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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휠 Dec 01. 2022

장애일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한 걸음 02

김선비와 56인의 유생들이 떠난 길

장애일보 기자단: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학생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함께 장애인과 관련된 이슈를 취재하여 기사를 작성합니다. 취재 기사 또는 체험 수기/칼럼, 인터뷰 등을 발행합니다. 


안녕하세요, 핀휠 대드리입니다.


핀휠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기자단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인 1조로 짝을 지어 열심히 기자단 활동을 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니, 얼른 브런치에 기자단 활동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김선비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기자단원들이 작성한 기사나 칼럼, 인터뷰 등을 올리기 전 어떻게 기자단 프로그램이 기획되었고, 운영되었는지 조금은 특별한 핀휠만의 대학생 기자단 프로그램 기획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전 글에는 주 담당자를 제외한 멤버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자단 탄생 비화와 팀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글에는 기자단을 모집하고 운영하고 있는 주 담당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




김선비: 보수적인 복지계에서 5년간 글월만 읊다가 개화기를 맞지 못한 사회복지선비님. (스타트업 와서 강제 개화 중) 


[서브웨이의 ‘선비와 바다’]


마치 노인과 바다와도 같았다.


장애일보라는 이름까지 모두 만들어진 후에 이제 중요한 것은 사전 모집된 장애인 대학생 기자단원과 함께 기자활동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복지기관에서 봉사자 및 대학생들을 모집할 때는 내가 크게 포스터나 모집에 힘을 쓸 필요가 없었다.(물론 봉사자님 한 분, 한 분이 소중하긴 했지만) 어련히 봉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복지인증기관을 통해 신청을 하였고, 공고 관련된 내용만 써서 보내거나 공문을 통해 처리를 하면 되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봉사자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봤을 때, 우리가 크게 매력적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봉사시간을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며, 유명한 언론사나 대기업의 대외활동팀과 비교를 하면, 스스로가 너무 작아지는 기분은…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의 진심과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일단 포스터 제작 작업을 시작한다.


(왼) 후보에서 최종 탈락한 1차 장애일보 포스터, (우) 최종 선정된 1차 장애일보 포스터


저녁에 서브웨이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메뉴를 시켜먹으며 홀로 야근을 하며 만들었던 1차 장애일보 포스터. 오늘의 할 일을 끝냈다는 마음에 호구방(핀휠 단톡방 이름으로 호구박사 호구박 대표님께서 만들어주셨다.)에 급히 두 개의 포스터를 올려본다. 결과는 오른쪽 포스터가 선정! 이제 친구들을 불러 모집할 일만 남았다. 훗, 기대하시라.




[MZ세대가 온다. 많이.]


1차 장애일보 단원 모집의 참패로 우울해져 있는 난, 요즘 힘이 없다.(결과: 2명 모집) 휠즈분들(핀휠에서 6기까지 진행되었던 장애인 대상 무료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들을 일컫는다)에게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고, 직접 한 분, 한 분 연락을 드려 그들을 설득해 활동을 하게끔 만든 장본인이 바로 나다.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활동과 장애인이라고 꼭 장애인들과 어울려서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장애의 유무를 떠나 똑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싶었다. 첫 시작은 휠즈분들에게 글쓰기 관련 활동을 제공해주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도, 그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무언가 나에게 하나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불평불만없이 성실히 활동을 해주시는 장애일보 단원분들에게 한 달 후에 추가 단원을 모집하여 아직 2인 1조 매칭이 되지 않은 휠즈분들에게 짝꿍을 찾아 원활한 기자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드린다고 말을 뱉어버렸다. 이제는 감당을 해야 할 차례이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무엇이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지 고민을 하던 중, 옆에서 개발자 공부를 같이 했던 친구들에게 선물 받았다던 굉장히 무겁고 키 설정이 이상하게 되어있는 키보드(쉬프트 키와 알트, 윈도우 키가 지 멋대로 뒤엉켜있다. 키보드 설정마저 열 받음.)로 일을 하고 있는 알바트로준이 눈에 들어오며 순간 깨달았다.


아. 라떼이즈홀즈. 대외활동이고 뭐고 사실 잘 몰랐는데, 쟤는 그나마 나보다 대학생들이랑 나이가 가까우니까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조용히 알바트로준에게 물어본다.


"요즘 대학생 애들 대외활동 같은거 하려면 뭐 어디서 봐요?"

