 논의하고 싸우고 서로 머리채를 잡고(까진 아니었구나)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셔가면서)나온 결론은 슬프고, 안타깝고, 짜증나지만 우리를 포함한 사람들이(아닌 훌륭한 분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장애인들을 우리와 다른 하나의 인류처럼 생각했었다는 부분이었다. 특히 우리는 장애인을 클라이언트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사업을 바닥에 탁탁 털어놓고 하나씩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고, 우리의 결론은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이들의 모습을 세상에 더 많이 보여주고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른 인종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줄 수 있지? 어떻게 이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지? 이들의 평범한 모습을 어떻게 전달하지?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을 지적하며 바꾸라고 말하면서 전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이 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이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방법을 고민하고 프로젝트를 만들고 실행을 하나 둘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노는 모습이 조금은 좋아 보이도록, 어떻게 하면 저들은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놀 수 있는 걸까? 궁금해 하고 시도해볼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와 비슷하게 사회를 좋게 변화 시키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장애인 writer 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좋은 모습들은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써보는 뉴스, 취재도 해보고 이야기도 나눠보고,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서로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그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글쓰기를 잘하는 장애인들이 취업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장애일보가 되었다.


장애인writer가 장애일보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내 뒤에 만만찮은 호구 3분이 써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바트로 준: 사회복지가 싫어서 개발자로 전향했는데 어쩌다 보니 꼰선비와 같이 일하고 있는 서퍼 지망생


브런치 글을 작성해 달라고 회사 노션에서 내 이름이 @태그가 되었다.

나에게 부여된 글감 파트는 휠즈 라이터 과정과 카피 라이터 과정에 대한 기획 이야기…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전 글감을 쓸 땐 이런 이런 것을 했었지라는 단편적인 기억이 있었지만 “휠즈 라이터 과정”은 진짜 기억이 전무(全無)했다.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과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있으니 취업을 시킬 때 카피라이터라는 과정이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라는 의견을 내고 자료를 알아본 기억이 났지만 “휠즈 라이터” 라는 과정을 기획했을 때 나는 뭘 했고 왜 기억이 나질 않을까??


기억나지 않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는 그것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출근한 첫 날은 7월. 휠즈 라이터 과정에 대해 적어둔 페이지 기록의 마지막 수정일은 6월이었다.


'아하! 나는 기억을 못 하는게 아니라 없는 기억을 찾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으로 기억상실증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7월의 기억부터 기록하고자 한다.


출근을 한 후 휠즈 라이터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휠즈 라이터 과정에 대한 마인드 맵의 일환으로 나의 생각과 개선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며 PPT에 적어두기도 했다. 그리고 휠즈 기자단과 휠즈 라이터에 대한 회의 때 각 사업에 대한 방향성과 성격이 다르니 따로 가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의견을 한 표 제시하였다.


기획 단계에서 휠즈 라이터 과정이 진짜 취업과 휠즈 분들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 존재하고 있는 직업 군에 관련된 교육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이야기가 나왔던 직군은 칼럼니스트였다. 하지만,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은 고정적인 수입보다는 프리랜서의 개념이 더 많아 보였기 때문에, 좀 더 수요가 있을 것 같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군이 떠올라 의견을 냈다. 현재 많은 기업들에서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직군이기도 하고 전문 강사 분을 모셔서 이론 교육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후에 실제로 있는 기업 자료들을 카피 라이터로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홍보자료를 만들어 그것을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기업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휠즈 분들의 취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획을 하고 실제로 운영하기 위하여 강사 분들을 모집하다보니 현실적인 많은 어려움들이 나타났다. 카피 라이터 과정을 기획하고 실제 운영 계획을 짜다보니 장애인 & 비장애인 통합 기자단과 함께 운영하기엔 현재 기업 규모에서 품이 너무 많이 들었다. 결국 모두 운영하기엔 힘들다는 판단이 도출되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장애인 & 비장애인 통합 기자단을 먼저 운영하는 것으로 회의 결과가 나타났다.


그렇게 카피라이터의 과정은 형장의 이슬...이 아니라 핀휠의 앞으로 할 사업의 세계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언제부터 기자단에 대한 틀이 잡히기 시작했나 확인하기 위해, 매일 작성하고 있는 업무일지를 펼쳐 보았다. 안식월을 보내고 돌아온 후 첫 출근일이었던 8월 1일부터 기자단에 대한 논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내가 없던 7월 한 달 동안 이미 이야기가 많이 논의되었나 보다. 나는 기자단의 활동이 브런치에 업로드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기자단 덕분에 핀휠 이름의 브런치 작가 신청에 대한 추진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기자단 1기를 정식으로 모집하기 전, 내부 회의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기자단의 방향성과 컨셉에 대하여 정리하였다.


01. 우리 사회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한 움직임들을 보여주고 싶다.

02. 어렵고 힘든 사례를 취재하고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만큼 긍정적이고 희망 찬 이야기들도 많이 보여졌으면 좋겠다.


핀휠 팀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팀이다. 자칫 갈등으로 번질 것 같은 상황도 유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곤 하는 김선비님, 진지해야 할 것 같은 곳에도 유머 감각을 은근슬쩍 넣어놓곤 하는 호구박 대표님, 적재적소에 감초 역할을 하며 멘트 치고 빠지기를 시전하는 알바트로 준님, 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개그 욕심을 내는 나까지. 그래서 우리는 무거움, 비판, 문제 제기에 대한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방식은 재치, 즐거움, 유머이길 바란다.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은 비록 힘들고 진지하고 싸우며 지난하더라도, 그렇게 도출된 대안은 재밌고 어렵지 않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렇게 정한 방향성에 어울리는 몇 가지 기사 예시를 적어 보았다.   


1. 장애인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모습 취재

2. 장애인, 비장애인(2인 1조)이 함께 같은 체험 등을 해보고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수기/칼럼 작성

3. 장애인 관련 혜택 or 사례         

    - 후원금 전달 사례

    - 장애인 고용 사례

    - 관련 인물 or 기업 인터뷰

    - 장애인에게 유익한 정부지원사업 등의 혜택


기자단이 세상에 내놓은 글들을 읽음으로써 어떤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때로는 혼내며 가르치는 것보다, 누군가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같이 하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대학생 기자단의 방향성까지 정해지고 나니, 이름은 뭘로 정할까 자연스럽게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것저것 얘기가 나오다가 ‘장애일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신문사 같은 느낌으로 일보를 넣었지만, 매일매일 글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으로… 一步라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한 걸음'..? 정도로 의미를 넣어보기로 했다. 우리끼리 너무 재치있다고 생각하며 일단 더 좋은 이름이 나오기 전까진 장애일보로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모집이 시작되고, 기자단원들이 생기고, 주변에 몇몇 분들께 우려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장애라는 단어를 너무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로서 느끼는 부정적인 의견, 비장애인들이 보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 등등의 의견들이 있었고, 우리도 그 의견에 공감했지만 고민이 되었다. 바꿔야 할까, 바꾼다면 뭘로 바꿔야 할까. 그래서 결국은 기자단원들에게 이름 공모를 받기로 결정했고, 아직까지도 새로운 이름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름은 바뀔 것인가. 이대로 갈 것인가.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에게도 여쭤봅니다.

 

장애일보가 나은가요? 생각나는 다른 이름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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