"아. 요즘 학교 별로 뭐 에타가 다 있는데, 그곳에서 서로 소통도 하고, 대외활동도 많이 하고 그래요. 예전에 애타로 뭐 활동하고 사람들 커뮤니티 파티 참석한 적 있는데, 그게 요즘 또 핫해가지고…"

…그래서 애타가 뭔데?

뒷 얘기를 뭐라뭐라 얘기를 해준 것 같은데,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충 적당히 사회복지적 경청의 파워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얘기를 흘려들은 나는, 질문을 마치자마자 네이버 어학사전에 애타를 검색해본다.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에타로 다시 검색을 해본다.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얘는 이런 좋은 게 있으면서 왜 지금 알려줬는지, 괜히 얄밉다.


1차 장애일보 홍보는 주로 복지기관이나 대학교의 문예창작이나 신문방송 분야의 학과에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복지인증기관에 홍보 공고 글을 올려 모집을 했다. 그 결과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명이 모집 되었다.

대학생들을 모집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어느 곳에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지, 대외활동은 어느 곳에서 확인하고 구하는지 조차 몰랐던 나는, 부랴부랴 각종 커뮤니티를 확인해본다. 에타, 위비티… 등등

적들이 어느 곳에 서식하는지를 확인한 나는, 이제 그들을 불러들일 무기를 만들어냈다.

2차 장애일보 모집 포스터. 호구박 대표님께서 극찬을 해주셨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결과가 일어났다.


장애일보 지원 구글폼 지원자 현황




[김선비와 56명의 아이들, 한 사람도 놓칠 수 없어.]


휠즈 4분과 새롭게 모집된 2분. 총 6명으로 장애일보 활동을 하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큰 과제가 주어졌다. 2인 1조 5개 팀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던 장애일보의 남은 자리는 4자리. 4자리를 놓고 54명의 지원자를 확인해야만 했다.


이거 뭔가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이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에 건강한 스트레스를 받던 나는, 이 친구들을 모두 만나보기로 하였다.(주어진 질문에 내 기준에서 너무 불성실하게 작성한 지원자들은 1차 탈락을 시킴.)

1인에… 30분씩 면접을 본다고 하면… 54*30 = 1,620 이니까 정확히 27시간이 걸린다. 우리 근무시간이 10시부터 17시까지고, 점심시간이 2시간이니까 하루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5시간… 그래도 요즘 사업한다고 정신이 없으니 2시간은 일하고 남은 3시간을 쪼개서 면접을 보면 9일…(이런 걸 보면 나도 핀휠의 4시간 면접에 썩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의 면접 계획을 들은 대드리님과 호구박 대표님은 매우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알바트로 준은 맥주 파티 때 와인 먹고 열 나는 것 같다더니 혼자만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일주일을 안 나왔다, 참고로 파티 참가자 중 아무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최약체 알바트로 준 - 대드리), 그들의 반응에 눈치를 보던 나는 1인 당 10-15분의 비대면 면접으로 바꿔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약 4일 간 지옥의 면접 릴레이.

기자단 지원자 면접 타임 테이블


출근하자마자 저녁 8시까지 쉬지 않고 면접을 봤다. 사회복지사 글쓰기 모임을 나가서 모임을 끝마치고 난 뒤, 야외 카페에서도 면접을 봤었다. 이게 뭔 미친 짓인가 싶다가도, 친구들이 써준 지원서를 보면 그들을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뭐라고 긴장을 하고 질문에 대답을 하는 친구들에게 ‘압박 질문 그런 거 아니니까 진짜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라고 웃으며 말을 하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별 짓을 다했다.(호구박&대드리 : 그 말을 옆에서 듣는데, 전혀 긴장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을 유노윤호에 비유하며 열정 가득한 마음을 표현한 친구, 미래의 기자를 꿈꾸며 졸업 전에 다른 대기업의 기자단 자리를 지원하지 않고 장애일보를 지원한 친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단어와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바다가 자신과 닮았으며 바다를 보며 마음이 편해진다는 친구, 장애일보 기자단 면접을 보고 있는데 우리 핀휠의 사업과 연혁 등을 줄줄이 외우고 있는 친구들까지.(지금 글을 쓰면서도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 모든 친구들과 만나본 뒤에, 최종 4명의 추가 기자님들이 모집되었다. 4명의 친구들을 뽑고보니, 나머지 40여명의 친구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때 호구박 대표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을 하셨다.


"우리 진짜 아쉬운 친구들 있잖아. 그 친구들 따로 모아서 뭐 하나 더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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